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폭락, 펀드 반토막, 미분양사태, 증권 애널리스트들의 잇따른 자살…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이 같은 불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세계 경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여실이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면 새해 세계 경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와 대동소이(大同小異)하거나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면 글로벌 경제는 침체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구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수요증가를 감안하면 평균 이 정도는 돼야 현상유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발표된 전망 보고서들은 새해 세계 경제가 0.9~2.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 추정치인 3.7%에 비하면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최근의 시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경제의 전망 수치는 낮아지는 추세이다. 세계은행(WB)이 지난해 말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보면, 새해 세계 경제는 0.9%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신흥시장국가의 경제도 예년의 절반 수준인 4.7%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7.0%에서 내년 5.3%, 그리고 오는 2010년 6.5%로 각각 제시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말 공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새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3.7%보다 크게 낮은 2.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의 전망치(0.9%)와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은 IMF가 구매력평가기준을 적용해 개도국 비중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제거하면 IMF의 새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1%로 세계은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 세계의 민간은행을 대변하는 국제기구인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아예 새해 세계 경제가 근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충격을 안겨줬다. IIF는 12월 18일 워싱턴에서 발표한 새해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치를 1960년 이후 처음으로 -0.4%로 예측했다. 올해의 추산치 2% 성장에 비하면 절망적인 수준이다. ■ 소수 전문가, 올 하반기 회복국면 접어들 가능성 점쳐 국가별로는 지난 10년 간 세계의 경제성장을 이끌던 중국의 상황이 드라마틱하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12월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그간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여 온 중국이 새해(2009년)에는 5%대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새해 중국의 성장이 지난해(9.7% 추정)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4분의1이나 되는 한국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8% 성장은 유지해줘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신년도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홍역을 치르고 나면 하반기부터는 회복국면에 접어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2월 18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지 논평을 통해 앞으로 6~12개월 이내에 금융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금융시장이 20세기 초반 이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그러나 6~12개월 내에 시장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스트로스칸 총재도 이날 “미국 경제가 2009년 말이나 2010년 초에 회복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는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내년 중 주택시장이 바닥을 칠 가능성이 있으며, 경기부양책에 따라 수요가 반등할 조짐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한 세계 경제가 확실한 반등 모멘텀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틴 펠드슈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필라델피아의 한 모임에서 “미국 경제는 최소한 내년까지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경제조사국(NBER) 의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1년 전부터 시작된 이번 경기침체가 회복세로 방향을 바꾸기에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크게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BER은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미 2007년 12월부터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확실한 반등 국면에 들어서기 위한 조건으로 시장에서의 신뢰회복을 최우선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로 촉발된 작금의 세계 경기 침체는 경제 주체들 간에 무너진 신뢰가 복구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실물 부문에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자금중개 기능은 심각하게 손상돼 있다”면서 “이들이 시장에 신뢰를 갖고 자금공급을 꺼려하지 않을 만한 계기를 찾을 수 있어야 세계경제가 탄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