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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낯간지러운 자구책 발표‘생색내기’ 비판

국민혈세 공적자금 투입… 여론 ‘실효성 없다’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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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1호 성승제⁄ 2008.11.04 18:00:41

산불처럼 번지는 금융 불안 확산에 시중은행들이 일정부문 책임을 지기 위해 은행장과 임원들이 연봉을 삭감하는 등 자구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나섰다. 하지만, 연봉삭감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턱없이 부족하고, 대출 문턱은 더 굳게 닫고 있어 일명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권의 의하면, KB금융그룹이 지주사 회장 연봉 삭감액을 전체 연봉의 20%로 대폭 늘리고 그룹 계열사 임원 급여 최대 20% 삭감 등을 포함하는 자구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지주사 회장과 사장·은행장은 연봉의 20%가 삭감되고, 지주사 부사장 및 은행 부행장·본부장, 각 계열사 임원 연봉의 10%가 삭감된다. 또 ING 생명보험 지분 등 해외자산 및 외화유가증권을 매각,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를 조달하고, 그룹 계열사 비용절감 경영을 확대한다. 이 밖에 KB금융지주 전 지주사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의 일정액을 출연, 자사주를 매입하는 ‘자사주 매입 운동’도 실시하기로 했다. 우리금융그룹도 그룹 및 계열사의 임원 급여를 10% 삭감하고, 조직효율화를 위해 과감한 중복점포 통폐합, 점포신설 억제, 적자점포 폐쇄 등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인력 효율화를 위해 인원을 동결하고, 예산의 축소운영, 내년도 예산의 동결, 임직원 업무추진비 20% 축소배정, 해외출장 억제, 소모성 경비 대폭 삭감 등 자구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등 위기상황에서 국민경제의 안정화 방안도 발굴해 실천키로 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신한은행장의 연봉을 20% 삭감하고, 임원 및 본부장은 10% 줄이기로 했다. 금융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연봉도 20% 줄이며, 임원 및 본부장도 10% 삭감한다. 각 부서장은 자율 결의로 삭감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 연장 및 만기도 조정하기로 했다. 최대 30년까지도 만기를 조정할 방침이며, 현재 분할상환 중인 대출도 대환을 통한 거치기간 연장으로 대출상환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 영업점 및 본부부서를 통폐합하고 비업무용 자산도 매각한다.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자산 매각 및 해외투자 우선순위도 재검토한다. 매도 가능한 유가증권 위주로 추가 매각도 추진한다. 하나금융그룹도 하나은행을 포함한 전 계열사 임원들의 임금을 10% 삭감하고,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원자재 구입자금 3000억 원과 유동성 지원 자금 2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역시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연봉을 15% 이상 삭감하고, 경비 10% 절감을 목표로 긴축경영을 해 나갈 계획이며, 불요불급한 회원권 등을 매각함으로써 경영합리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 밖에, 농협도 임원 급여를 10% 삭감하고, 점포 신설 억제 및 적자점포 폐쇄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국민의 힘으로 재기한 우리은행이 선도적으로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며 “10년 전 위기극복 경험을 되살려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 체질개선·반성 부족… 소리만 요란 은행권의 이 같은 자구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회 여론은 곱지 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일부 은행들이 정부와 여론의 눈치에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며 실효성 논란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A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 22일 “이미 임원들의 급여를 5% 삭감했기 때문에 추가 인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내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아마 이번 자구책 발표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월 27일부터 (자구책 발표)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 은행들도 잇따라 자구책을 발표하고 최대 20% 내에서 급여를 반납·삭감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은행들이 고임금을 받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시중은행들을 강하게 비판한 지 불과일주일이 지나서 우후죽순으로 이뤄진 셈이다. 더구나, 이번 자구책이 서민금융과 중소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 인천에서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는 김 모 사장은 “은행에서 중소기업 대출 지원 확산에 나서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직접 대출문의를 했지만, 작년 영업이익과 올해 총 매출이 현저히 떨어져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단돈 1000만 원 빌리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주택담보대출자와 신용대출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3년 전 서울권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김모(33) 씨는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양도성예금증서로 대출이자가 너무 부담스럽다”며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서민들이 힘겹게 모아놓은 돈을 빼앗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금융권 내부에서도 “환란 이후 별다른 체질 개선 노력 없이 서민들을 상대로 수수료 장사만 하면서 쉽게 돈을 벌어온 시중은행들이 위기가 닥치자 별다른 반성 없이 외부 탓만 하면서 정부와 국민에 의지하는 것 자체가 도덕적 해이”라는 반성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유지창 은행연합회장은 “지원 안이 나온 뒤로 은행들의 고임금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은행이 부도덕한 집단,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불편한 감정을 나타냈다. 그러나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자구책이라면 은행의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자발적으로 희생,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연 이번 발표 내용이 자발적으로 나온 조치냐는 데 대해 의문이 생긴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임금 삭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자구노력이라면 지금의 부실경영 상태를 만들어내는데 책임이 있는 전략적 의사결정자들의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문제가 있었다면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를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결국 만만한 임직원들의 임금을 깎는 것으로 그칠 공산이 매우 높다”면서 “결국 은행경영의 문제점을 밝히고 그 책임을 묻는 선까지는 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연구위원 역시 “은행들이 그 동안 자산 불리기에 전념하느라 과도한 경쟁을 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고 위기에 대비하지 못했다”며 “금융위기 상황인 만큼 일단은 금융체계의 핵심인 은행을 지원하되 사후로 책임 소재를 가려 부실 분담 원칙을 세워서 철저히 문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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