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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문 자리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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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1·102 김원섭⁄ 2009.01.20 15:49:18

삼국지 속에서 인재 등용에 성공한 군주는 유비와 조조·사마소·사마염이다. 반면, 실패한 대표적인 영웅이 바로 제갈량이다. 그 군주들을 보필한 좋은 인재는 순유·곽가이며, 좋은 인재이지만 제대로 쓰이지 못한 인물이 위연과 마속이다. 그래서 중용이란 말이 나온다. 중용이란 어느 쪽으로 치우침 없이 온당한 일을 나타낸다. 똑똑하기만 해서도 안 되고, 용기만 있어서도 안 되고, 영민함과 웅장함을 고루 갖춘 사람이 영웅이라는 정의가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아 인재 고르기에 힘들었다. 그래서 고소영·강부자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러한 와중에 나라 곳간을 채우는 일을 하는 수장이 각종 비리에 얽혀 낙마했다. 특히,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도덕적으로 어떤 약점도 없이 출범한 정부인 만큼 공직자들이 긍지를 갖고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 달라고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불상사가 터졌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그림 상납’ 과 ‘골프 회동’ 등 인사 로비 의혹설에 굴복, 결국 15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바로 전임인 이주성·전군표 청장에 이어 현직 한 청장까지 결국 비리에 연루된 셈이다. 한 청장이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국세청은 수장이 3번 연속 ‘인사 청탁’ 등을 이유로 불명예 퇴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맞게 됐다. 더욱이 검찰이 그림 상납 등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여 한 청장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3명의 청장이 연달아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처럼 최근 3대에 걸친 국세청장의 비리 의혹이 잇따르면서, 국세청은 국세 행정의 수장이 앞장서 비리에 나선다는 오명을 벗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오명을 씻기 위해 ‘투명한 세정’을 강조하던 국세청은 최근 잇따른 국세청장 구속 및 불명예 퇴임으로 인해 당분간 ‘비리온상’이라는 멍에를 벗기 어렵게 됐다. 역시 문제는 자리이고 그 자리에는 걸맞은 일을 하는 인재가 가야 한다. 나라 곳간을 채우는 CEO가 이러니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CEO 정치의 대상이 직원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점감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일성은 국민을 섬기겠다는 것이었다. 그저 대통령을 좇아 아침부터 밤 늦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뿐 무엇하나 제대로 준비해 마무리지은 게 없다. 국가 지도자와 기업 CEO가 다른 점은 국민은 대통령이 부리는 직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리더는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재의 마음을 얻는 인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한지’의 영웅이자 한 왕실을 세운 유방이다. 유방은 스스로 잘 아는 게 없었으나, 주변에 사람을 두고 일이 생길 때마다 그들에게 묻는 자세를 취했다. 유방은 인재선발에도 뛰어났으며, 참모들의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받아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개혁은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정해 가장 중요한 것부터 힘을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필요하면 설득을 해야 하고 아랫사람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통령이 억지로 끌고 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큰 정치를 하라고 대통령을 뽑았지, 공무원이 할 일까지 대신하라고 뽑지는 않았다. 화장터에서 건장한 씨름선수도, 열변을 토하던 국회의원도, 아름다운 모델도 한 줌의 재가 되어 나오는 모습을 보면 인생무상을 뼈저리게 느끼고, 세상의 모든 것은 제 모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없고 결국은 부서져 사라진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 사는 동안만이라도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크게 보며 살아야 한다. 동네 반장이 현명하면 그 반이 즐겁고, 시의 시장이 지혜로우면 시민이 평안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현명하고 후덕하면 비바람도 순하고 백성도 평화롭다. 공직자에게 당부한다. “마음이 바로 서면 좁은 아파트도 佛國淨土요. 그렇지 않으면 고대광실도 지옥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아파트·자동차·냉장고가 고급화되는 것보다 인간이 고급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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