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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이참에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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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7호 박형규⁄ 2008.12.16 13:46:09

애꿎은 농심이 또 한 번 멍들고 있다. 한마디로 ‘노 측근 게이트’(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로도 일컬어지는 농협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 진상이 검찰 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화 바람으로 1988년에 단위조합장과 중앙회장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3명의 민선 중앙회장(한호선·원철희·정대근)이 모두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가히 복마전으로까지 불리울 정도로 농협의 적폐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3대 정대근 회장은 2005년 서울 양재동 농협 땅을 현대차에 팔면서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과 추징금 1천300만 원을 선고 받은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를 비롯한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세종증권 인수와 휴켐스 매각의혹에서도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2006년 세종증권 인수 당시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에게서 5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 때문이다. 중앙회장이라는 자의 이 같은 검은 돈 챙기기의 탐욕이 난무한 가운데, 개방의 파고에 맞서 죽을 힘을 다해 안간힘을 쓰는 농민들은 ‘나 몰라라’한 채 정치나 하고 제 뱃속만 챙기는 복마전이 바로 농협이라는 지탄들이다. 이 같은 농협의 실상이 만천하에 알려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아간 자리에서 “농민들은 다 죽어 가는데 농협 간부들은 정치한다고 왔다갔다 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농협은 번 돈을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농민들이 농기계를 훨씬 싸게 임대해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사실 농협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건 한두 번이 아니며, 또한 지배구조나 경제사업 등에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이날 질타는 ‘농협이 돈벌이에만 골몰하고 정작 주인인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세간의 비판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이 이처럼 농협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정도라면, 인적 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견해들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농협을 개혁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하거나 쉽지 않다. 역대 정권들에서도 비리가 터질 때마다 개혁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번번이 변죽만 울리고 말거나 용두사미로 끝났던 게 사실이다. 복마전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농협의 적폐가 그만큼 뿌리가 깊고 또한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농협은 전국에 1200여 개의 단위조합을 거느리고, 240만 명 조합원의 돈으로 조성된 자금(상호금융예수금)이 160조 원으로 금융회사 4위 규모로 막강하다. 중앙회는 남해화학에서 NH여행사에 이르기까지 25개 계열사에 78개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임직원만도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진정 농민과 농업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들이 지배적이다. 농협은 명색이 농민들의 협동조합이지만, 사업체는 중앙회 임직원들의 평생직장으로, 감독기관인 농림수산식품부의 퇴직 후 일자리로 변한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지역 단위조합과 지방 의원 간의 정치적 유착구조로 인해 정작 농민들은 담보가 있어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농민들을 홀대하거나 도외시하는 것도 모자라,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까지 업고 갖가지 수법의 부정과 비리로 국민 혈세를 수탈하는 농협으로 전락했음을 이번 ‘노 측근 게이트’가 재삼 극명하게 실증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뭣보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협이 더는 부정과 비리를 저지를 수 없도록 철저하고도 강력한 개혁을 단행하여 농협을 주인인 농민에게 돌려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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