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이 심장병이나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 반면, 아스피린이 위염이나 위궤양 특히 위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대중매체에 보도되면서, 아스피린을 꼭 먹어야 할 사람들이 이 약을 기피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심장병이나 중풍은 동맥 내에 혈전이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이 혈전은 혈소판이 응집하면서 시작된다. 혈소판은 우리의 혈액 1cm3 속에 15만 개 이상 들어 있는 미세한 물질인데, 부상을 입어 동맥의 내피(內皮)가 파열되면 혈소판이 응집하여 혈전을 만들고 이것이 출혈을 막아준다. 그러므로 혈소판의 역할은 동맥의 손상이 왔을 때 출혈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동맥경화증으로 내피세포가 파열돼도 혈소판이 응집하여 혈전이 생기고 동맥이 막힐 수 있다. ■ 아스피린과 심혈관질환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어졌다. 버드나무는 5,000년 전에 이집트인들이 진통제로 썼으며, 2,500년 전에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염증 치료제로 사용하였다. 이 물질이 버드나무에 들어 있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버드나무의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며, 이 나무가 지구에 탄생한 후 오늘까지 생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스피린의 정확한 명칭은 아세틸살리실산이다. 원래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물질은 항염증효과가 있는 살리실산이며, 여기에 아세틸기를 추가함으로써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항혈소판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심근경색증과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장병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의사와 상의하지도 않고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위궤양과 위출혈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은 동맥 내에 혈전이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이 혈전은 혈소판이 응집되면서 시작되며, 아스피린이 이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한다. 혈전은 죽상경화증으로 불안정해진 내피세포층에 궤양이 생기거나 파열이 일어나면서 혈소판이 동맥의 내부와 접촉하여 생긴다. 그러므로 심근경색증·협심증·관상동맥 확장 시술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 이 외에도, 중풍의 과거력이 있거나 경동맥협착증이 있는 사람도 아스피린을 꼭 복용해야 한다. ■ 아스피린과 1차적 예방 심혈관질환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의 예방, 즉 1차적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아스피린은 남성과 여성에서 그 효과가 다르며, 또 연령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부작용으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2005년에 JAMA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45세 이상 4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일부에 극소량의 아스피린(100mg을 격일로)과 위약을 주면서 10년 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에서 예상과는 달리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여성에서는 심장질환은 예방하지 못했으나 뇌졸중의 예방효과는 나타났는데, 그 차이는 0.2%로 500명을 1년에서 10년 간 치료했을 때 한 명에서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125명 중 한사람에서 위출혈이 발생하였으며, 186명 중 한 사람에서 위궤양도 발생하였다. 이 결과를 볼 때,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과거력이 없는 65세 이하의 여성은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흡연·당뇨병·고지혈증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예외가 될 수 있다. 여성의 경우와 달리, 남성에서는 아스피린이 심근경색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뇌졸중은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 Lancet지는 그 동안 남성에서 이루어진 아스피린의 1차적 예방효과에 대한 5개의 연구를 종합해서 보고하였다. 이 분석에 의하면, 정상이거나 고혈압이 있는 남성에서는 아스피린이 심근경색 발생률을 32%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뇌졸중은 13% 증가하였다. 남성에서도 아스피린은 위궤양·위출혈 또는 기타 출혈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aspirin군에서 6.9%, 대조군에서 4.8%), 48명을 치료할 때 한 명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 연구를 종합해 보면, 당뇨·흡연·고혈압·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남성에서는 아스피린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비교적 젊은(60세 이하) 심장질환의 위험인자가 없는 남성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아스피린 복용 중에 위궤양이나 위출혈이 발생하면, 위궤양 약을 복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완전한 보호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럴 때는 아스피린을 중단하고, 대신 클로피도그렐 또는 실로스타졸 같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할 수 있다. ■ 아스피린과 대장암 예방 그 동안 여러 관찰적 연구에서 아스피린을 많이 복용한 사람의 대장암 발생률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대장암은 용종으로 시작되는데, 유전자의 변질로 용종과 암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런데 아스피린은 항염증의 효과로 용종의 발생과 암으로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보듯이, 아스피린 325mg을 1주일에 6~14개 이상 복용한 군에서 대장암·직장암 발생률이 23% 감소하였으며, 14개 이상 10년을 복용한 사람에서는 대장암이 53% 감소하였다. 이 연구는 관찰적 연구이므로 그 결과가 확실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무작위로 진행된 연구(Lancet, 2007년)에서도 아스피린 약 300mg을 매일 10년 간 복용하면 대장암 발생률이 40%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 시행한 이 연구에서 아스피린을 5년 간 복용한 사람에서 대장암·직장암 발생률이 현저히 감소하였다. 특히, 대장암에서 용종을 제거한 사람에서는 아스피린(1일 325mg)을 복용하면 1년 이내에 용종의 재발률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 이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아스피린이 대장암과 직장암을 예방하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아스피린을 1일 300mg 정도는 복용해야 하며, 약 5년에서 10년 후에 그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대장에서 용종을 제거한 사람과 대장암 수술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아스피린을 하루 300mg 정도 복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