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나 자산을 은행이나 증권 또는 수요가 몰리는 곳에 넣어두고 가치를 극대화 하는 일. 이것을 일반적으로 재테크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산의 가치를 불리는 것만 재테크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대출과 같은 빚을 적은 이자로 가급적 빨리 갚아 나가는 것 또한 재테크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빚테크’라는 신조어로 만들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빚테크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빚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금을 재테크로 불리는 것보다는 지금은 빚을 먼저 갚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한 온라인 사이트가 지난 1월에 일주일 동안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새해 결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40%가 ‘재테크 및 빚 청산’을 꼽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취업·진학·다이어트·운동 순이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국민들은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해 안달이었다.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고 남은 돈은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이나 구직보다 빚을 청산하는데 더 주력하고 있다. 빚의 그늘이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한국은행이 작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 빚은 전분기보다 15조7261억 원 늘어난 676조321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은행·신용협동조합 등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잔액 637조7081억 원과 신용카드사·백화점 등을 통한 외상거래인 판매 신용 잔액 38조3240억 원을 합한 액수다. 가계 신용 잔액을 통계청의 2008년 추계 가구 수(1667만3162가구)로 나눌 경우 가구당 부채는 약 4054만 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4000만 원을 넘겼다. 개인들의 채무 부담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도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15배를 기록했다. 갚아야 할 빚은 늘어가는데 주식과 펀드 같은 금융자산이 감소하면서 그만큼 개개인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2008년 4분기 이후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8년 상반기에 인플레 압력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기준금리는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전환됐다. 실제로 한은은 10월 이후 공격적으로 정책금리(5.25%→ 2.5%)를 인하했다. 하나금융경연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침체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2.0% 수준까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라며 “하지만 대내외 금리 차의 축소와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할 때 최저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이며 금리인하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 소액일수록 빨리 갚아라 그렇다면 불과 2~3년 만에 대출이 위협으로 다가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불황기에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한도를 대폭 낮추기 때문이다. 또, 한동안 무분별한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하면서 변동금리는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월급은 그대로인데 이자는 올라가면서 빚을 청산하는 일이 더 힘겨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한다 해도 은행들이 제때 적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전문가들은 “연체된 빚부터 먼저 갚고 이왕이면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는 게 좋다”며 “빚의 종류를 줄이기 위해 소액일수록 빨리 갚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갚는 게 능사는 아니다.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빚보다도 유동성이다. 즉, 금고를 톡톡 털어서 부채를 갚기보다는, 일단 최소한 3~6개월 정도의 비상금을 확보해야 한다. 일례로, 모든 수입을 빚 갚는 데만 썼다면, 실직될 경우 부채 상환과 투자를 같이 한 경우보다 더 큰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가족이 수술을 받거나 사고를 당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변수들은 널리고 널렸다. ■ 싼 이자 주는 곳 어디?…‘갈아타기’도 현명 신용회복기금의 운영을 맡은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곳은 연체이자를 면제 또는 감면하고, 대출 원금을 장기간 나눠서 내는 방법으로 개인의 채무 재조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캠코의 채무 재조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초자치단체가 인정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신청하면 채무액에 관계없이 연체이자는 모두 면제받는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유지되는 기간에는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고, 자격을 상실한 때부터 최장 8년 간 원금을 나눠 갚으면 된다. 일반인은 금융회사의 빚 1000만 원 이하를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이 대상이다. 연체이자는 모두 면제되고, 원금은 8년 간 분할하여 내면 된다. 특히, 캠코는 4월부터 채무재조정이 가능한 채무를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신복위를 통한 채무 재조정은 캠코보다는 좀 더 광범위하다. 연체이자를 감면받거나 이자율을 낮출 수 있음은 물론, 대출 원금도 최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하거나, 총 채무액이 5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등의 자격 조건이 있다. 싼 이자를 주는 금융사로 갈아타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캠코의 경우, 신용회복기금의 보증을 받아 연 19~21%의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준다. 제도권 금융회사와 등록 대부업체 등에서 1000만 원 이하를 연 30% 이상의 고금리로 빌려 쓰면서 정상적으로 이자를 내고 있는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가 대상이다. 이 같은 환승론(전환대출)을 신청하면 은행(국민·기업·신한·우리·하나·농협)에서 대부업체 등에 돈을 직접 갚고, 은행이 정한 이자를 내면 된다. 대부업체의 이자가 평균 40%가 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이자 부담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캠코는 현재 1000만 원 이하인 환승론 대상자를 다음달부터 3000만 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윤효중 캠코 팀장은 “1000만 원 이상 환승론의 경우 기금의 보증비율이 90%에서 50~85%로 떨어질 예정이어서 은행의 환승론 심사가 다소 까다로워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지론의 경우 금리 감면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신용등급에 비해 비싼 이자를 물고 있는 사람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적당한 상품을 알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용등급별 대출상품 백화점’에 해당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