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호 김진의⁄ 2008.11.04 17:57:51
‘미 대륙에 제임스타운이라는 정착촌이 건설된 지 12년 후인 1619년에 버지니아에서 최초의 흑인이 끌려왔다. 처음에는 그들의 많은 수가 일정 기간 노역을 제공하고 나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계약 고용인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1660년대에 이르러서는 남부 식민지의 대농장을 위한 노동인력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노예제도가 굳혀지기 시작해 아프리카로부터 종신노역을 시키기 위해 쇠고랑에 채워진 흑인들이 아메리카로 끌려왔다. 특히, 지난 1767년 아프리카의 감비아에서 노예로 팔려 미국으로 건너온 후, 그곳 신대륙에서 온갖 박해를 견디며 살아온 모습을 그린 ‘쿤타킨테’… 이들이 미국의 흑인사회의 역사이다.<편집자 주>
■ 389년 만에 흑인사회의 꿈 이루어지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된 지 145년 만에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다는 유명한 연설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촉구한 지 45주년째다. 미국의 44대 대통령 오바마의 탄생으로 미 대륙이 보수에서 진보로 대전환되면서 8년 만에 전 세계도 대변혁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레이거노믹스에서 시작해 세계를 30년 동안 지배해 온 시장중심적인 아이디어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좀 더 진보주의적인 세계질서가 도래한다. 특히, 부지런히 일하는 청교도 윤리가 다시 부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사라지면서 화약고인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역할도 재편될 것이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연합(ASEAN)과의 유대를 새롭게 확대할 계획이다. 오바마 선거진영의 프랭크 재누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0월 30일 오바마의 행정부는 조지 W.부시 대통령 정부가 멀리한 ‘우호 및 협력조약’( Treaty of Amity and Cooperation : TAC)에 가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등 16개 ASEAN 가입국가들이 참여한 정상회담에 참여하지 않았던 부시 행정부는 ASEAN 정상회담에 초대되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가입이 되지 않았었다. 재누지 보좌관은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정책을 표방할지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대통령으로서 그는 나의 개인적인 조언도 참조해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그 같은 정책이 실현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 동안 아세안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홀대정책에 대해 미국의 인사들도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을 종종 해 왔었다. 즉, 동남아시아 기구에 참석했던 로보트 겔바트 미국 측 대표는 부시 행정부가 아세안 국가들의 지역적인 기구체 형성 노력을 무시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오바마, ASEAN과 유대 확대 그는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로 열린 거대한 토양을 그대로 무시했다”고 지적하고 “그것은 진전돼야 한다”고 말해 아세안 국가에 대한 시각이 더 필요함을 강조했다. 심지어 존 매케인의 아시아 정책 보좌관인 마이클 그린 역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경우 아세안에 참여, 정상회담에도 참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오바마 집권시 한반도 정책에는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한반도의 안보와 한국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병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와 관련, 적성국 독재자들과도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보다 과감한 정책과 접근방법을 구사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행정부는 지구촌 갈등을 최대한 피해 가면서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럴 경우 북한과 미국 간 핵폐기와 관계 정상화 협상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속도를 내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내년부터는 한반도 안보에서 해빙기를 다시 맞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10년 만에 보수정권을 탄생시킨 이명박 정부는 부시 정권과 맞췄던 대미정책에도 대변혁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도 안돼 오바마 정부의 대미 진보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수밖에 없어, 오바마 인맥으로 대미 사령탑을 교체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상원까지 민주당이 장악함에 따라 대미관계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올 연말에 있을 개각에서 보수성향의 각료들을 기용, 일부는 오바마 정부와 통할수 있는 대 미국팀으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승수 전 고려대 총장이 다시 외교수장에 자의 반 타의 반 오르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에서 ‘촛불집회’불씨까지 지폈던 한민 FTA 협상도 재수정이 불가피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경제에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도전과제를 안겨주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불경기에 빠진 민주당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위험이 높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수정을 요구해 왔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고작 4000~5000대도 안된다. 이것은 자유무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무역과 한미 시장규모의 차이, 미국산 자동차의 품질 및 성능 등을 무시하고 무역불균형만을 부각시켜 한미 FTA에 제동을 걸고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이 무지의 소치가 아니라 후보시절 표를 얻기 위한 선거전략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침체기에 블루칼라 근로자, 중산층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행정부는 실제로 그런 경제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 오바마, 한반도 관심 집중…통일기반 초석 한국으로서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시 미국 수출의 길은 더욱 험난해지고 미국 물건을 더 사라는 통상압력은 더욱 강해지는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지구촌 동반 불경기여서 비록 한국만을 향한 차별대우는 아닐 것이지만, 이제는 달라질 미국에 대해 새로운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포괄적인 생존전략을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북관계 재구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 순방하는 지역으로 한국을 택했다. 