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는 대통령이 나와서 대기업하고 은행 보고 중소기업 구하라고 하면, 솔직히 대표이사 명패 집어던지지. 이러니까 대통령이 경제를 모른다는 소리를 하는 거야. 유동성을 공급해준다는 것 까지는 좋은데, 현장은 쥐뿔도 몰라. 통계 숫자 들이대면서 뭘 해볼려고 하는데, 문제는 현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역이용을 해. 왜 한국에서 금융 규제 풀면 안 되는 줄 알아? 그래 버리면 아마 3~4년 안에 다 해쳐먹는다에 올인한다.”<11월 4일 다음 아고라 경제방> “내가 예전부터 제2금융권 포지션 최대한 정리하라고 분명하게 얘기했지? 지금 금융 안정화 어쩌고 하는데, 웃기지 좀 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파생부터 시작해서 금융 부실 연계상품까지 관련 액수만 40조야. 40조 원도 아니고 40조 달러. 한국 정도는 한 방에 끝장 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리스크 관리 하라는 소리야…. 난 애시당초 한국 경제 펀더멘털 따위는 X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10월 20일 다음 아고라 경제방> 독설(毒舌)도 이만한 독설을 찾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어디서 흘러나온지 모를 이 말에 누리꾼들이 열광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최근 ‘온라인 경제대통령’으로 떠오른 ‘미네르바’(필명). 그가 올 3월부터 다음 아고라 경제 토론방에 띄운 글이 무려 200편에 달한다. 그렇다면 미네르바는 누구이며, 또 누리꾼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네르바는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8월 말 다음 아고라에 산업은행이 인수하려던 미국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화를 정확히 예견한 글을 올렸다. 또, 10월 5일에는 환율 폭등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미네르바는 10월 5일 “6일부터 8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10월 15일 전후로 2차 폭등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환율은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3일 만에 170원 이상 급등했다. 그가 환율 폭등을 예고한 10월 5일 1200원대였던 환율은 같은 달 24일 1400원선마저 돌파했다. 미네르바의 인기는 그의 예측이 정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다양한 지표와 수치를 이용, 경기를 진단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했다. 직설적인 ‘독설’ 역시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였다. 정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이른바 ‘주류’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해, 그 동안 잘못된 예측에 돈을 잃었던 개인투자자의 가려운 곳도 긁어주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순식간에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퍼지면서 논쟁을 위한 ‘눈팅 필독 항목’이 됐다. 누리꾼들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입보다 ‘미네르바의 글’을 더 신뢰하는 눈치다. 그래서 ‘미네르바 신드롬’ ‘미네르바 효과’라는 말이 떠돌았다. 미네르바 효과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경제 문제에 둔감했던 누리꾼들이 경제 문제를 활발하게 토론하는 지적 담론의 장을 인터넷에 열었다는 점과, 일반인도 경제 관료나 경제학자처럼 경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비관론자라는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그가 150여 개의 글을 통해 “우리 경제가 ‘소비의 핵겨울’에 돌입했고, 이제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관론자라는 비판에 “나는 천민의 눈으로 경제를 보는 현실주의자”라고 맞선다. “망상에서 깨어나 내가 천민인지, 평민인지, 귀족인지, 각자 자기 계급을 빨리 깨닫고 현실적으로 살자”고. 미네르바는 9월 18일 “10년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겨놓고 잠시 떠난 뒤, 최근 시사월간지 ‘신동아’를 통해 다시 등장했다. 그의 인기가 계속되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미네르바의 정체를 추측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미네르바의 정보력은 일반인 수준을 뛰어넘는다”며 “증권이나 금융 관계자일 것 같다”고 추측했다. 특히, 미네르바가 자신에 대해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고구마 파는 노인네’라고만 말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진 상태. “고구마란 화폐를 의미하는 은어”라며 “미네르바는 외환 딜러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등장했다. 미네르바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보니, 그가 올린 글을 두고 온갖 추측과 해석이 등장하기도 한다. 미네르바는 10월 25일 ‘미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아파트 가격을 내려서 팔고 싶은데 부녀회에서 막고 있다는 한 여성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은 “미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준말이고, 이 여성의 에피소드는 주식(아파트)을 팔고 싶지만 부녀회(정부)의 반대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야기”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온갖 추측이 등장하자, 미네르바는 같은 날 “미자는 오늘 고구마를 사러 온 39살 색시 이름이고, 실명은 최미자”라고 밝혔지만, 이 글 역시 해석의 도마에 올려졌다. 39살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 자금 39조 원을 빗댄 것이고, 미자의 성이 ‘최’인 것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을 상징한다는 해석이다. 