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새해 첫 달인 1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3%대 벽이 무너졌다. 또, 향후 추가금리 인하까지 예고하고 있어 머잖아 우리나라도 제로금리 시대까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주택담보 대출자들은 숨통이 트이겠지만, 예·적금 금리 가입자들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반토막 난 펀드와 저금리, 부동산 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 소비자들은 작년보다 한 단계 낮은 금융상품을 찾아야 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수신자금을 모으기 위해 0.1%. 아니 0.001% 금리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 금리수준이 얼핏 보면 얼마 안 되는 금리 같지만, 예금의 경우 최소 100만 원 이상부터 취급하고 많게는 수억 원 이상의 자금이 예치될 수 있기 때문에 단 0.001%의 금리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신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금리전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저금리 시대에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까? 우선, 안정적이긴 하지만 예·적금 금리는 더 이상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지금처럼 어려운 금융시장에서 리스크(위험)를 감수하고 공격적 투자를 권하기도 애매한 실정이다. 그나마 해법이 있다면 은행별로 금리수준을 일일이 알아보는 식의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또한, 예·적금 대신 최근 뜨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이와 관련된 상품을 알아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내 자산 늘리기.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가보다. ■ 저금리 시대 2금융권을 뚫어볼까?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시중은행보다 한 단계 낮은 제2금융권을 알아보는 게 좋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저축은행이다. 수신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저축은행은 예·적금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지난해 중반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4~5%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 저축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8%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그대로 두거나 소폭 인하하는 은행들이 부지기수여서 금융 소비자들을 반기고 있다. 이에 따라 눈치 빠른 소비자들이 속속 생기면서 앉아서 금리 이익을 챙기는 방법도 등장했다. 일명 ‘예금담보대출’. 방법은 시중은행에서 예금담보대출을 받아 그 대출을 저축은행에 맡기면 된다. 은행 정기예금을 만기 전에 깰 경우 금리 손해는 보지만, 예금담보대출을 받으면 금리차만큼 손실을 감수해준다. 과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차는 1~2%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차가 2~3%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7%대 후순위채를 잇따라 발행하면서 저축은행들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이보다 높은 8%대 금리를 대거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 차이를 이용해 ‘금리 따먹기’를 노리는 재테크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 돈이 묶여 있는 고객들이 예금담보대출을 받아 저축은행의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면 고스란히 2% 내외 수준의 이자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고객이 예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경우 정기예금 금리에 1.3~1.5% 내외를 추가한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금리가 5% 수준까지 하락한 만큼 예금담보대출 금리는 6~7%선. 8%대 저축은행 예금금리와 2%포인트 가까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분을 제외하더라도 연 1.5% 수준의 이자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금융 상식 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저금리 시대로 인해 조그만 이자율 차이에도 고객들이 민감해지면서 이런 금리 따먹기 방식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창구 직원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저축은행은 은행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BIS 비율 등을 따져 우량한 곳을 선택해 거래해야 한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예금상품 가입… 막차 노려라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예금상품은 고금리 안전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적금보다 2~3배 이상 이자가 높고 주식이나 펀드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한동안 고공행진을 지켜온 금리가 뚝 떨어졌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까지 막차를 탈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예금상품이 힘들면, 주가연계상품 등으로 연 8%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은 남아 있다. 우선, 시중은행을 살펴보자. 국민은행은 2월 2일까지 고객사랑정기예금(1년제)을 연 6%의 금리로 판매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은 기업은행 ‘e-끌림 통장’( 5.2%), 우리은행 ‘투인원 정기예금’(최고 5.1%)이 있다. 저축은행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과의 금리 격차는 3%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졌기 때문. 전국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7.31%, 서울지역은 연 7.53%다. 저축은행은 비교적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이른바 ‘8·8 클럽’(BIS비율 8% 이상,고정 이하 여신 8% 이하인 저축은행) 등 자산 건전성이 우수한 은행을 고르는 선별안이 중요하다. 정기예금의 안정성과 펀드의 투자를 혼합한 상품인 주가연계예금(ELD)은 올해 프라이빗뱅킹(PB)들의 추천 1순위다. 주가가 많이 오르면 정기예금보다 8% 이상 많은 수익도 제공한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금을 보장받으면서도 주식투자를 하고 싶은 사람은 기초자산(주식, 환율 등)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D가 좋다”면서 “단, 앞으로 1년 이후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대형 우량주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도 투자해볼 만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세(稅)테크도 재테크이다. 농·수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에서 가입할 수 있는 예탁금은 정기예금과 비슷한 상품으로, 올해부터 비과세 한도가 기존 1인당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자에서 농어촌 특별세 1.4%만 내면 되는데, 연말이면 배당금도 받는다.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1인당 원리금을 5000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군중심리로 투자하던 시기는 끝났다”면서 “재테크는 도박이 아닌 만큼 안전과 투자를 구분하는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해외 펀드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중국·인도·일본 등을 놓고 투자 대상만을 고르던 ‘몰방의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다. 그 때문에 현금·투자·보험자산 등 기본에 충실한 자산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 현재 금융시장이 불안하다고 모든 자금을 안전자산과 장기상품 포트폴리오로 몰아 놓지는 말라는 지적도 있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적정한 유동자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