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북지역 공략을 위해 지난 11월 19일 경상북도 구미를 찾았다. 민주당은 정부의 10.30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국가균형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 여론에 힘입어 수도권 규제완화와 종부세 무력화가 가져올 지방경제 부실화를 강조하면서 지역 민심을 끌어안는다는 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구미에 있는 한 호텔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구미 상공회의소와 정책간담회를 여는 등 19일 내내 구미시에 머물면서 대정부 공세를 퍼부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0년 간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지방경제가 활성화됐고, 전북과 경북에도 공단을 만드는 등 희소식이 있었는데,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 발표로 지방이 큰 좌절과 혼돈에 빠졌다”고 문제를제기했다. 이어 “헌법에도 국가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 헌법정신과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 “한나라당도 잘못 있다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국가균형발전 정책 옹호를 철회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에도 국가균형발전을 적극 호응하는 그룹이 있었으나 변심했다”며 “국가균형발전 특별법도 폐기하다시피 하여 이름도 바꾸고, 특별회계도 바꾼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사무총장도 “한나라당이라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많이 찍어줬는데, 잘못한 일이 있다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역 민심에 호소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직접 거론했다. 송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책임있게 행동해야 하는데, 집권당 프리미엄을 즐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오히려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힐난한 것이다. 일전에 박 전 대표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환경 개선 등 현실적 대안을 먼저 내놓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고도 후속 대책에 미흡했던 점에 대한 비난이다. 송 최고위원은 “파주 LCD 공장을 구미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성조 의원 등도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침묵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 한나라당 텃밭에 민주당 씨앗 심기 민주당의 구미 일정은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경북 구미를 중심으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결집해 지방선거와 총선의 승리를 견인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의 상징 지역의 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노력으로 보인다. 정부의 친수도권 정책으로 지방 민심이 이반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부각시켜 지역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 영남 출신의 윤덕홍 최고위원은 “김성조 의원, 김태환 의원 등은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해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 비판하고 막아야 한다. 만일 계속 꼬리 내리고 묵인하면 경북도당이 물갈이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민경제 살리고, 강부자 감세시키는데 반대서명 계속해서 대구·경북의 위세를 만천하에 공표하자”며 “지방선거·대선·총선까지 여세를 몰아 확실하게 물갈이해 지방 살리고 서민 살리는 기치를 꽂자”고 전했다. ■ 2개월 전에도 대구 공략 나서 민주당은 2개월 전에도 대구·경북 지역 공략에 나선 적이 있다. 지난 9월 19일 대구 방문이 그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민주당은 부자감세로 불리는 종부세 완화에 따른 지방재정 지원의 축소와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한 지방기업 역차별에 주안점을 두었으나, 9월 당시에는 대구의 주요 현안이었던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K-2 공군기지 이전 등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당시 대구의 한 호텔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대구·경북 지역 사회 원로 및 시민단체 관계자, 지역의 핵심 당직자들을 만나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후에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만나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민주당은 호남지역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영남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정세균 체제 이후 경북 지역을 방문해 지역민심을 모으고 있다. 정 대표는 당시 지역 당직자들에게 “절대 홀대하거나 경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무조건 승리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에 젖어 있지 말고 중앙당과 지역이 잘 소통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도를 높여 가자”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대구시와의 정책협의회에서도 “대구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10%대 지지율에 다급해진 민주당 민주당의 이 같은 영남권 공략 행보는 지지율 10%대의 침체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당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지방에서부터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14.2%, ‘리얼미터’ 19.3%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을 이반한 민심이 민주당으로 오지 않고 무당층으로 남은 탓이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에서도 무당층이 57.7%에 이른 점은 민주당의 지지율 부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0일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지지율 고착에 대해 “전당대회 이후 4개월 반이 지나면서 당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당 지지도가 답보상태”라며 “어떻게든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 지지도라는 것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어서 여당 지지도, 대통령 지지도가 형편이 없음에도 민주당이 이를 흡수할 능력을 갖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