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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특집] 공급확대 경제전략 운명의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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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5호 편집팀⁄ 2008.12.02 15:07:04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급속히 전파되는 경로에는 ‘신용 파생상품(credit dervatives)’이 자리잡고 있다.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되면서 ‘위험분산’이란 가치 덕에 금융업을 급신장시킬 수 있었다. 금융상품이 지니는 위험(부채기업의 도산, 은행 대출의 미상환, 환율변동으로 인한 가치하락, 금리변동으로 인한 이자 부담 상승 등)을 헤지(회피)하는 수단으로 복잡한 금융공학적 설계 방식을 거쳐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이런 파생상품은 한편으로 그 위험을 어디에 떠넘겼는지 모르게 만들었다. 소위 고위험·고수익의 투자만능시대에 고위험이 은닉됐다가, 현재 한꺼번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모두 ‘안전자산’으로 치부하는 과도한 경향이 문제였다. 금융수장이 위기 초에 타국보다 한국은 파생상품 투자가 적어 금융위기에서 안전하다고 호언했던 사례가 단적이다. ■ 美 부실채권 손실이 한국으로 덮쳐오는 구조 파생은 채권을 증권으로 전환하는 CDO(부채담보부 증권)에서부터 채권을 잘게 쪼개서 만든 CDS(신용 디폴트 스왑), 다시 쪼개진 채권을 서로 다른 종류로 섞어서 재분류해 만든 ‘합성 CDS’ 시대로 급성장해왔다. 한국은 고위험의 ‘합성 CDO’에 먼저 노출됐다. 그 결과, 미국의 부실채권에 대한 손실이 한국으로 덮쳐오는 구조가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자신의 고객들을 이용한 것이 화근이다. 중소기업에게 환헤지란 명목으로 ‘키코(KIKO)’라는 외환 스왑 파생상품을 팔고, 개인에게 정기예·적금을 적립식 펀드로 전환시킨 것이다. 가장 위험한 파생상품을 전 국민과 기업에 넘긴 대가는 상업은행을 미국식 투자은행(IB)으로 전환하는 ‘금융허브’ 전략이었다. 은행은 대출확대로 자산을 키웠다. 불행히도 IB의 원조인 미국의 월가에선 파산과 공적자금 투입의 악순환이 한창이다. 위기가 커질수록 투자와 수익보다는 신용과 안전이 우선되는 상업은행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심지어 고수익이 보장됐던 미국형 ‘안보·금융중심주의’를 이끈 레이거노믹스가 이제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도 강력해졌다. 대처리즘과 쌍두마차를 형성해 전 세계를 강경보수주의로 이끈 레이거노믹스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란 ‘쌍둥이 적자’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공학으로 고수익 성장의 신화를 이뤄냈었다. 그 배경에는 ‘작은 정부’란 구호 아래 규제완화와 감세라는 공격적 무기가 ‘국제전쟁 불사’로 뒷받침됐었다. 공급우위에 기초한 레이거노믹스는 한국 성장의 토대였다. 원래 뿌리인 ‘라퍼 곡선’은 “감세하면 성장한다”는 단순 곡선에서 과연 감세의 최적점이 어디냐는 의문에 답하지 못해 ‘정치선전’으로 치부된 상태였다. 반면, 공급확대를 위해 자유무역과 자유시장경제가 강력히 추진되면서 전쟁도 일으켰다. 지나친 공급확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아주 작은 규모에서 신용경색을 일으켰고, 급기야 7000억 달러(약1000조 원)를 투입해도 경색이 풀리지 않는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보다 더 큰 2900조 원(2조 달러) 정도를 투입하는 유럽은 ‘막힌 은행대출’을 뚫어 경제순환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고, 미국은 ‘판매가 막힌 파생상품’을 공적자금으로 사들여 순환통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만, 미국은 파생상품이 급추락한 이후 현 시점의 적정가격 산정에서 큰 격차 해소가 남아 있다.