미네르바의 정체를 둘러싼 공방과는 별개로, 미네르바를 따르는 네티즌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네르바가 쓴 글은 대부분 10만 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읽었다. 미네르바의 글은 평균 조회 건수 5만 건, 평균 댓글은 약 1000건에 달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가 지난달 “너무 이름이 팔려 이쯤에서 판을 접어야겠다”는 글을 남기고 돌연 잠적했었다며 “그가 다시 잠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글에다가 추천도 달지 말고 조용히 읽고만 가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 日 환투기 세력 공격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예언 화제 정치·경제 분야에서 해성처럼 등장한 미네르바. 그의 인기가 급증하자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압박을 가해 오기도 했다. 다시는 안 나타날 것 같은 그는 그러나 시사월간지 ‘신동아’에서 장문의 글을 남기며 또 다시 네티즌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는 사상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고 일본 환투기 세력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한국은 내후년까지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한국은 내년 3월 이내에 일본 자본에 편입되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으로 미네르바는 먼저 환율에 대해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리인하는 오히려 역성장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의 예대마진율과 예금이율은 낮아지고 대출 이자는 높아지는 결과를 양산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한국의 달러화 비중이 굉징히 높은데, 자칫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 그에 따라 원화가치 역시 동반 하락할 공산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한국은 500선, 미국은 5000선이 올해 바닥이며, 중국은 1000선이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건설업체 연쇄부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상호저축은행에는 위험 경고등이 켜졌으며, 이러한 흐름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에는 500선도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6월 말 기준 환율가격을 1200원으로 잡아도 키코의 실제 손실금액은 1000억 원을 넘었다”며 “환율이 1500원에 근접했을 경우 그 금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80% 이상은 도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강남·강북이 추가 하락해 반토막 이상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주식이 하락할 때처럼 사면 살수록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으로 오는 2010년까지 불황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자본에 의해 한국이 편입되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미네르바는 “일본은 최근 자진해서 IMF 자금조달에 나섰는데, 통화 스와프가 아닌 IMF를 통한 한국 자본 잠식 카드를 염두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바쁘기 때문에 한국과의 통화 스와프도 그리 달갑지 않은 상태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스스로 10조 엔을 IMF에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한국 경제를 일본 자본에 편입되게 만드는 쪽으로 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그의 복귀를 환영하는 눈치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예리한 기고는 답답한 가슴을 뚫리게 해준다는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미네르바 추종자들까지 생겨 미네르바를 장관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정도다. ■ 미네르바, 50대 초반 증권맨? 그렇다면, 미네르바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그는 인터뷰를 통해 ‘50대 초반, 증권사 출신이며, 해외체류 경력이 있는 남자’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맞다고 시인했다. 그는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체류 경험도 있지만, 나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유명세를 타고 싶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글을 써온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신원이나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뛰어난 예측력과 정보력에 대해서는 “과거 경제위기 당시의 외국 사례와 현재 시점의 정부 정책 실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경제를 아는 사람은 누구든 쉽게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석의 근거는 “국내외의 수많은 경제지표와 사례집, 외신 보도자료를 수집해 통계수치를 규합한 것을 일괄적으로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개인적인 채널은 금융시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혀 없다고 예기할 수는 없지만, 채널에서 받은 모든 정보를 그대로 믿고 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판단으로 (경제를) 예측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