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회오리가 휩쓸고 간 2008년이 지나고, 새로운 2009 기축년(己丑年)이 밝았다. 2008년은 우리 경제에 제2의 외환위기라고 할 만큼 어렵고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주식폭락, 잦은 사이드카 출현, 펀드 반토막 등 크나큰 이슈의 연속이었다. 그렇다면 새해 우리 경제는 어떨까? 이명박 정부가 당초 공약한 7·4·7 공약은 새해에도역시 허망한 꿈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보다 절반도 안 되는 3%대 성장 가능성을 제시한 정부의 전망도 힘을 잃고, 1%대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암울하다. 특히 일각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 불안이 새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회복 시기는 언제쯤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2~3년은 더 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 미국 경제의 회복 추이가 관건 우리 경제의 위기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관심은 아무래도 미국의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쏠린다. 이번의 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희망을 볼 수 있겠지만, 경기 추락이 이어질 경우 언제 또 다른 악재가 터질지 모른다. 사실상, 현재 세계 경제가 정확히 어떤 단계인지를 짚어낼 수만 있다면, 경제가 언제 바닥을 칠 것인지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전문가들조차 예측은 중구난방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이제 막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일본·유로 등 선진국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고용여건이 악화되면서 소비가 지속적으로 위축될 전망이고, 유럽 지역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신용경색이 걱정이다. 일본은 엔화 강세와 디플레이션 압력 등이 경기하락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시장국들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교역량이 줄고, 이는 수출여건 악화로 이어지면서 경제를 탈진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아, 내수와 수출은 동반 부진의 늪에 빠지고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해있다. 여기에 자산가격 하락,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부진도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다행인 것은, 내수 침체와 서비스 수지 적자 축소 등이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들어 외환시장의 위기를 해소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환율도 급락세로 돌아섰다”며 “외환시장의 경색 분위기는 많이 풀렸으며, 앞으로 다시 경색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급락세에 힘입어 국내 물가도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통화정책이나 환율정책 등에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대부분 올해 안으로 우리 경기가 바닥을 찍고 그 이후 완만하게나마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분석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반기에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하반기가 되면 그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새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 전망치를 3%대에서 1.8%로 수정해 발표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다, 상반기 내수와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이 수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1.7%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9일 내놨던 종전 전망치 3.4%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은 1%대를 간신히 넘긴 2.0%로 전망했다. 전 세계 경제 성장률 1.9%를 주요 전제로 삼은 것이라는 게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계 성장률이 더 낮아지면 국내 성장률도 1%대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기존 2.2%에서 추가로 하향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밖에, 골드만삭스 등 세계 7개 주요 투자은행은 우리나라의 내년도 성장률을 평균 1.2%로 제시했다. 수비르 랄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담당 과장은 “올해 1분기에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중반부터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IMF의 새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2.0%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새해 성장률이 3.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2.2%, 하반기 3.8%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이나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여건이 상당히 어렵고 하반기에 다소 회복하는 그림을 제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이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고, 한국 경제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 연구기관들, 경제성장 1~2%대 전망… 예측보다 기대치 평가 연구기관들의 이 같은 분석은 그러나 예측이라기보다는 기대라는 평가가 많다. 분석 대부분이 새해 하반기부터 미국 금융불안이 안정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다, 회복이 되더라도 급격히 될지(U자형), 혹은 거의 바닥 상태의 불경기가 상당 기간 유지될지(L자형)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예측을 못하고 있다. 새해에 세계 교역량이 줄고 주요국의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수출과 내수, 투자 등은 모두 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불안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전하며, 위기의 주요인에 대한 명확한 분석도 나오지 않고 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국의 주택재고가 300만 채 수준까지 줄어야 불안이 진정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주택재고는 460만 채까지 늘었다가, 현재 420만 채 수준으로 줄었지만, 정상적인 재고 수준 260만 채보다는 여전히 많다. 미국 FRB의 최후 카드인 제로 금리가 주택 구매수요를 얼마나 늘릴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실물경기의 침체가 지속돼 한계기업들이 무너지면 다시 금융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우리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부실이, 은행보다 저축은행의 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한쪽에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흑자도산을 막아야 한다는 상반된 지적이 나와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시그널이 나와야만 경제 주체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