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불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 내수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그러나 트렌드를 꿰뚫으면 불황도 무섭지 않다. 이와 관련해 농협경제연구소가 이 같은 문제의 해답이 될 ‘2009년 국내 소비 트렌드 전망’을 내놨다. 연구소는 불황기인 올해의 소비 키워드는 ‘포기(Surrender)’, ‘전환(Switch)’, ‘민감(Sensitive)’, ‘스트레스(Stress)’인 ‘4S’로 대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확실성이 묻어나는 단어들이지만, 오히려 가치 중심의 소비 확대,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 지속, 가족에 대한 소비 지출 유지 등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고 있다. ■ “전체적 구매 줄겠지만 자기만족 소비 더 늘듯” 기존 소비수준의 포기(Surrender) = 불황기에 소비자는 구매의 빈도와 수량을 줄이고, 불요불급한 수요에 대한 구매는 연기 또는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저가 제품을 탐색하고 할인판매기간 등을 적극 활용하며, 내구재의 경우 자금 사정이 호전될 때까지 제품 구매를 유보할 전망이다. 특히 승용차·컴퓨터·통신기기 등 오래 사용하는 고가품의 경우 경제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구입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의 내구재 판매액은 그 전해의 같은 기간에 비해 1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턴의 전환(Switch) = 포기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와 구매 패턴 그리고 정보수집 방식 등을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 전망이다. 외식을 줄이고 내식을 확대하려는 심리가 확산되어 조리용 식품의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 실제로 작년에 저렴한 반찬재료인 계란은 전해에 비해 20.6% 많이 팔렸고, 갈치(21.1%), 라면(18.8%), 즉석식품(11.8%), 냉장식(11.1%) 등이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또, 교통비 등의 쇼핑 부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쇼핑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0월 이후 인터넷 쇼핑몰 주문 물량은 작년 8월에 비해 15% 증가했고, 올해 택배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최대 20% 증가가 점쳐진다. 여기에다 구매의 불확실성과 모험을 회피하고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정보수집에 적극 나서면서 매스컴이나 친지·동료 같은 신뢰도 높은 정보 원천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오피니언 리더에 의한 구전 영향력도 증가할 전망이다. 가격에 대한 민감(Sensitive) = 유럽과 미국의 조사에서 불황기 소비자의 73%는 모든 소비활동에 대해 가격 민감성이 더욱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가격 중심의 실속형 소비 확대, 공짜와 초저가 마케팅 확산이 예상된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에 일반형 요구르트 판매는 13% 증가한 반면, 고급형은 13.7% 감소했다. 소용량이 인기를 끌어, 식용유의 경우, 0.9ℓ상품은 84.2% 증가했지만 1.8ℓ의 경우 31%나 급감했다. 초저가 마케팅은 이미 여러 곳에서 시작되었다. 미용실의 ‘앞 커트 500원’을 비롯하여, 100원 소주방, 무조건 100원 판매, 90% 할인 패션 행사 등이 확산되고 있어, 철저한 원가개념을 바탕에 둔 초저가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스트레스(Stress) = 소비에 대한 스트레스는 당연히 증대되겠지만, 오히려 이런 스트레스가 가치 중심 소비, 안전과 건강 관련 소비, 가족에 대한 소비에는 도움이 되리란 계산이다. 장래에 강한 불안감을 갖게 된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에 돈을 쓸 전망이다. 화장품의 경우, 경제성장률과 소비증가율이 -6.9%와 -13.4%를 기록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0.2% 감소에 그쳤고, 작년 들어 11월 말까지 이미 전년 대비 10.8% 성장을 이뤘다. 먹거리 이물질 파동, 멜라민 사태 등 각종 식품 관련 사고가 빈번했던 작년에 홍삼과 꿀의 매출은 20% 가까이 늘었고, 유기농 상품 역시 11.9% 매출이 증가했다. 여기에다 경기불황으로 받는 고통을 가족과 함께 풀어 나가면서 가족을 위한 소비는 지속될 전망이다. 연구소의 관계자는 “경기침체 불안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하나라도 더 따지고 사려는 경향이 강해지겠지만, 자기에 대한 투자와 가치 중심적 소비 성향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 소비자 동선 짧아져 쇼핑센터와 소규모 점포 뜬다 올해 국내 유통시장에서 쇼핑센터와 소규모 점포 등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2009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09년은 국내 유통업의 흐름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쇼핑센터(Shopping Center), 소규모 점포(Small Format), 알뜰소비(Save Household), 홈메이드 서포트 상품(Supporting Home-made) 등 이른바 ‘4S’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연구소는 불황에 따라 소비자들이 근거리 소비와 소량 구매를 선호하면서 매장 면적 200~500㎡(약 60~150평) 규모의 편의점과 신선식품 슈퍼가 결합한 형태의 소형 유통점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쇼핑센터 시대가 본격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별개 상권으로 구성됐던 단독상권 시대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두 축으로 쇼핑몰과 문화·엔터테인먼트가 복합된 광역형 쇼핑센터로 전환되면서 한곳에서 쇼핑·오락·식사를 한꺼번에 즐기는 본격적인 몰링(Malling) 소비 패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외에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가계소비 위축으로 유통업체의 초저가 마케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소비자가 늘고 식품안전에 대한 염려가 점차 증가해 집에서 직접 만드는 이른바 ‘홈메이드 서포트 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올해 국내 유통시장 성장률을 지난해의 4.8%에 못 미치는 3.2%로 제시했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노은정 박사는 “올해는 경기침체라는 큰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변화와 혁신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4S 트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업태와 상품군이 국내 시장에 본격 소개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