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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을 기회로 업계판도 뒤집어라”

선택과 집중, 사업 차별화 절호의 찬스…대응 빠를수록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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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3호 김대희⁄ 2008.11.18 22:54:18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 등의 경제 활동은 주기적으로 활성화되었다가 침체되기를 반복한다. 이를 경기변동(business cycle)이라 한다. 하지만, 경기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를 침체기라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이 없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진입했음을 판단하자면 그 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는 여러 경제지표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경제 상황이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는지 아닌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 노키아는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타개책이 필요했다. 이에 목재·제지·고무·케이블 등 대부분의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시도했다. 또,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한편, 디지털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품을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8년 세계 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라섰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40%를 넘나드는 점유율로 2위 업체와 차이를 더욱 넓히게 됐다. #. 비슷한 시기에 코닥은 경기침체기를 맞이하자 신사업 추진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필름 사업을 오히려 강화했다. 그러나, 필름과 카메라는 이미 디지털 제품들에 시장을 잠식당하던 중이었다. 경기침체 막바지인 1993년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차세대 유망 사업이던 디지털 사업과 의료·제약·화학사업을 기존 핵심 역량과 연관 없다는 이유로 매각했다. 그 결과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했으며, 수익성도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말았다. 경기침체기에는 기업들 간의 경쟁 지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2000년대 초 경기침체기 전에 시장점유율 2위였던 델은 경기침체기를 벗어나면서 1위로 올라섰으며, 1위를 달리던 컴팩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HP에 인수합병됐다. 노키아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킨 반면, 에릭슨은 세계 톱3의 자리에서 떨어져 나갔다. 2000년대 초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전후의 미국 기업의 변화를 보면, 이전에 상위 25%에 속하던 기업 가운데 60%만 버블 붕괴 이후에도 상위 그룹을 지켰다. 앞서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 이전의 상위 25% 기업 중 5분의 1 이상이 침체기 이후 하위 25%로 추락했다. 이처럼 위기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이 침몰하는가 하면, 새로운 기업이 급부상하기도 한다. 이에 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 등 경제연구소들은 최근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잇달아 내놨다. LG경제연구원은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 보고서를 통해 “경기 침체기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우선 중장기적인 큰 그림을 갖고 위기에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노키아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1990년대 초 다양한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던 노키아는 경기침체를 계기로 기존 사업을 과감히 접고 이동통신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결국 노키아는 호황기에 들어 비약적으로 성공했다. 반면, 노키아와 마찬가지로 전자출판·의약품·가정용품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던 코닥은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쳐 침체기 이후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보고서는 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펀더멘털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이나 노키아는 단기적인 재무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과 신사업에 확고한 역량을 구축하여 호황기에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캐논 역시 미래 유망 사업 가운데서도 자사의 핵심 역량과 관련 있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성장 기반을 확고히 했다. 반면, 코닥은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끝까지 추진했으며, 산요도 선택과 집중에 실패하여 사업의 펀더멘털 확보에 실패했다. 경기침체기일수록 더욱 ‘소비자 니즈’에 맞춘 ‘확실히 차별화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애플의 경우 경기침체 여파로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자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자, 아이팟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캐논 역시 기존의 대형 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중소형 디지털 시장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여 진입 장벽을 구축해 나갔다. 경기침체기에 대한 대응은 빠를수록 좋다. 단기적인 효과가 우선이겠지만, 근본적인 변화, 핵심 사업에 맞는 변화가 지속돼야 호황기에 급성장할 수 있다. 보고서는 “경기침체기에는 수요가 침체되고 기업활동이 위축돼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유동성 압박을 받게 된다”며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뚜렷해지는 만큼 자신의 펀더멘털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동성 확보나 수익성 방어 등 단기적인 대응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경쟁 포지션 강화를 담보하지는 못한다”면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초체력을 강화해 경기침체기 이후 도약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엔高를 수출기반 확대 기회로 만들어야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엔화 강세로 대일 무역적자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는 오히려 수출 기반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 상승과 활용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의 급등은 일본 상품과 경쟁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부품·소재 수입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원·엔 환율 급등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대일 무역역조를 꼽을 수 있다”면서 “올해 1∼8월 중 대일 무역적자는 263억 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의 179%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대일 무역적자의 60%를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구조에서 원·엔 환율이 오르면 부품소재 수입비용이 늘면서 대일 적자가 더 심화된다고 연구원은 우려했다. 엔화를 차입한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작년 말 엔화 표시 순기타투자액은 1조5,600억 엔으로, 9월 말 원·엔 환율을 기준으로 최대 4조8,6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확대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1∼8월 누적수출액 3,292억 달러 가운데 일본과 중첩되는 9대 수출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달할 정도로 두 나라 수출산업 구조가 유사해, 엔화 강세가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전반적으로 높여준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은 “원·엔 환율 상승은 기업들의 엔화 차입 비용을 늘리고, 일본 수입재의 가격상승에 따라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부품공단 유치를 본격화하고 저렴한 대규모 산업용지 공급을 늘려 엔화 자본의 국내 직접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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