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1월 들어 첫 휴일, 그것도 토요일이다. 2008년도의 힘든 시간 때문이었는지 아직도 2009년도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남들이 다 하는 신년맞이도 하지 않았다. 매년 해 봐도 별반 재미가 없었는데다, 너무 추운 날씨에 움직이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바깥에는 세찬 영하의 온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건만, 맑은 날씨라서 그런지 온화하게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래도 사람이 집안에서만 미적거리다 보면 녹슨 기계처럼 되는 것 같아, 오늘은 서울에서 네 번째로 높다는 관악산으로 향했다. 서울에 있는 산은 모두 26개라고 하는데, 가장 높은 북한산이 836.5m, 두 번째 도봉산이 739.5m, 세 번째 수락산이 638m, 그리고 네 번째가 629m인 관악산이다. 그럼 다섯 번째는 어디냐고? 582.5m를 자랑하는 청계산이다. 필자가 택한 코스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찾기가 쉽지 않은 사당역 출발 코스이다. 사당역-관음사-관음사 뒤로 가는 계단-급경사 오르막- 목탁바위-하마바위-마당바위-거북능선-선비바위-관악사지-연주대-연주암-기상청 기상 레이더-용마암-과천 방향 관악산 입구 먹자장터-과천향교 입구-과천 지하철-사당역의 순서인데, 제법 장거리 코스이다. 늦잠 때문에 오전 10시 30분에 사당역에서 출발했다. 과천 방향 관악산 입구인 먹자장터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정상에서 30분 정도 쉬었으니, 총 5시간을 산행한 셈이다. 발목이 시큰거리고 아프다는 반응을 보인다. 역시 나이는 속이지 못하나? 아니면, 운동부족? 사당역에서 조금 올라가니, 관음사가 나타난다. 물론, 그 전에 관악산 공원 안내도가 눈에 들어온다. 음~, 자세히 봐도 모르겠군. 일단 올라가자! 가장 먼저 마주치는 관음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로서, 신라 말엽인 895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천여 년의 역사에 비해서는 어딘가 초라해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관음사 입구 쪽에 장승이 서 있는데, 천하대장군·천하여장군 대신에 관음대장군·관음여장군이라고 되어 있다. 뜻풀이를 엉뚱하게 하면 큰일! 애초에 관음사에 들러 맞닿은 곳이 암석으로 어우러져 있어 정상까지 계속 암릉을 타고 넘어야 했다. 바위 틈을 겨우 빠져 나와 다시 바윗돌을 안고 기다시피 올라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였다. 바위에 설치된 밧줄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입석바위를 기어오르기도 이제는 지겹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괴한 모양의 바위들을 보고 탄식하는 것도 잠시! 줄줄이 서 있는 험난한 바위 코스들을 보니, 관악산을 쉽게 보았다가는 정말 큰코다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청계산과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오늘 코스를 너무 어렵게 잡았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게다가 처음에는 맨손으로 바위를 잡았더니 웬걸, 나중에는 얼음장을 잡는 느낌이 들어 혼이 났으니, 장갑은 필수다. 관악산 정상에서는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풍광을 즐기며 음식을 먹는다. 어딜 가나 먹는 재미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최대의 기쁨! 반찬을 곁들인 도시락이나 김밥과 따뜻한 커피를 가져온 사람도 있고, 오뎅에다 과일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산할 때에는 과천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아주 편안한 코스인데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경치를 볼 수 있어 상쾌한 기분으로 내려왔다. 사당역에서 올라갈 때는 화장실도 보이지 않더니, 과천 방향으로 내려갈 때는 화장실을 3~4개나 보았고, 눈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도 있어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짤막하게 관악산에 대하여 알아보자. 관악산은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처럼 보여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다. 일설에 따르면, 그 형상이 마치 관(冠)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도 하던데, 주위의 산세에서 으뜸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관악산은 개성 송악산(松岳山), 가평 화악산(華岳山), 파주 감악산(紺岳山), 포천 운악산(雲岳山)과 함께 경기도 오악(五岳)의 하나이다. 