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집권 2년차 정국 실타래 어떻게 푸나
화두는 ‘경제’…‘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여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인 기축년의 국정 운용은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 및 대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내년에 집중되기 때문에 ‘속도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여권이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국정 개혁→지방선거 승리→국정 재(再) 드라이브’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될 경우 조기에 레임덕이 올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는 까닭에, 이 대통령은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예년에 비해 한 달 반 가량 빠른 연내에 마무리하고, 신년연설도 당초 1월 5일로 예정했다가 1월 2일로 재조정돼 예년보다 보름 이상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업무보고와 신년연설 등 국정운영을 서두르는 것은 이른바 ‘경제 살리기 속도전’에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로 보이며, 특히 새해부터 곧바로 관련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연내에 모든 행정적 절차를 끝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신년연설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정치·사회 전반의 협력을 최대한 빨리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경제 살리기는 한시가 급한 과제로, ‘시간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대통령께서 모든 일정을 앞당긴 것은, 일전에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말한 것처럼, 경제 살리기 조치를 질풍노도처럼 실천에 옮기겠다는 취지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또 “업무보고를 연내에 마무리하기로 한 것은 모든 부처가 한마음 한뜻으로 경제 살리기 노력에 보조를 맞추자는 취지”라면서 “이 대통령은 평소 모든 부처가 경기 활성화 사업에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강조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MB 정권 1년, 국민 기대 못 미쳐
이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통상적 관례에서 벗어나 새로운 내용들이 상당 부분 담겨 있는 집권 2년차의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이와 함께 경제·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굳은 각오를 피력하면서 국민의 동참을 호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중산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새로운 성장 비전인 녹색 성장의 세부 청사진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담당하고 있는 한 핵심 관계자는 12월 25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경제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그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서민·중산층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몇 차례 더 수정 보완을 거친 뒤 연설 내용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번 신년연설을 하는데다, 내년 2월 취임 1주년을 전후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어서, 별도의 신년 기자회견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12월 19일로 48.7%의 대선 득표율과 530만 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1주년이 됐지만,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등에 업고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예고하며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수치상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집권 초에 불거진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로 국정은 3개월가량 난맥상을 보였고, 현 정권 출범 직후 60%까지 치솟았던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한때 10%대로 급락했으며, 그래서 불과 4개월 만에 청와대 참모진을 전원 교체하고 내각에 대한 부분 개각을 단행해야 했다.
국민에게 세 번씩이나 머리 숙인 이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면서 쇠고기 파동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경제 살리기 조치와 각종 민생개혁 입법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지지도는 다시 30% 안팎으로 회복됐지만, 이번엔 전혀 예상치 못한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또 다른 장벽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초기 대응과정에서 크고 작은 ‘착오’나 ‘실수’가 없지는 않았으나, 다행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큰 틀의 가닥을 잡았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협조로 경제 살리기와 직결된 새해 예산안도 조기에 통과시켰던 것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그 동안 법 개정, 규제완화 등을 통해 일할 수 있는 구조와 틀을 짜 왔던 것이 실제 국정 드라이브에 담겨 힘을 발휘할 시점에 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개혁에 가속도가 붙고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40%대 이상으로 오르는 등, 이 대통령이 선두에 서고 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가 그 뒤를 빈틈없이 받혀주면서 국민들의 여론이 뒤따라 준다면, 이 대통령은 확고한 국정 장악력을 가지고 각종 개혁을 하면서 나머지 임기를 순탄하게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연말 본격적인 국정 개혁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위한 마지막 단계라는 측면에서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한 전 부처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를 물갈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야당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해 예산안 조기 처리,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상정, 경제개혁법안 조기 처리 추진 등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2008년에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미국이라는 외래적 요인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던 만큼 미국·중국·일본 등 외국의 경제 향배가 주요 변수이기 때문에, 그만큼 ‘자의적 극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 저돌적인 ‘MB식’ 국정운영 예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경제팀을 비롯하여 일사불란한 위기극복 체제를 구성할 팀워크를 갖출 수 있을지, 그리고 각종 경제 정책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시점에 정확한 위치에다 메스를 정확히 갖다 댈 수 있을지, 또한 위기 과정에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계층과 집단들의 이해를 얼마나 구할 수 있을지 등도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사회적 강·약자, 노·사·민·관 등의 고통 분담을 통한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과정에서 고통 분담의 몫이 큰 