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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지방의 협동정신과 정서 정감이 풍덩!

<서도소리극 평안도 항두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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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4호 이우인⁄ 2008.11.25 12:04:46

11월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필동 남산국악당에 위치한 명동남산골 한옥마을 내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흥겹고 구성진 서도소리가 가진 모든 특징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서도소리극 <평안도 항두계놀이>가 올려졌다. 이날 공연의 주관은 한국서도연희극보존회로, 이 단체의 대표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을 비롯한 23명의 아마추어 소리꾼이 80분 간 펼치는 서도지방의 삶과 정서, 서도지방 민요들의 흥을 표현한 전통 연희극이 한바탕 펼쳐졌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김을 매고, 가을에 풍성한 풍년을 만드는 이야기가 1장부터 7장까지 한 편의 노래처럼 이어진다. 옛 선조들의 협동정신과 서도지방 사람들의 정서와 정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서도소리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삶과 생활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이다. ■ 한국서도연희극보존회는? 서도소리의 잊혀져가는 음악을 다시 발굴하고 보급하려는 목적으로 2000년도에 결성된 단체로, 서도소리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 이들은 ‘항두계놀이’, ‘장한몽’, ‘팔도강산’ 등을 통해 소리뿐 아니라 극적인 흥미요소를 더해 다수의 작품을 창작해 왔다. ■ <평안도 항두계놀이>를 아십니까 항두계란 평안도를 비롯한 서도지방에서 행해지던, 마을의 복리증진과 상호부조를 위한 자치적인 동계, 즉 두레의 일종이다. ‘평안도 항두계놀이’는 조상들의 상호 협동 생활과 한 해의 농촌 생활을 서도소리와 함께 엿볼 수 있는 음악극이자 서도지방의 노동요를 근간으로 한 전래 뮤지컬이다. 여기서 서도소리는 평안도·황해도 등 관서지방의 향토가요로, 흔히 수심가토리라고 한다. 위의 음은 흘러내리고, 가운데 음은 심하게 떨리며, 아래 음은 곧게 뻗는 특이한 가락으로, 느리게 부르면 구슬픈 느낌을 주는 것이 서도소리의 특징이다. 1969년 9월 27일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됐으며, 기능보유자로는 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명창 김밀화주를 이은 장학선·김정연·오복녀·이은관 등이 있다. <평안도 항두계놀이>는 제1장 ‘씨앗 고르기’-제2장 ‘씨뿌리기’-제3장 ‘모심기’-제4장 ‘김매기’-제5장 ‘항두계놀이’-제6장 ‘추수’-제7장 ‘풍년 기쁨의 어울림’ 등 총 7장으로 농사와 관련한 민속놀이의 전형적인 양식으로 구성돼 있다. ■ 총 7장으로 구성된 <평안도 항두계놀이> # 제1장: 씨앗 고르기 | 고축, 축원경 시어머니와 두 며느리가 씨앗을 고르며 한 해의 풍년 농사를 기원한다. 무당들이 나와 집안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고축과 축원경으로 집안의 복을 불러 모으고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 제2장: 씨앗 뿌리기 | 긴아리, 자진아리 봄이 열리며 새 소리와 함께 남녀 농군들이 노래를 부르며 들녘에서 씨앗을 뿌린다. 남녀 농군들의 수다도 곁들여진다. # 제3장: 모내기 | 평안도모내기, 황해도모내기, 평안도자진모내기 본격적으로 모내기를 시작한다. 활기찬 모내기 음악과 즐거운 재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 제4장: 김매기 | 호미타령, 자진호미타령 모든 농군들이 호미를 들고 나와 항두계의 결속력과 협력을 보여주며 김매기를 시작한다. # 제5장: 항두계놀이 | 무가, 수심가, 엮음수심가, 양산도, 자진난봉가, 빠른난봉가, 사설난봉가, 개타령, 자진호미타령, 빠른호미타령, 막치기타령 일을 하고 난 후 점심을 먹으며 여흥의 시간을 갖고 서로 장기를 뽐내는 시간을 보낸다. 여러 서도 명창들이 나와 그 흥을 더해주며 재담과 익살이 어우러져 한바탕 즐거운 점심시간이 된다. # 제6장: 추수 | 관산융마, 자진방아타령, 방아타령, 사설방아타령, 방아찧기, 풍구소리, 자진풍구소리 본격적인 가을 추수가 시작된다. 폭풍 속의 여름이 지난 후 가을의 고요함을 ‘관산융마’의 희창으로 시작하며, 흥겨운 자진방아타령과 함께 풍년추수의 풍성함을 함께 나누고, 여러 농군들이 방아도 찧고 쌀도 헤아려보며 풍년의 기쁨을 만끽한다. # 제7장: 풍년 기쁨의 어울림 한 해 힘든 노동의 대가로 풍년을 맞이한 농군들이 모두 모여 기쁨을 노래하며 흥의 고조를 이룬다. ■ <리뷰> 선조들의 협동정신, 농촌의 따뜻한 정서·정감 가득한 공연 평안도의 사투리가 낯설면서도 구수하게 들리는 서도소리극 <평안도 항두계 놀이>.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의 팬들로 보이는 중장년층이 주요 관객을 이룬 이날 소리극은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며 따뜻한 정서와 정감을 주는 공연이었다.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기 전, 무대의 가장자리에 오른 서한범 단국대학교 국악과 교수는 서도소리극 <평안도 항두계놀이>를 소개하고, 이날 무대에 오르는 유지숙 명창과 23명의 아마추어 소리꾼들에 대한 기대와 관객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서 교수와 유지숙 명창은 단국대학교의 사제지간으로, 이날 해설도 제자인 유지숙 명창의 부탁에 의해 맡게 됐다고 한다. 공연이 시작되자, 출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농사꾼 복장의 소리꾼들이 지게를 지고 씨앗을 뿌리는 흉내를 내며 등장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저마다 흥에 겨워 춤을 추고 묘기를 부렸다. 젊은 농사꾼을 연기하는 소리꾼 몇 명은 브레이크 댄스, 힙합 등을 추면서 재롱을 떨기도 했다. ‘평양댁’을 연기한 유지숙 명창을 제외한 23명의 아마추어 소리꾼들은 연기와 소리에 다소 서툰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서민들의 소박함과 정감을 느끼게 하는데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풍년을 기다리는 각자의 기쁨을 표현하는 표정과 행동은 익살스러울 정도로 우스워 웃음을 자아냈다. 관객들이 소리꾼의 노래에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등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공연이 끝나기 전까지도 공연장에 들어오는 열성 팬도 눈에 띄었다. 공연이 시작될 때는 객석의 3분의 2를 채운 관객이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객이 많았다. 이날 공연의 기획을 맡은 MAD & Business의 김영훈 대표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교통이 좋지 않아, 늦은 관객들이 이미 끝나 가는 공연이라도 보고 싶다고 하여 입장을 허락했다. 이들의 열정은 젊은 세대를 뛰어 넘는다”고 전하면서, “국악이 비주류 공연으로 인식되는 현실이라 중장년층 관객이 주(主)가 됐지만, 국악의 재미를 젊은 세대들도 꼭 느낄 수 있도록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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