■ 공급과잉이 증시폭락과 환율상승 초래 한국은 이와 달리 200조 원으로 시중은행에게 ‘선제적 자금투입’을 시도했다. 외화대출 확대에다 국내 대출도 키우려 덤빈 것이다. 원래 공급과잉의 한국 상황은 증시폭락과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이 주종이고, 기업과 가계의 위기는 여기에서 퍼져나간 것이다. 불안의 근원인 증시폭락은 원래 태생적이다. 10년 전에 외환위기 해소를 위해 외국인 투자금으로 외환과 금융·증시 모두를 한꺼번에 해결한 탓에, 외국인이 증시 하나를 흔들면 모두가 흔들리고, 더구나 외국인이 선물거래 기법으로 ‘꼬리로 전체’를 흔들도록 키워온 응당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더 나아가, 파생상품을 ‘고수익 안전채권 상품’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퍼뜨린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공격적 공급확대로 인해 결과적으로 2008년에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맞물렸다. 비운의 확대는 무역적자의 구조화와 가계 및 기업의 부채 확대와 은닉이다. 더구나 정부와 당국의 불안한 외환보유고 운용도 가세했다. 급등하는 엔고는 제외하더라도, 미국 부동산 모기지 업체인 패르매딕과 페니메이에 400억 달러를 투자한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와, 시중은행의 숨겨진 파생상품 투자규모는 불안정의 시조였다. 여기에다 정부의 ‘환율주권주의자’들이 환율방어를 명목으로 400억 달러 가량을 소진한 구조는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단기외채가 가세했다. 정부는 이를 700억 달러로 잡고 140%를 공급해 1000억 달러 지급보증안을 내놨다. 그러나 은행의 단기외채에는 외국계 은행 지점으로부터 거래한 외환 스왑 800억 달러가 더 있다. 정부는 이를 부채가 아닌 ‘교환(스왑)’으로 해석했지만, 구조상 외국은행 지점이 빠지면 ‘신용대출’이라서 환율시장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원화로 볼 때는 그 금액보다 더 크게 단기외채로 잡혀 규모가 15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외국 투자자들은 이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을 투자은행으로 전환하려는 정부가 외국인의 환율공세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를 벗어나고자 시도한 한국은행과 미국 FRB 간의 300억 달러 외환 스왑에도 미지수는 남아 있었다. 공개되지 않은 ‘중개인 수수료’와 ‘가산금리’가 변수였다. 환율의 급등세가 당국의 기대와 달리 멈추지 않은 것도 여기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1달러 당 1500원을 넘나드는 환율구조는 기업들에겐 악몽이다. 키코에 걸려 있는 기업들은 흑자도산의 위험선을 넘나들고 있다. 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는 ‘은행대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집요한 전략이 국제적 기준인 ‘BIS비율’ 변경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공급우위 기조는 원래 미국 레이거노믹스의 ‘작은 정부’에 기초하고 있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작은 정부’ 연설은 원래 백인들의 인종차별적 반발을 이용하여 대중적 기반을 조성한 미국 공화당의 이념에 기초했고, 소위 ‘사회복지 비용의 낭비’를 겨냥했다. 이어 규제철폐로 금융자본주의를 통한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이번 미국 금융위기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종언을 고해가고 있다. 금융제재 없이 방만해진 투자은행들이 미국 경제를 키웠으나, 이제는 금융위기로 주주뿐 아니라 투자은행과 관련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입혀, 결과적으로 8000억 달러가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게 만든 것이다. 이런 구조는 외국투자자와 전문가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급이 확대될수록 금융시장이 더 불안정해지는 이유이다. 그 덕에 주가와 환율은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아직도 은행과 기업의 파생상품 손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의 자본확충에 정책의 온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의 외환보유액 축소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속 3개월 적자이던 경상수지가 10월에 모처럼 흑자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입 급감의 결과란 속사정을 들춰보면, ‘경기후퇴’의 징후군으로 파악될 뿐이다. ■ 2009 경제질서, 상당한 변동 예고 2009년의 최대 관건은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따른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다. 이는 정부가 국제적 추세에 반하면서까지 집요하게 추진하는 미국식 IB(투자은행)로의 전환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동시에 삼성그룹의 ‘이재용 상속’을 완결시켜줄 호재이다. 이에 정부와 삼성그룹 간의 ‘달러 전대(轉貸)’ 방식이 논의되기도 했다. ‘금산분리(金産分離 :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한 규제) 완화’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핵심구조를 인정해줘, 지주회사 전환에 20조 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삼성그룹에 그만큼의 혜택을 안겨준다. 즉, 그 결과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되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최대주주인 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면서 그룹상속이 이뤄지는 구조이다. 연말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고 금산분리 완화로 규제철폐가 이뤄지면 내년의 경제질서에 상당한 변동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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