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징수의 기술은 가장 작은 비명을 지르게 만들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얻는 방식으로 거위의 깃털을 뜯어내는 것과 같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상이었던 꼴베르(J-B. Colbert)는 세금에 관해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정부가 세금을 걷는 행위를 멀쩡한 거위에서 깃털을 뽑아내는 행위에 비유한 것은 세금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나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세금 내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는 세금을 걷는 정부가 부당하게 국민의 재산을 강탈해 가는 것처럼 인식된 풍토를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대희 기자 heeis@cnbnews.com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모든 나라가 연일 해법 마련에 고심하는 현실과 달리, 우리나라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논쟁, 쌀 직불금 논쟁 등 국민들이 바라볼 때 허송세월하며 경제위기를 애써 외면하듯 보였다. 잦은 번복으로 횡설수설하는 정부·여당의 종부세 관련 정책 혼선은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경제위기의 중심에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2007년도 우리나라 조세수입은 205조 원이었고, 그 중 종부세 수입은 2조4,000억 원이었다. 그 비중이 총 조세수입의 1% 남짓밖에 안 되는 이 세금이 우리 사회를 온통 들끓게 만들었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어려움은 아랑곳없이 가장 크고 중요한 본질인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는 뒤로 밀려난 것이다. 종부세란,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종합토지세 외에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 대해서 국세청이 별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국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2003년 10월 29일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법안을 마련하면서 부동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개념이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와 부동산 투기 억제, 불합리한 지방세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2005년부터 시행됐다. ■ 경제위기 속 서툰 결정…갈등만 불러와 MB 정부는 취득·등록세를 비롯해 참여정부의 상징이었던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제 완화책을 추진하고, 수도권 규제를 풀었다. 헌법재판소도 종부세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종부세와 수도권 규제 완화는 서민과 지방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무조건적인 완화만을 우선시했지, 정치적 고려나 경제적 배려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9월 23일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종부세를 물리는 대상을 줄이고(공시가격 6억 원 이상→9억 원 이상), 세율을 대폭 낮추는(1~3%→0.5~1%) 내용이었다. 종부세 개편은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되돌리겠다는 의도였다. 징벌적인 성격의 잘못된 세금을 고친다는 당위성도 있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섣부른 결정이 됐다. 9월 23일은 미국에서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일주일 남짓 지난 때였다. 은행은 달러를 구하느라 비상이 걸리고, 고용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는 다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종부세라는 민감한 사안을 끄집어낸 것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정치권과 민심은 종부세 찬반 논란 속에 빠졌다. 그러나 정부는 종부세 개편을 밀어붙였다.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야당의 공세에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소득층에 대못을 박는 건 괜찮은 거냐”며 맞섰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냉소와 불신을 자초했다. 정부 내에서조차 “경제위기의 와중이어서 종부세 개편을 꺼낼 시기로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실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결과를 보고 개편 여부를 결정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후 종부세는 헌법재판소가 종전의 세대별 합산은 일부위헌 판결을, 거주목적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려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됐다. ■ 당정, 종부세 일반 보유과세로 개편 추진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부세가 격렬한 여야 대립 끝에 12월 1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내년에 재산세로 통합돼 폐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12월 17일 ‘2009년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고 부동산 세제 정상화 차원에서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 전환키로 했다.정부는 최근 개편안이 마련된 종부세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는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보유세제 정상화 차원에서 추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 위헌판결 및 종부세 개편으로 인해 지방에 내려가는 부동산 교부세의 감소가 예상되며, 교육세 등 목적세가 정비되면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에 정부는 이런 국세 세수 변화에 따른 지방재정 여건 변화를 감안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먼저, 정부는 부동산 교부세 감소분의 경우 내년에는 예비비에서 1조9,000억 원을 지원하고, 2010년에는 교부세율 조정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을 내년에 8조7,000억 원 가량으로 늘리고, 2010년부터 포괄 보조금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여기에 지방정부 스스로 재원조달 노력을 강화하도록 중앙정부 이전재원을 지방채 발행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담았다. 한나라당은 세금 부과 체계를 단순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2009년 1월 8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교육세를 본세에 통합하는 법률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도 임시국회가 끝나면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 지방 소득세·소비세 도입…간판세·온천세 등 검토 중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세원과 세수를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현 조세체계를 개편, 지방 스스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지방재정제도 개편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며, 지방 소득세·소비세 도입이 신중히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지자체별 재정여건 및 세원분포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례에 지방세 세목을 신설하고 구체적인 세율수준을 결정토록 할 방침이다. 온천이 유명한 지역에는 온천수세를 부과하고, 옥외간판 등에도 일정 수준의 간판세를 매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종부세 등 일부 계층을 위한 세금을 줄이는 대신 지방세 세목을 신설하여 이를 메울 경우 결국 “소수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덜어주는 대신 다수 주민들의 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어서, 실제 세목 신설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