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호 김대희⁄ 2008.12.16 15:47:29
# 서울 목동에 사는 김영임(42) 씨는 올해 초 IPTV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IPTV가 못 미더워 아예 켜지를 않았다. 혹시나 아이들이 책은 읽지 않고 TV만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며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IPTV 활용 교육에 재미를 붙였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에게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씩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보여주는데,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보는 TV인 IPTV(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가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에서 실시간 방송 서비스로 기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IPTV 시대가 도래했다. IPTV로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만 편에 이르는 다양한 콘텐츠에다 각종 부가기능까지, IPTV는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현재 서비스 중인 IPTV는 KT의 ‘메가TV’와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옛 하나TV)’, LG데이콤의 ‘myLGtv’ 세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11월 17일 KT가 지상파 방송 등을 실시간 서비스하며 IPTV시대를 열었다. IPTV는 그 동안 차세대 미디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엄기영 MBC 사장은 경제위기를 맞은 10월 사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불안정한 광고시장에만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번에 또 실감하게 된다. IPTV와 DMB 등 뉴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엔 어려운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흉흉한데, 이럴 때 자녀들의 사교육비가 큰 문제로 떠오른다. 야후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황에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응답자의 39%가 ‘경조사비’, 22%가 ‘사교육비’를 꼽았다. 이에 실시간 IPTV의 본격 개막과 함께 IPTV가 사교육 대체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IPTV 업체들은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와 실시간 방송을 보며 정보를 검색하는 등 양방향성을 활용해 수능 관련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IPTV의 특성상 유명강사의 강의를 집안에서 반복 시청하여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한, 농어촌 학생들도 IPTV를 통해 서울 강남 유명 학원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 IPTV, 새로운 교육 미디어로 주목 관계 당국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달 말까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IPTV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이를 위해 내년에만 약 200억 원을 투입, 전국 초중고교의 33%인 3,600여개 학교의 인터넷 이용체계(망)를 IPTV 서비스에 적합하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연간 20조 원 규모. 가구당 월 소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무려 20%가 넘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한국의 교육비 부담이 가장 높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은 의미가 있다. IPTV가 ‘가정학습’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면, 사교육비 경감은 물론 선진교육환경의 정착이라는 점에서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9월 방통위 업무보고와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한데 따른 것인데, 2012년까지 IPTV로 사교육비 1조4,300억 원을 줄이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9만 원(2007년 기준)의 15.5%를 IPTV 양방향 교육 서비스로 대체할 방침이다. 방통위와 교과부는 이를 위해 학계와 사설학원 전문가들로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서울 학원가의 교육물을 IPTV에 담기로 했다. 공교육 콘텐츠 이용을 활성화하고, IPTV 교육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서울 유명 사설학원의 교육물과 함께 서울·경기·충남·충북 등 전국 주요 교육청의 초중고 학습 프로그램도 IPTV를 통해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또 KT로 하여금 TV 채널 60개 이상, 데이터 방송 채널 25개, 오디오 채널 30개, 주문형 비디오(VoD) 4만 편을 1만6,000원에 제공(기본형 상품)할 수 있도록 이용요금 신청을 승인했다. 내년 6월 30일까지 TV 채널 수를 80개 이상으로 늘린 고급형 상품을 출시하도록 승인 조건을 거는 등 IPTV 서비스 활성화도 꾀하기로 했다. 특히, 내년 2월 28일까지 시청자가 원하는 채널을 골라 구매하는 이른바 ‘아라까르뜨(A La Carte)’ 방안을 마련해, 이용자 선택권을 확대하도록 했다. 