■ 고혈압은 최고혈압과 맥압이 중요하다 대개 고혈압 환자는 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이 같이 상승한다. 과거에는 최저혈압이 중요하고 최고혈압은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30년 이상 시행된 푸레밍함 연구에서 최저혈압보다는 최고혈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과거 10년 간 시행된 여러 연구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최근에는 최고혈압에서 최저혈압을 제한 맥압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 예를 들면, 혈압이 160/70mmHg(맥압 90mmHg)인 사람이 160/90mmHg(맥압 70mmHg)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정상인의 경우 60세를 넘어가면서 최고혈압은 서서히 증가하는 반면, 최저혈압은 조금씩 감소한다. 즉, 노년이 되면서 맥압이 점차 증가하는데, 바로 이것이 노인층에서 뇌졸중과 심장질환이 증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최저에서 최고로 상승하는데, 맥압이 크면 클수록 심장이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등산을 할 때 평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높은 고지에서 시작하면 정상까지 올라가기가 더 쉬워지는 원리와 같다. 뇌출혈은 뇌동맥이 파열됨으로써 발생하는데, 동맥을 파열시키는 원동력 역시 맥압이다. 맥압이 크면 클수록 혈관은 더 늘어나게 되며 파열의 위험성도 증가한다. 그래서 맥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 고혈압의 합병증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동맥경화증을 발생시키며, 이것이 뇌와 심장 동맥류·하지동맥경화증·심부전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 =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고혈압의 합병증은 뇌졸중 이른바 중풍(뇌출혈·뇌경색증)이다. 뇌졸중 특히 뇌출혈은 영구한 반신불수 같은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죽음보다 중풍에 걸리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그러나 혈압을 잘 조절하면 중풍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연세대학교 예방학 교실의 서일 교수는 한국인의 중풍과 고혈압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다음의 그림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고혈압과 뇌출혈 발생률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림에서 보듯이, 혈압이 정상인 사람(130/85 이하)에 비해 혈압이 높을수록 뇌출혈의 발생률이 2배에서 무려 33배로 증가한다. 많은 학자들이 저혈압 증상이 없는 한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필자 역시 이 의견에 동감한다. 뇌경색은 작은 뇌동맥이 막혀서 발생하는데, 동맥이 막히는 이유는 혈전이 생기거나 아니면 심장 또는 경동맥에서 발생하는 혈전이 머리로 이동하여 뇌동맥을 막아서 생긴다. 뇌경색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혈압이지만, 기타 위험인자 즉 당뇨·흡연·고지혈증·고중성지방혈증도 뇌경색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심부전증 = 두 번째로 자주 발생하는 합병증은 심부전증이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심부전증은 심장 기능이 약해지면 심장으로 들어오는 피를 충분히 방출하지 못하여 폐에 피와 물을 고이게 한다. 그래서 이 병은 ‘울혈성 심부전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치료하지 않은 고혈압은 심부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혈압을 잘 치료하면 심부전증은 예방할 수 있다. 심근경색증과 협심증 = 세 번째로 자주 발생하는 합병증은 관상동맥질환 즉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이다. 다음 그림은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대동맥류 = 다음으로 자주 보는 합병증은 가슴이나 복부에 나타나는 대동맥류이다. 동맥류란 동맥이 꽈리처럼 늘어나는 현상이며, 이 증상이 심해지면 동맥이 파열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동맥류는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약해진 동맥이 고혈압 때문에 점차적으로 늘어나서 발생한다. 동맥이 늘어나면서 동맥의 벽은 점점 얇아지고 더 약해져 파열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가슴의 대동맥류는 가슴 X선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복부의 동맥류는 X선으로 진단이 어려우며, 복부초음파로 진단할 수 있다. 동맥류가 심해지면 가슴이나 복부에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런 사람은 속히 수술을 하지 않으면 동맥류가 파열하여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해리성(박리성) 동맥류 = 고혈압의 또 하나의 심각한 합병증은 해리성(박리성) 동맥류이다. 해리성 동맥류는 가슴 부위의 대동맥 내벽과 중벽 사이가 찢어지면서 동맥의 벽이 2개로 분리되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해리현상은 가슴 부위에만 국한될 수 있으나, 심하면 복부와 다리 부위까지 진행될 수 있다. 해리성 동맥류의 증상은 극심한 가슴의 통증이다. 이 증상은 급성 심근경색증의 증상과 유사하며, 이럴 때 심전도상에 이상이 없으면 동맥류를 의심해야 한다. 그림에서 보듯이, 동맥이 해리되면서 동맥에 두 개의 통로(강)가 생기는데, 본래의 강은 진강이며 새로 생긴 강은 가강이 된다. 이 해리현상이 대동맥의 기시부에 발생하면 대동맥 판막의 폐쇄부전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머리로 가는 경동맥을 막으면 중풍이 올 수 있다. 기시부에 생긴 해리성 대동맥류는 예후가 매우 나쁘기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 대동맥류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혈압 특히 최고혈압을 잘 치료하는 것이다. ■ 고혈압 치료를 위한 생활개선법 고혈압이 발견되면 우선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약을 복용하지 않고 혈압을 확실히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체중을 정상으로 유지하며, 운동을 충분히 하고, 과도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과로를 피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면 혈압조절이 쉬워진다. 균형 잡힌 식생활도 혈압조절에 도움이 된다. 음식을 너무 짜게 먹으면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염분은 1일에 약 4~5g이다. 미국 사람의 1일 평균 염분 섭취량이 약 10g인데 비해, 한국인은 지역에 따라 15~20g이다. 그러므로 음식의 맛을 보기도 전에 무조건 소금을 뿌리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으며, 소금에 절인 음식이나 깡통에 들어간 음식의 섭취는 가급적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요사이 소비가 급증하는 햄버거·피자파이·소시지 같은 서양 음식에도 염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음식 대신 칼륨이 다량 함유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강하 효과가 있다. 이런 음식들이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내는 이유는 콩팥에서 칼륨이 염분 대신으로 흡수되면서 염분의 배설을 증가시키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칼륨을 다량 함유한 식품으로는 오렌지·바나나·사과·시금치·호박·콩류 등이 있다. 식이요법만 잘하면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단순한 식이요법으로 줄일 수 있는 혈압은 약 5mmHg이며, 체중감소와 운동을 겸하면 10~15mmHg 정도의 강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높은 정상(130~139/85~89)이나 제1기 고혈압(140~159/90~99)은 이러한 비약물 요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약 3개월 간의 비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최고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최저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는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이 제2기나 제3기일 때는 비약물 치료와 더불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 고혈압의 약물치료 고혈압 환자들 중에는 고혈압약이 몸에 해로우며,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고혈압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요즘 병원에서 사용하는 고혈압약은 매우 효과적이며 부작용도 적으므로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혈압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함으로써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