쪽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자칫 이러한 불만요인들이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유기적 연결체를 잇고 있는 연결고리가 무너질 경우 ‘경제 대통령’을 요구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사회 전반의 불만이 폭발하는 뇌관이 될 위험성이 농후할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그러므로 청와대 내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될 경우 ‘제2의 쇠고기 파문’까지 우려하고 있어, 작금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각오에 비장함이 더욱 묻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쇠고기 파동은 정확한 실체가 없는 것이었지만, 경제 실패로 인한 불만 표출은 국민들의 당장의 생계가 걸린 심각한 사안”이라며 “그 소용돌이가 덮치면 그때는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현재 고삐를 다잡고 있는 공기업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경제 관련 규제 개혁에도 한층 속도를 낼 것이며, 또한 경기 진작을 위한 예산 조기 집행, 후진국형 노사문화 개혁,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강화, 대규모 실직사태 방지, 기업-금융기관 간 선의의 협조관계 가동, 세계 경제재편 과정에서의 주도적 역할 등에도 전력을 다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연초에 탕평인사를 통한 개각과 친정세력을 대거 포진시킨 청와대 진용 개편 등을 통해 면모를 가다듬은 뒤, MB 색깔을 지닌 인사들을 가지고 ‘MB식’의 저돌적인 국정운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인 이재오·이방호·정종복 전 의원,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신재민 문화관광부 차관,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 핵심 의원들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일부 전(前) 정권 핵심 인사의 중용설도 나오고 있어, 이들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한층 강한 힘을 갖고 추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새 정부 들어와 겨우 회복단계에 들어선 한미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주변 4강(强)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동시에, 경색국면에 빠진 대북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유야 어찌됐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물꼬를 텄던 남북관계를 집권한 지 불과 1년도 안돼 전면 중단 시킨 이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2년차에도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계속 냉랭할 경우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원칙을 지키면서도 뭔가 돌파구를 마련할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남북관계 당분간 현 기조 유지할 듯
사실 지난해에는 당국 간 대화 단절에 이어 금강산과 개성관광 중단, 경의선 열차운행 중단, 남북 육로통행 시간 및 인원 제한, 개성 남북경협사무소 폐쇄 등에서 보여지듯 현상적으로 크게 퇴행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풍전등화’의 개성공단마저 폐쇄될 경우 남북 교류·협력은 199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게 되며, 다음 수순으로는 북한이 지난해 10월 16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언급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예견할 수 있다.
이러한 예견에는 남북이 각자 현재 취하고 있는 대북·대남 입장이 단기간 내에 전환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북한은 체제 내부 단속의 필요성을 감안한 듯, 12월 18일 북한 국가보위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 정보기관과 연결된 자기 주민이 ‘수뇌부’를 해치려 모의하다 적발됐다고 발표하는 등 북한 주민들에 대한 대남 적개심 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정책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방책만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자존심을 상해 가며 관계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차라리 내부단속 차원에서라도 남측과 각을 세우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개성관광 중단과 남북통행 제한으로 요약되는 12.1 조치로 압박과 함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측이 먼저 쌀·비료 등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제의하지는 않겠다며, 북한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원칙을 지키며 기다린다’는 당초 입장에 변화를 줄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위기의 태풍은 남북관계를 ‘선결과제’라기 보다는 ‘관리해야 할 과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남북관계가 외부 요인이 작용하지 않을 경우 2009년에도 쉽게 개선되기 함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군사분계선과 서해 등에서의 국지적 무력충돌 등으로 현재보다 긴장지수가 더 높아지는 상황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2009년 내내 계속되면 남북한 모두에게 전혀 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일부 당국자들의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관계 정상화에 대한 남북한 당국의 기대가 있고,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바마 변수’가 적절히 어우러지면, 2009년 안에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만약 대화의 복원이 안 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2년 연속 우리 정부의 식량 및 비료지원 없이 허리띠를 조여 매야 하고, 우리로서도 집권 2년차까지 ‘남북관계의 조정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북한발 ‘안보 리스크’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따라서, 이런 상황 타개의 필요성이 내년 1월 20일 미국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 진전 여부를 축으로 하는 한반도의 정세 변화와 맞물려 남북 간 접점 찾기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정치권 일각에서 내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및 관계 정상화 담판 과정에서 물심양면의 동반자가 돼야 할 한국의 입장을 무시한 채 대북 대화에 속도를 내기가 부담스러울 것이기에, 북을 향해 “우리와 잘해보고 싶으면 남북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거나, “남·북·미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을 위해 남북관계를 풀어보라”고 우리 정부의 등을 떠밀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외부적인 요인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려면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메시지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북한이 체면 손상 없이 관계 복원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이 남북관계를 이대로 둔 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철저한 한미공조를 할 수 있는 미국의 새 정부 한반도 라인과의 소통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어, 과연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이러한 숙제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심원섭 dailyp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