그만큼 한반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에 김정일 위원장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혀 분단 후 세기적인 정상회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선 때 오바마 후보 선거본부의 프랭크 자누지 한반도정책팀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고위급 협상을 포함해 모든 외교적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등의 많은 대안을 시급하게 그리고 기회의 관점에서 다뤄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노력을 재개하고 검증을 허용하는 상태에서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자누지 팀장은 북한과의 협상 방식에 대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적극적인 양자회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뇌졸중을 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를 치료한 중국 의사들을 아는 중국의 지인들에 따르면, 완전하게 회복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식이 있으며 주의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임기 말의 ‘북미 공동선언(2000년 10월)’의 시점에서부터 미북관계가 재구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박형중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재한 ‘차기 미국 민주당 정부와 북한문제’라는 글에서 “벌써 미 민주당계 인사와 북한과의 ‘트랙2 외교’가 개시된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 대북관계 재구축, 韓·日에게 ‘부담’ 박 연구위원은 “민주당계 대북정책 담당자와 북한 측 인사들은 서로 교분이 깊다고 볼 수 있다”며 “양측은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에 자신들의 성과가 무효화하는 것에 분노를 공유해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들이 다시 만나면 대화는 빠르고 성과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2000년 10월의 북미 공동 선언의 시점에서 관계를 재구축하고자 시도할 것이라고 박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계 인사들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서 보다 확실한 약속을 요구할 것이며, 일본의 납치문제에 대해 (북한이) 전향적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8년 전과 비교할 때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민주당 정부의 입장이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일본의 입장, 그리고 역시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과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출범하는 민주당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역으로 한국과 일본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오바마 정부의 출범을 전후하여, 민주당계 대북정책 전문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 간에 물밑에서 치열한 영향력 경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민주당 원혜영 대표가 10월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미국민이 오바마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한다면 그 자체로써 세계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해결과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통한 대안모색을 위해서도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 리더십과 북한문제 등 두 가지를 근거로 들며 “(오바마는) 미국과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과 위기극복의 리더십을 보임으로써 미국민들의 선택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제적 리더십과 관련, “전세계 시장을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월가의 국제금융자본을 적절하게 통제할 국제적 리더십은 차기 미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며 “이 점에서 오바마 후보가 매케인 후보보다 더 신뢰받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군사적 대결까지 불사’하겠다는 매케인 후보 측의 정책보다 ‘북한 최고지도자와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을 선언한 오바마 측의 정책이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민주당, 오바마 업고 차기대선 장악? 오바마 차기 대통령은 조만간 캐비닛 내각을 구성할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기간 중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구성되는 내각은 초당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가 자신의 출마결과와 관련해 승리를 염두에 둔 공식적인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며, 1주일 남은 대선에서의 승리를 확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나는 선거에서 승리하면 나의 내각에 공화당 인사가 임명되는 것을 절대적으로 원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그러나 어떤 인물을 구체적으로 원하는지, 누구를 기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오바마의 승리를 전제로 몰려들어 입각에 기용해달라고 제의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바마 진영에서는 차기정부가 주안점을 두는 것이 초당적 인물을 우선 발탁하는 한편 능력 있고 검증된 인사를 써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사상 유례 없는 경제위기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뿐더러, 사회적으로나 이념적으로 8년 공화당 정부의 잔영을 해소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진영에서는 경제문제 해결에 역량 있는 인물을 우선 고른 뒤, 국제관계에서의 손상된 이미지 개선, 그리고 사회분열 치유 등의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스타급’ 인물을 기용해 변모시켜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각료로서나 고위공직에서 능력을 인정받거나 검증된 널리 알려진 스타급 인사를 우선 기용해 실질 면에서 효과를 노리고 정치적인 면에서 국민과 세계 각국에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우선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제분야의 수장인 재무장관으로는 볼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고려되고 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연준의장을 지내면서 10%에 이르던 인플레이션을 잡고 안정을 가져온 경제안정 분야의 마술사로 지적된다. 그러나 그의 나이가 81세로 너무 연로하다는 지적도 있으며, 공화당 정부 인물이라는 말이 있으나, 그 외에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다시 거론된다.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호황을 가져온 장본인이며, 최근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하버드 경제학과 학장직을 끝내고 유세에 뛰어들어 경제위기에 대한 조언을 오바마에게 해 왔다. ■ 초대 국무장관, 파월 거론 국제사회에서 망가진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할 국무장관으로는 콜린 파월 전임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국무장관 자리는 지난 2004년 대선에 나섰던 존 케리 상원의원이 은근히 노리고 있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 맡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바마 진영에서는 한편으로 자신의 선거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어 온 인물에 대한 공로인사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가장 많은 공로자로 지적받는 이는 바로 캐롤라인 케네디 전 케네디 대통령의 딸로, 부통령 후보 선정작업을 맡아 오기도 했으며, 케네디 가문과 오바마를 연결시킨 주역으로 여겨진다. 