빼어난 수십 개의 봉우리와 바위, 철따라 변하는 산의 모습이 마치 금강산과 같다 하여 ‘소금강(小金剛)’ 혹은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 하여 ‘서금강(西金剛)’이라고도 한다. 이 정도라면, 관악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서울시민들도 관악산을 다시 한 번 쳐다보지 않을까? 풍수적으로도 관악산은 말이 많았다. 서울의 남쪽에 있는 불산(王都南方之火山)이라 하였는데, 산봉우리 모양이 불과 같아 화산(火山)이라 하여, 무학대사의 지적에 따라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의 양옆에 불을 막는다는 상상의 동물 해태를 만들어 앉히기도 하고, 숭례문(崇禮門) 바로 앞에 남지(南池)라는 연못을 파기도 하였다. 서울의 성문마다 현판이 가로인데도 숭례문의 현판은 세로로 되어 있는데, 이는 타오르는 불을 막아 내라는 뜻이었다. 관악산은 암괴로 이루어지다시피한 석산이다. 그래서 어느 능선에 가든지 암봉과 암릉이 줄을 이어 나타나는데, 유명한 팔봉능선이나 육봉능선을 가도 마찬가지이다. 능선의 암릉이 아기자기한 산행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등산객으로 하여금 그날의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해소해주는 역할까지 한다. 필자는 관악산 연주봉에 도달하여, 사람들이 꼭 한 번 가보라는 연주대를 찾았다. 솔직히 별 감흥은 없었지만 필자의 감성이 메말라서 그런 것 같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사성이 매우 깊다. 관악산의 최고봉인 연주봉(629m) 절벽 위에 있는 연주대(戀主帶)는 경기도 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되어 있다. 연주대는 이성계가 무학대사의 권유로 의상대 자리에 석축을 쌓고 30㎡ 정도의 대를 구축하여 그 위에다 암자를 지은 것인데, 꽤 유명하다. 절벽 위에 겨우 매달린 아찔한 위치에 있어 호기심이 간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약 300m 떨어진 지점에 연주암이 있는데,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龍珠寺)의 말사로 677년(문무왕 17)에 의상(義湘:652~702)이 창건한 절이다. ■ 관악산 산행 코스 필자는 산행을 즐기는 분들을 위해 7가지의 유명 코스를 소개한다. 관악산의 산행 코스는 너무나도 많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1) 서울대 입구-장군봉 코스, (2) 서울대 입구-삼성산 코스, (3) 서울대 입구-제4야영장-안부-연주대 코스, (4) 안양시-서울대 실습림-불성사-팔봉능선-주능선-연주대 코스, (5) 봉천동-능선 종주-주봉(연주대)-제4야영장-서울대 입구 코스, (6) 과천유원지-연주암-연주대 코스, (7) 과천 중소기업청(전 공업진흥청 자리)-백운정사-폭포-6봉-549봉-능선-정상-서울대 코스 등이 있다 (1) 장군봉 코스 호수공원에서 관악산의 가장 서쪽 지역인 성주암-장군봉 코스로 들어가는 길인데, 장군봉 못 미처 이어지는 암릉은 상당히 까다로운 구간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장군봉 북서쪽 능선에 호압사가 있다 (2) 삼성산 코스 호수공원에서 똑바로 들어가면 제2광장-철쭉동산을 거쳐 삼성산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면 삼막사, 그 다음이 정상이다. 호수공원에서 능선 위로 올라설 경우에는 암릉 산행이 되므로 유의하도록 한다. (3) 연주암 코스 관악산에서 가장 붐비는 코스이다. 서울대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들어가 호수공원을 지나 제4야영장에서 연주암으로 올라가는 코스이다. 서울대 입구에서 정상으로 가는 최단 코스이다. (4) 안양 수목원 코스 경기도 안양·군포·산본·안산 시민들이 자주 찾는 가장 운치 있는 코스이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불성사 부근에서 경사가 급해지고, 산 중턱에 올라서면 위압적인 팔봉능선이 나타난다. (5) 봉천동 코스 봉천중고를 지나 올라가면 계곡이 나오고, 계곡을 오르면 주능선인데, 꽤 긴 능선이지만 조망이 좋고 바위들이 있어 변화가 적지 않아 다양한 산행 경험을 맛볼 수 있는 코스이다. (6) 과천 코스 과천유원지 계곡을 따라 곧장 연주암으로 올라갈 수 있는 코스이다. 아름다운 바위 계곡이 있으며, 관악산 주봉으로 가는 최단 코스 중의 하나이다. 과천향교에서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 계곡을 따라 가지 않고, 케이블카(화물운반용)가 놓인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코스도 조망이 좋은데다 코스의 변화도 있어 재미있다. (7) 6봉 코스 과천의 정부청사단지로 들어서서 중소기업청(구 공업진흥청) 부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6봉 코스는 관악산에서도 이색적인 코스이다. 상당한 담력을 필요로 하는 암릉 구간으로 되어 있다. 6봉 코스는 8봉 코스와 함께 관악산 암릉미의 백미를 이루는 중요한 능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