형태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앞으로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가족부 등과 함께 양방향 교육 서비스와 교육 관련 공공 콘텐츠를 IPTV에 담아 가계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PTV로 서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구호가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IPTV의 핵심이 되는 콘텐츠 육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 영어교육부터 실시간 학원강의까지 콘텐츠 ‘풍성’ IPTV 업계도 양질의 교육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케이블 TV 등 경쟁 미디어와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데다, 생활밀착형 미디어로 자리 잡기 위한 방편으로 교육 부문을 유력한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TV, 실시간 학원 강의 = 교육 콘텐츠 확보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KT의 메가TV다. 메가TV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사교육은 메가TV가 책임진다”는 표제 아래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서비스 하고있다. 메가TV는 우선 지난 9월부터 유아·어린이 서비스를 개편한 ‘메가키즈’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언어능력 향상, 두뇌·감성 개발에 도움이 되는 영어학습과 창의력학습의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알파벳 학습, 영어 동요, 파닉스 프로그램 등 언어학습과 인성 기르기, 감성 기르기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중·고생을 위해선 1318클래스 내신강좌, 종로학평의 수능강좌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최근에는 유명학원의 대학입시 설명회도 제공하고 있다. 생방송 강의를 보면서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질문·답변하는 ‘라이브 에듀 클래스’도 중등교육 전문 정보에듀팝과 함께 양방향 학원 강의 서비스로 제공한다. 또한, 아발론교육·페르마에듀·정보프리미엄에듀 등 특목고 입시전문 교육기관의 동영상 강의를 양방향 교육관리 시스템으로 서비스하는 ‘프리미엄 학습관’도 개설했다. 직장인·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풍부하다. 직장인과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영어회화 학습 프로그램과 주택관리사·공인중개사·9급공무원 대비과정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브로드앤TV, 경제적 가격의 맞춤형 콘텐츠 = SK브로드밴드는 브로드앤TV를 통해 수능·논술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경제적인 요금으로 제공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최초로 IPTV를 이용한 양방향 교육 서비스를 시작했다. 브로드앤TV 양방향 교육 서비스는 고객이 IPTV를 통해 학습에 적극 참여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SK브로드밴드는 사교육 비중이 높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중학생을 대상으로 ‘대교평가’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교평가’는 고객이 학교 시험에 대비해 학년 및 과목별 모의시험을 볼 수 있는 콘텐츠로, SK브로드밴드와 대교가 IPTV용으로 공동 개발했다. ‘대교평가’에서는 리모콘을 이용해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푼 뒤 실시간으로 정답과 점수·해설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고등학생을 위해 내신과 수능을 한번에 준비할 수 있는 온라인 수능 전문업체 비타에듀의 수능 동영상 강의를 서비스하고 있고, 특목고 전문학원인 페르마에듀의 콘텐츠도 독점 제휴를 맺어 제공하고 있다. 또, 특목고 입학 및 대입 논술을 대비해 논술 강의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초등학교 학습 내용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쉽고 재미있게 만든 초등학생을 위한 ‘만만교과서’, 성인을 위한 인문과학·사회과학·자연과학 등 25개 분야 1,400여 편의 교과과정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김진하 SK브로드밴드 뉴미디어사업부문장은 “IPTV 양방향 서비스는 익숙한 TV 매체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어 높은 학습효과가 기대된다”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IPTV 교육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myLGtv, 어린이 영어 ‘강점’= LG데이콤의 myLGtv는 IPTV의 양방향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가입자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인 어린이 어학교육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myLGtv 어린이 영어의 가장 큰 장점은 유아·유치원생·초등학생 등 연령별로 단계를 나눠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유아를 위해서는 영국 Baby TV 프로그램 등과 제휴하여 모양·색·신체 등 다양한 주제로 영어 단어를 배울 수 있게 했다. 또, 유치원생을 위해서는 읽고 쓰는 능력 향상을 위해 슈퍼와이·비트윈더라이온스 등 미국 PBS 방송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위해선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초급 회화 표현을 배울 수 있는 EBS의 뻔뻔(Fun Fun)한 영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세배속 및 영어자막 기능도 myLGtv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0.8배속 및 1.2배속으로 재생 속도 조절을 가능케 하는 미세배속 기능은 유아의 학습단계별로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어렵고 빠른 발음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편, myLGtv는 실시간 방송이 시작되면 현재의 교육 관련 콘텐츠를 더욱 강화해 다양한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약 2만여 편의 교육 관련 VOD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