그녀는 현재 영국 대사직이 고려되고 있으나, 유엔 대사직에도 거론되면서 여의치 않을 경우 바티칸 대사도 고려된다. 영국 대사직은 그의 조부가 같은 자리에서 일하다 “영국의 민주주의는 끝났다”는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을 했다가 철수당한 아픔이 있는 자리로, 그녀는 그 자리를 이어가고 싶어한다는 후문이다. 초당적인 인물로는 공화당 의원인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이 국방장관직에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의회에서 오바마 의원과 함께 핵무기확산방지 법안을 제출하는 등 당적을 떠나 동료의원으로서 국방분야에 호흡을 맞춰 왔었다. 그 외 국방장관직에는 오바마가 존경한다고 공개한 바 있는 짐 존스 전 나토군 사령관도 거론되지만, 초당적 인물 기용이라는 정치적 목적도 포함할 루가 의원에 더 쏠린다는 지적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도 공화당 인물인 리처드 코언이 국방장관직을 수행한 바 있어, 국방부에 관한 한 군산복합체를 다뤄야 하는 자리에 공화당 인물이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한때 미국 내 소수인종으로 정치적으로도 소극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그쳤던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번 미 대선의 풍향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과거 이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수적인 약세뿐 아니라 아시아계 전반에 걸친 가족중심 가치관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순종주의적 문화의 영향으로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미국 정치 토양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아울러, 인도와 말레이시아에서부터 한국·일본까지 포괄하는 아시아계는 그 내부적으로도 이질적이어서 통합된 목소리를 통해 정치력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열렬한 학구열과 근면성실을 강조하는 문화에 기반해 자수성가하여 미국 사회의 유력층으로 발돋움하면서 정치적으로도 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아시아계 미국인, 정치적 소극성 벗고 ‘주류’로 발돋음 처음 미국에 정착한 1세대와 달리, 미국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이들 아시아계 고학력층은 미국화된 가치에 익숙해 국가에 대해 자신들의 권익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단합된 정치력을 행사하는데 더욱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들 고학력의 미국화된 아시아계 인구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버지니아와 네바다 등지에서는 이들 주의 전략적 중요성과 함께 아시아계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러트거스 뉴저지 주립대에서 정치학 조교수인 제인 준은 이 같은 아시아계의 부상과 관련,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이들이 정치적으로 유효한 ‘결정적 다수(Critical mass)’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미국의 아시아계 인구가 25% 증가해 15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100명 중 1명에 불과할 때는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지만, 수가 늘수록 힘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이번 대선 지지성향은 이들의 출신 국가에 따라 갈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아시아계의 경우 오바마의 소박한 성장배경과 혼자만의 힘으로 자수성가한 이력 등에 주목하며 이것이 미국 사회에서 소수 인종으로 성공을 다져 온 아시아계의 모습과 ‘닮은 꼴’이라며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바마가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사실과, 그의 여동생 마야 소에토로-응이 인도네시아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이들 국가 출신 미국인들로 하여금 오바마에 대해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아시아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투쟁과 중소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 가족적 가치 등을 중시하는 공화당 쪽에 기우는 성향을 보여 왔다. 또 베트남 참전 용사 출신인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이 같은 이력 때문에 베트남계 미국인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공화당이 지지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과 비자면제 프로그램 등도 아시아계가 매케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실정에 의한 실망감 등이 작용해 현재 전국적인 아시아계의 지지는 오바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받았던 54%의 지지를 훨씬 상회하는 지지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계 이민 2세대로 워싱턴에서 태어난 마이클 장은 오바마의 성장배경에서 10살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아래서 법대를 다닌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며, 오바마의 자수성가 이력과 인종적 편견을 인정하지 않는 언사가 젊은 아시아계 주류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바마와 그의 아내 미셸은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과도 같다. 케냐인 아버지가 떠난 뒤 홀어머니가 때로 정부의 식량배급 쿠폰에 생계를 의지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 교육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끝에 오늘의 오바마가 있게 됐다. 시카고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미셸 역시 불굴의 의지로 학업에 정진해 흑인으로선 보기 드물게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을 거뒀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미셸과 나는 교육을 통해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미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를 향해 “여러분이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면 누구든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인종·성·계급에 상관없이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그 혜택을 받은 젊은이들은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것이 오바마가 연설에서 밝힌 아메리칸 드림이다. 오바마는 이야말로 미국 사회의 경쟁력이자, 글로벌 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흑인에 대한 관행적 차별이 현존하는 미국에서 오바마가 온갖 난관을 뚫고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에까지 이른 걸 보면 미국의 꿈이, 희망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가? 한국의 젊은 세대 역시 열린 교육 기회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대한 헌신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