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 2009년 한 해의 나라 살림을 꾸려갈 밑천이 마련됐다.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2009년도 새해 예산을 총 284조5000억 원으로 확정, 통과시켰다. 이로써 이 예산 집행권이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으며, 정부는 이를 밑천으로 2009년도 한 해의 나라 살림을 본격적으로 꾸려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나라 살림을 꾸려 갈 최고 살림꾼이자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가 날로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새해 예산이 국회에서 정부의 손으로 넘어옴에 따라 이 대통령이 구상했던 각종 경기부양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금(밑천)’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마음이 이제부터는 ‘일’만 제대로 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꽉 차, 발걸음을 부쩍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새해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된 바로 다음날인 14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회의를 소집, 직접 주재하며 예산의 신속한 집행과 절대빈곤층에 대한 비상대책을 마련토록 지시했다는 보도에서 누구나 짐작케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키워드(요지)’는 예산의 조기 집행 및 간소화, 절대빈곤층 문제 해결, 행정절차 간소화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 선택과 집중 등이었다. 이는 새해 예산이 경제 활성화를 비롯해 유동성(운영자금)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마련 등 주로 경제위기의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는 점이다. 이 예산은 올해보다 26% 늘어난 24조7000억 원으로, 지난 5년 간의 평균 증가율 2.5%를 크게 웃돌았다. 이런 예산을 도로망과 철도망 확충 등에 투입하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책은행 출자 및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 확대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실탄도 확보되었다. 이런 조치들이 감세와 맞물린다면 재정자금의 시너지(상승)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등을 감안,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선 “내년 1년이 전부다” “이제 승부수를 띄울 때다”란 말들이 여기저기서 은연중에 스며 나오고 있다. 이는 바로 새해인 “내년이 사실상 이명박 정부 5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지난 대선에서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한 점 등이 내년 예산 집행성과에 따라 임기 5년의 앞날을 전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척도로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제17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이래 지금에 이르는 근 1년 동안 갖가지 악재들이 겹치는 바람에, 처음 출발 때의 호기를 살리지 못한 채 집권 1년차의 호기를 놓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 정도다. 이른바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위주의 첫 조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부터 이명박 새 정부의 이미지와 기대는 출발부터 크나큰 흠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뒤이어 터진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데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치는 바람에 집권 내내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주로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새해 예산과 함께 집권 2년차의 새해를 맞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새해부터는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 정책에 모든 힘을 쏟는 이른바 ‘올인’정책을 펴기 위한 ‘2009년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을 돕는 동시에 한국형 뉴딜 정책 등의 청사진을 담고 있어, 국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