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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입’ 언제쯤 열릴까

지난해 12월 초 노건평·박연차 구속 이후 두문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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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1·102 심원섭⁄ 2009.01.20 16:13:58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친형인 건평 씨와 자신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이후 2개월 가까이 침묵을 지키며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내내 봉화마을 사저 앞에서 해오던 방문객들과의 만남을 건평 씨가 구속된 직후인 12월 5일을 마지막으로 ‘침묵’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별다른 일정 없이 사저 안에 머무르고 있어 노 전 대통령의 ‘입’이 언제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월 16일 노 전 대통령 측근의 전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 씨의 구속 이후 외부일정은 자제한 채 주로 서재에서 책을 보거나 가끔 사저를 방문하는 손님을 접견하고 인근 봉화산에 등산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또, 노 전 대통령의 장기간 침묵에 대해 “날씨가 춥기 때문에 방문객과의 만남 등 외부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을 뿐 나름대로는 평소대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정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방문객들을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25일 퇴임해서 32년 만에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은 설날인 1월 25일로 귀향 11개월을 맞았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KTX 특별열차편으로 서울역을 출발해 밀양역에 오후 2시 40분께 도착하여 20여 분 간 엄용수 밀양시장과 시민 등 2000여 명으로부터 대대적인 귀향 환영을 받은데 이어, 오후 3시경에 수행원들과 함께 승용차 7대와 버스 7대에 나눠 타고 밀양역을 출발해 오후 3시 30분께 고향 마을인 봉하마을에 도착하여 귀향 환영행사추진위원회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고향 주민, 관광객 등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1만2000여 명으로 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귀향인사에서 “지난 5년 간 대통령직을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떠냐. 그냥 열심히 했으니 ‘이쁘게’ 봐 달라. 정말 마음 놓고 한마디 하고자 한다”며 “야~, 기분 좋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 귀향하자마자 본격적인 시골생활 시작 노 전 대통령은 귀향한지 이튿날부터 정원 손질과 선영 참배 등으로 본격적인 시골 생활을 시작했다. 3월 2일 마을정비를 위한 답사를 가진 뒤, 봉화산 숲 정비사업과 화포천 주변 정비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6일과 7일에는 한림면 화포천 습지와 봉화마을 일원에서 봄맞이 화포천 자연정화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4월9일 개최된 ‘4.9총선’에서 고향 봉화마을 입성 후 첫 투표를 실시하고, 9월 5일에는 고향에서의 첫 생일을 맞기도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고향 마을을 ‘부자마을’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농경지에다 친환경농법인 오리농법을 도입, 오리를 이용한 농사를 짓기 시작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며, 10월 20일 ‘오리쌀’을 수확하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고향 봉하마을에 안착한 이래 사흘 만인 27일 3300명이 다녀갈 정도였으며, 이후 평일에만 2000~3000명, 주말과 휴일에는 6000~1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은 평소의 일정대로 사저에 머물면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등 하루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귀향 후 4개월여 만에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에 휩싸이면서 심적인 부담을 안았으며, 여기에다 노 전 대통령을 사칭하는 단체와 유령단체의 관광 상품이 등장한데다, 가짜 초청장까지 출현하면서 한동안 경찰이 조사에 나서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형 건평 씨가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데다, 최근 언론에서 제기된, 노 전 대통령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써준 15억 원 차용증서와 관련해 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면서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하루 평균 400여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갈 정도로 퇴임 초기에 비해 큰 폭으로 방문 관광객 수가 줄었다. ■ ‘검찰의 3각 수사망’ 속에 퇴임 첫해 마무리 노 전 대통령은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된 건평 씨가 구속되기 전까지도 그의 혐의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평소의 일정대로 관광객들을 맞이했으나, 지난해 12월 5일 ‘칩거’에 들어간 뒤 새해에도 외부와는 접촉을 하지 않은 채 일부 인사를 만나는 등의 일정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낙향 생활을 하면서 서민적인 소탈함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던 노 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고소 사건으로 ‘검찰의 3각 수사망’ 속에 둘러싸인 채 퇴임 첫해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국가기록원의 고발로 국가기록물 유출 수사에 착수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과 엮이기 시작했다. 검찰은 당초 지난해 12월 초까지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을 마무리 짓기로 하고, 방문조사에 무게를 두면서 조사 방법을 놓고 노 전 대통령 측과 조율 중이었지만, 지난달 말 친형 건평 씨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조사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측이 지난해 12월 중순경 ‘검찰이 방문조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즉각 “굳이 조사하겠다면 직접 출석하겠다”고 초강수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검찰을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이어,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이 지난해 12월 19일 노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함에 따라 피고소인 신분으로 또다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TV를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남 전 사장이 노건평 씨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3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 “대우건설 사장처럼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남 전 사장은 당시 TV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본 직후 한강에 투신자살했고, 전 사장의 유족은 지난해 12월 19일 “남 전 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은 뒤 자살했다"며 노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한 발언이 명예훼손에 저촉되는지는 법조계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직접 피고소인으로 지명한 이 사건을 해결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 새해 첫날 비교적 밝은 표정 그리고 검찰 등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퇴임일인 2월 25일 이후의 날짜와 함께 상환기간·이율 등을 명시하여 15억 원을 빌려준다는 내용이 담긴 차용증이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물론, 검찰로서는 대통령 퇴임 이후 받은 돈인데다 대가성이 명확치 않아 사법처리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잠정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박 회장의 금품 로비 명단으로 정가에 떠도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노 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상황에 부닥치게 될지 벌써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노 전 대통령의 입을 닫게 만든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 문재인·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여정부 시절의 참모들이 신년인사차 사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저를 방문했던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생각보다 표정이 밝았고 다양한 주제로 5시간여 동안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씀이 많아 보였다”며 “노 전 대통령은 낮에 눕는 법이 없는 부지런한 성품이어서 어떤 때는 주방일까지 거들며 하루를 보낸다고 권양숙 여사가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 그 동안 노 전 대통령은 방문객들의과 만남 이외에, 지난해 9월 인터넷 토론 사이트인 ‘민주주의 2.0’을 개설해 ‘노공이산’이라는 아이디로 정치 현안에 대하여 활발한 목소리를 냈으나, 지난달 19일 ‘한미 FTA, 정말 토론이 부족했을까’라는 글을 게재한 뒤 한 달째 게시글이 없는 상태에 대해 당내의 한 핵심 인사는 “노 전 대통령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침묵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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