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호 김대희⁄ 2008.12.23 14:35:48
휴대폰의 기능이 많으면 불편하다는 얘기는 오래 전 얘기다. 기술이 발전하여 사용자가 자기 마음대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가 기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차별화된 기능은 휴대폰 구매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는 컴퓨터처럼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휴대폰 바탕 화면에 깔아놓고 쓸 수 있는 가젯(gadget) 기능도 갖추고 있다. 휴대폰도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강조하는 ‘맞춤형 휴대폰’시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현상도 바로 이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이 가트너의 분석을 토대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휴대폰 시장 침투율은 지난해 8.9%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23.3%까지 올라선 후 2012년에는 절반에 육박하는 46.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맞춤형 휴대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맞춤형 휴대폰 시대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탑재할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 신동형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 연구원은 ‘2009년 휴대폰산업 전환에 주목하라’는 보고서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의 차별화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어플리케이션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도록 기능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위치·얼굴·음성의 인식 기능 등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원의 이성호 수석연구원도 ‘휴대폰산업의 진화와 경쟁구도의 변화’보고서를 통해 “사용자 메뉴(UI) 혁신을 위해서는 오감기술·상황인지 등의 SW 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SW 사업자와 공동 개발을 통해 플랫폼 및 웹 기반 SW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휴대폰 제조사가 소프트웨어까지 담당하기는 힘든 만큼, 정부에서 간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태근 의원(한나라당)은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모바일 인터넷 관련 임베디드(내장형) SW나 콘텐츠 매출 규모는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볼륨 성장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변화 현재 국내 휴대전화 보급률은 93.6%(11월 기준)로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LG경제연구원의 신동형 선임연구원은 휴대폰산업의 패러다임이 ‘볼륨 성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동력인 스마트폰에 역량을 강화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 업체들은 2012년 휴대폰 전체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성능 차별화에 집중했던 데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차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 가장 적합한 OS를 선택하고 위치나 얼굴·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기능 등으로 스마트폰을 차별화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어플리케이션 기능 강화와 관련 기술에 대한 배타적 권리 확보, 소비자 니즈 발굴 및 정확한 시장수요 예측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경쟁사보다 빠르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스마트폰 전문업체에 대한 M&A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사들이 내부 역량을 축적할 여력이 없다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미래를 준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원 측은 “스마트폰은 휴대폰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점령해야할 영역”이라며 “휴대폰 기업들은 경쟁사들이 머뭇거릴 수 있는 지금이 미래 휴대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전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 국내 업체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로 스마트폰 시대 대비해야 연평균 20%대의 고성장세를 이어 왔던 전세계 휴대폰 산업이 내년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 제시됐다. 무엇보다도 내년에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점점 가시화돼 휴대폰산업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년 전세계 휴대폰 산업이 10% 미만의 저성장세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스마트폰 등이 휴대폰산업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러한 산업환경 전환 속에서 선도 업체인 노키아와 관련 산업의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인 스마트폰과 서비스 플랫폼을 활성화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대한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에 시장전문 조사기관인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사는 내년 휴대폰산업 성장률을 6.5%로 전망했다”며, “이후 성장률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최근에는 경기 침체의 깊이에 따라 성장률은 보다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휴대폰산업은 지금까지의 고성장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필요로 한다”며 “이미 휴대폰산업 내부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선임연구원은 일례로, 보다 발전된 컴퓨팅 및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인 스마트폰과 서비스 플랫폼 사업 확대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성장세가 꺾이는 내년은 이러한 노력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됨으로써 휴대폰산업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대폰산업 선도 기업인 노키아의 경우 이미 구축된 스마트폰 역량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서비스 플랫폼의 시장 기회를 활성화시키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선임연구원은 “노키아가 지금까지 준비해 온 차별적인 역량은 휴대폰산업의 전환기에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장점유율 약 40%의 안정된 사업기반을 갖춘 노키아는 스마트폰과 서비스 플랫폼 등 신성장동력을 미리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결과 노키아는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50% 이상 확보하고 OVI(브랜드 명칭: 핀란드어로 관문이라는 의미)라는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했다”고 덧붙였다. 신 선임연구원은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의 자료를 인용해 내년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대비 20% 이상 성장해 약 3억 대의 시장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노키아를 제외한 삼성전자나 소니에릭슨·LG전자 등 세계 시장점유율 2위~5위 기업들은 사업영역 확대보다는 기존 사업영역 내에서 사업기반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위~5위 휴대폰 제조기업들이 휴대폰산업이 전환기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장에서 안정된 사업기반 확보를 위해 볼륨 경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신 선임연구원은 분석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저성장세로 전환된 산업환경에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잘 인식해야 한다”며 “이제는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성능 차별화에 집중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인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차별화 방안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