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후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젊고 참신한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 지난 16일 단행된 삼성그룹의 인사는 대폭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경영진을 쇄신했다고 볼 수 있다. 경영인 3세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이재용 전무와 함께할 수 있는 50대 사장단으로 구성했다. “대나무는 마디를 맺으며 더 강해지고, 연은 바람이 거셀수록 더 높이 난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결연한 각오와 헌신,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불황을 도약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지혜와 자신감”이란 이건희 회장의 어록처럼, 삼성그룹은 남들이 지체하고 있을 때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더 강하게 만들고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목표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10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프로세스’를 혁명적으로 바꿔내며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위기일 때 기회로 보고 확보해 놓은 현금을 통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 이재용 체제에 맞는 체질 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 3세체제 구축…미래산업 발굴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윤종용 사단을 퇴진시키고 이재용 전무가 총괄 지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이윤우 부회장이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디지털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부문장을 맡는 등 이윤우·최지성 투톱 체제로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이기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과 황창규 기술총괄사장 등 그룹 내 스타 최고경영자(CEO)들은 대거 퇴진했다.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사장은 삼성카드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토탈 사장으로, 배호원 전 삼성증권 사장은 삼성정밀화학 사장에 내정됐다. 삼성전자의 이상완 LCD총괄사장은 삼성전자 기술원장 사장으로, 삼성전자 권오현 반도체총괄사장은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반도체사업담당 사장으로 내정됐다. 삼성전자 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사장은 삼성전기 사장으로,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삼성SDS 김인 사장은 삼성SDS 사장 겸 삼성네트웍스 사장으로 발령 났다. 삼성카드 유석렬 사장은 삼성토탈 사장으로, 에스원 노인식 사장은 삼성중공업 사장으로,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배호원 사장은 삼성정밀화학 사장으로 옮겼다. 삼성SDI는 김순택 사장이 유임됐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장원기 부사장이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evice Solution) 부문 LCD사업부장 사장에 내정됐으며, 삼성전자 윤부근 부사장이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으로 내정됐다. 삼성전자 윤주화 부사장은 삼성전자 감사팀장 사장에, 삼성전자 최외홍 부사장은 삼성벤처투자 사장에, 삼성코닝정밀유리 최주현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사장에 각각 내정됐다. 삼성코닝정밀유리 이헌식 부사장은 이 회사 사장으로 내부 승진했으며, 삼성중공업 배석용 부사장은 이 회사 조선소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토탈 박오규 부사장은 삼성BP화학 사장으로, 삼성증권 서준희 부사장은 에스원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물산 장충기 부사장은 삼성물산 보좌역 겸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 사장으로, 삼성물산 윤순봉 부사장은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제일모직 황백 부사장은 제일모직 사장으로 각각 내정됐다. ■ 삼성전자, 이윤우·최지성 투톱 체제 개막 이번 삼성전자의 인사에서는 이윤우·최지성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사업조직을 종전의 5개에서 2개로 통합하면서 이윤우(63) 부회장이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을, 최지성(58) 사장이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부문을 맡는 이원화 체제로 개편했다.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는 부품군으로 불리는 기존의 반도체 총괄과 액정표시장치(LCD) 총괄이 포함됐는데, 이윤우 부회장이 이를 겸직토록 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과거 반도체총괄 사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부품 사업의 경쟁력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만드는데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메모리 사업에 진출한 1983년 이후 고전 했던 5년여를 고스란히 메모리 공장에서 연구에 바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68년 12월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1977년 6월부터 삼성전자에 근무했다. 삼성전자에 처음 근무할 당시 삼성반도체 생산과장으로 근무했고, 삼성반도체통신 이사, 상무이사 겸 반도체 기흥공장장을 지냈다. 1992년에는 메모리사업 총괄부사장을 역임했으며, 1994년부터 반도체 총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한편, 이 부회장은 1994년 1월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올라 15년째 대표이사로 재직해 100대 상장사 현직 가운데 최장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업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일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개최된 2009년 기축년(己丑年) 시무식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창조적 도전정신으로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체질을 확보하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지난해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컸던 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디지털TV·메모리·LCD 사업에서 글로벌 1위의 위상을 확고히 했고, 휴대폰의 경우 1위 도약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10년 전 창립 30주년 당시 한국의 IMF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것처럼,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글로벌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 삼성전자 창립 40주년…신뢰와 상생정신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어떠한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유연성과 성장잠재력을 강화해 나가자”면서 “올해를 ‘바닥 다지기 해’로 정하고 비효율·중복·낭비요소 등을 제거하고, 위기 시그널 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미래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시장 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미래 대비를 소홀히하지 말고 차세대 기술과 신수종 사업을 차질없이 발굴·육성해 나가자”면서 “차세대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와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 나가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에 신뢰와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임직원은 물론이고 고객·거래선·협력업체·주주 모두가 힘을 합쳐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휴대폰은 최 사장이 그대로 맡을 전망이다. 2007년 정보통신 총괄을 맡아 휴대폰 2억 대 판매 등 또 다른 ‘애니콜 신화’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독일병정’, ‘디지털 보부상’으로 통한다. 정확한 일 솜씨와 절도 있는 생활로 붙여진 별명이다. 최 사장은 또한 마케팅 능력과 기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과 영업을 모두 이해하는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고 있다. 최지성 사장은 세트로 불리는 정보통신 총괄과 DM(디지털미디어) 총괄이 합쳐진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최 사장은 2006년 ‘보르도TV’로 삼성전자를 세계 디지털TV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려 놓았다. 2007년에는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던 휴대폰 사업을 맡아 ‘애니콜 신화’를 통해 단숨에 세계 2위에 올려 놓으며 ‘제2의 애니콜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최 사장은 1951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반도체 메모리 수출담당 사업부장과 비서실 전략1팀장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에 이어 2007년부터는 정보통신 총괄사장을 지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세트 사업을 총괄하며 부회장 승진도 점쳐졌지만, 승진 없이 전체 부문을 이끌게 됐다. 최 사장 아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윤부근 사장을 비롯한 여러 사업부장이 호흡을 맞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