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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은 짧고 인재는 길다

우량기업, 불황 때 오히려 인재 적극 영입…‘무조건 감원’ 오히려 기업 발목 잡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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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3호 김대희⁄ 2009.02.03 15:05:50

글로벌 경기침체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 여건도 위축시키고 있다. 불황은 구성원들의 조직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사람을 관리하는 HR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불황과 같은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IMF 위기를 지나오면서 우리 기업들이 깨달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경영 여건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감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행처럼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던 IMF 시절을 생각해보라. 퇴출된 사람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살아남은 직원들마저 갑작스러운 된서리에 모두가 움츠러들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IMF 위기가 지나고 때마침 벤처 붐이 일자, 조직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 인재들은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그 후 기업들은 인적 역량 회복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했다. 이처럼 불황기 인사관리의 실패는 조직 역량을 약화시키고 기업문화를 파괴한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의 배경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지금이 위기이고 어렵다는 것을 사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모두 다 인식하는 상황에서 기업에 맞는 인사관리 포인트를 집중 공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불황기에 더 중요한 ‘인사관리’ 미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불황의 그림자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 실물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2007년 말부터 경기침체를 겪기 시작한 미국의 경우, 부동산 건설 분야에서 실직한 사람만 66만 명이 넘는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업계도 전 세계적으로 이미 15만여 명을 감원했다. 실물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제조·소매·서비스업에서도 대규모 감원이라는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인력 감축은 불황기가 오면 기업이 가장 빈번하게 실행하는 구조조정 수단이다. 때로는 수익과 사업규모 축소에 따라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은 단기적으로 대규모 비용절감 효과를 보기 위해 감원을 단행한다. 자사의 핵심 사업 부진이나 경기침체에 따라 수정한 사업 전략과 무관하게 인력 효율화를 실행한 경우도 다반사였다. 기업들은 감원을 통해 단기적으로 그 생존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감원으로 경기 상승기에 성장동력을 잃고 오히려 기업의 지속성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바로 감원이, 가능한 여러 노력을 선행한 뒤에 취해야 할 취후수단인 이유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업에서 주목받는 부서가 바로 인사(HR:Human Resource) 부서이다. 조직의 위기는 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주므로 사람을 다루는 HR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은 ‘불황 극복을 위한 인사관리 포인트’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불황기 인사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경기부진의 타격이 작은 우량기업은 지금이 인재 확보의 기회”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우량기업은 불황을 인적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그렇게 할 때 경쟁사와의 역량 차를 벌리고 호황기에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 극복이 절실한 기업에는 ‘솔직함’이 최선의 인사관리책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던 외환위기 때는 퇴사한 직원은 물론 남은 직원들까지 모두 움츠러들었다”며 “이들이 2000년대 초반의 ‘벤처 붐’ 시기에 대거 회사를 떠난 것은 잘못된 인사관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몇 %의 인력을 자른다’는 식의 감원은 하지 않는 게 좋다”며 “어려울 때 직원을 ‘비용’이 아닌 ‘사람’으로 본다는 인식을 줘야 향후 회사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인력’ 아닌 ‘인재’ 확보와 유지에 주목 흔히 불황기에는 고용사정이 악화되므로 인재 확보가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의 채용 아웃소싱 전문 기업인 하이리언(Hyrian)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HR 임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확보는 신입사원급을 제외하면 불황기라고 더 쉬워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하이리언의 CEO인 다니엘 솔로몬은 “실업률과 급여 통계로 인재 확보의 여건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업종과 직무에 따라 인재시장의 사정이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불황기에는 보다 신중한 확보 대상 인재의 설정과 검증이 요구된다.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기회손실이 호황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호황기에 비해 불황기에는 기업의 채용 예산이 보다 타이트해지기 쉽다. 따라서 검증된 경력사원 중심으로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잠재력 있는 신입사원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우선순위를 분명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불황기에도 인재 단속의 끈을 놓지 말라고 조언한다. 경기침체로 고용사정이 악화되면 상대적으로 인재 유지는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부 인재에 대해 ‘불황기에 다른 데 갈 만한 곳도 없을 텐데, 적당히 관리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면 너무 순진한 오판이라는 얘기다. 연구원은 “불황기에는 인재유지의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회사로부터 존중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인재는 조직에 대한 애정을 거둬 경기가 회복되기도 전에 헤드헌터들의 말 한마디에 미련 없이 조직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성과 인재들은 불황에 상관없이 경쟁사들의 표적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위기일수록 인재 유출이 회사의 공격적 경영전략을 발목 잡지 않도록 내부 인재에 눈길을 한 번 더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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