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월 2일 가진 ‘신년 국정연설’에서 ‘2009년 국정운영 4대 기본방향’을 통해 강력한 이명박 정부의 체질 개선을 예고하는 등 자신의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정부를 구축해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겠다 ▲민생을 촘촘히 살피는 따뜻한 국정을 펼치겠다 ▲선진일류국가를 향한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 ▲녹색성장과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 등을 기본방향으로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제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개혁 의지가 변함 없다고 강조하면서 녹색뉴딜정책,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중점 추진 과제를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신(新)빈곤층’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인 대목은 역시 ‘경제 살리기’였다. 그는 비상경제정부 체제 구축 선언과 함께 ▲기업·가계 은행 대출 원활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자본 확충 ▲중소기업 지원 11조 이상 확대 ▲외국인 투자 유치 활성화 ▲상반기 예산 60% 이상 집행 ▲중소기업 일자리 유지 지원 ▲‘1인 창조기업’ 지원 ▲노사문화 혁신 ▲대기업의 투명한 경영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009년에 이명박 정부는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나가면서 이에 걸맞는 국정쇄신을 단행하겠다”며 “지금은 대안 없이 비난만 하거나 방관자로 머물 때가 아니라 적극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매일매일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는데 1분 1초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대통령 자신이 솔선수범할테니 국민들도 ‘비상시국’이라는 인식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달라고 당부했다. ■ 공직사회 전반에 경고의 뜻 보내기도 이처럼 이 대통령은 연설의 대부분에서 경제·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굳은 각오를 피력하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중산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새로운 성장 비전인 녹색성장의 세부 청사진도 제시하는 등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최대 화두는 ‘경제’와 ‘속도전’이었다. 사실, 이 대통령으로서는 2010년의 지방선거를 감안한다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올 한 해에 집중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국정개혁→지방선거 승리→국정 재(再)드라이브’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될 경우 조기 레임덕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어, 부처 업무보고를 한 달 가량 먼저 실시해 완료했으며, 신년연설도 보름 이상 앞당겨 1월 2일에 하는 등 ‘속도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도 연일 ‘속도전’을 강조하는 가운데 “자신 없는 사람은 떠라나”고 일갈하는 등 국제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혁의지가 변함 없다는 점을 과시하는 한편, 공직사회 전반에 경고의 뜻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고강도 발언은 오는 2월 25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개편 및 개각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발 맞춰 강력한 개혁의지를 실천할 사람은 남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혁 입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인적쇄신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집권 2기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개혁의지는, 지난해에 집권하자마자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과 국제금융위기 등으로 연타를 맞아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됐다는 인식이 청와대 안팎에 팽배한 만큼, 올해는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과 함께, 오는 4월의 재보선으로 가뜩이나 분산된 당력이 계파 갈등 아래 추동력을 잃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대북관계 경색 해소도 급선무 이는 4월의 재보선을 기점으로 ‘친이계’와 ‘친박계’간의 갈등이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따라서, 연초 개각 때 ‘친박계’인 김무성·허태열 의원 등을 기용해 ‘거국내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실효성 여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 또한 단정 짓기 어려운 상태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이재오·이방호·정종복 전 의원을 비롯한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신재민 문화관광부 차관, 정두언 의원 등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설(1월 26일)을 전후하여 개각과 청와대 진용 개편 등을 통해 면모를 가다듬은 뒤 ‘이명박 정부’의 컬러를 갖고 ‘MB식’의 저돌적인 국정운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이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는 한층 강한 힘을 갖고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미 꼬일대로 꼬인 남북관계도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에서 개성관광 중단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 고착화된 경색 국면을 푸는 게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나는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남남(南南)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남북관계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하리라 예상되었으나, 이를 웃도는 수위의 발언을 함과 동시에, 남북대화의 재개를 촉구하는 우리 측의 진정성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의연하면서도 유연하게 풀어나갈 것”이라며 “올해 우리는 분단 60년을 넘기게 됐는데, 이제 남북한은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상생과 공영의 새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북한도 이제 시대의 변화를 읽고 우리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19세기 말의 국제 정세에 휘둘리던 변방 국가도, 외환위기 당시의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처지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구애(求愛)’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남북관계 전망은 썩 밝지는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전망에는 남북이 현재 취하고 있는 대북·대남 입장이 단기간 내에 전환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 오바마 신행정부와의 관계 정립 주목 북한은 북한대로 체제 내부 단속의 필요성을 감안한 듯 주민들에 대한 대남 적개심 주입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우리 정부 또한 북한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원칙을 지키며 기다린다’는 기조에 변화를 줄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남북관계는 미국 오마바 신행정부의 대북 중재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하지 않을 경우 올 한 해도 개선되기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개성공단 폐쇄와 군사분계선·서해 등에서의 국지적 무력충돌 등으로 현재보다 긴장지수가 더 높아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관계 정상화에 대한 남북한 당국의 기대와 ‘오바마 변수’가 적절히 어우러지면 올해 안에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오바마 신행정부로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및 관계정상화 담판 과정에서 물심양면의 동반자가 돼야 할 한국의 입장을 무시한 채 대북 대화에 속도를 내기가 부담스러울 것이기에, 북한을 향해 “우리와 관계개선을 하고 싶다면 우선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하거나, “남·북·미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을 위해 남북관계를 풀어보라”고 한국정부를 부추기는 방법들이 동원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하더라도 북핵·인권 등의 문제로 관계 개선 프로세스가 벽에 부딪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북한이 현실적 이유에서 대남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 신행정부의 중재 노력 등 외부 요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전면 이행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개성공단 숙소 건설 등 남북 간 기존 합의들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적극 이행해 나가는 등, 정부 차원의 메시지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북한이 체면 손상 없이 관계 복원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신행정부와의 철저한 한미공조를 통해 북한이 남북관계를 이대로 방치한 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데만 신경을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소통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