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지방 미분양 아파트 전매제한 완화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올 들어 강남권 아파트는 떨어진 곳보다 오른 곳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기 붐이 ‘미워도 다시 한 번’ 올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9일, 과밀억제권역 이외 지역의 미분양 주택 구입시 5년 보유기간분에 대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부동산 규제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촉진하고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하고 임시국회에서 ‘주택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적절한 시기에 실시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당 경제위기극복 종합상황실의 김광림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이 밝히고 “지금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지 않으면 금년에는 주택공급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급감할 우려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수요 회복기에는 수급불안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 2월 국회서 ‘부동산 규제 관련법’ 개정 추진 김 의원은 “현재 부동산시장 침체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서 기인한 만큼,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미분양 주택의 경우 구매력이 크게 위축돼 시장에 의한 자연적인 해소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중 ‘조세특례제한법’개정 배경에 대해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은 비록 예외적인 조치이기는 하나 양도세의 한시적 면제 조치가 미분양 주택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므로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과밀억제지역은 서울·인천(일부)·의정부·구리·남양주(일부)·하남·고양·수원·성남·안양·부천·광명·과천·의왕·군포·시흥(일부) 등 16개 시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세특례제한법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보유기간을 5년으로 할지, 더 줄이거나 늘릴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강남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서돈 지난해에 이어 당분간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정부의 잇따른 규제완화로 인한 기대감 속에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눈에 띄고 있다. 극심한 미분양 속에 최근 판교의 마지막 민간분양 일부 물량이 50 대 1의 경쟁률을 넘는 높은 청약률을 보였다. 이와 함께 강남 재건축 아파트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울 지역의 고가 아파트도 상승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시장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기대감이 앞서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부동산시장만 홀로 살아나기가 쉽지 않은데다, 아직 시장의 신호 역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강남 재건축·판교, 봄날은 온다 부동산 포털 닥터아파트가 서울 강남권 4개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아파트의 연초 대비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오른 곳은 7만8130가구, 떨어진 곳은 4만4383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값이 오른 곳은 송파구가 3만5627가구로 가장 많고, 강남구(2만3191가구), 강동구(1만2132가구), 서초구(7580가구) 순이다. 이렇게 값이 오른 아파트가 떨어진 아파트보다 많은 이유는 잠실동 주공5단지(3930가구), 개포동 시영(1970가구) 등 가구수가 많은 초대형 규모의 재건축 단지 아파트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강남권 의 아파트 값이 저점을 통과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매수자들이 급매물을 매입해 매도 호가 상승이 이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9㎡는 연초대비 1억6000만 원 오른 12억1000만 원, 강남구 개포동 시영 43㎡는 1억1500만 원 오른 6억4000만 원이다. 압구정동 미성1차 192㎡는 1억 원 오른 20억 원이다. 강남권에서 매매가가 오른 곳은 재건축 추진 아파트 외에도,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거듭난 초대형 규모의 단지도 많다. 급매물이 많았던 잠실동 리센츠는 타입별로 1000만~1억 원씩 올랐다. 159㎡는 연초 대비 1억원 오른 16억2500만 원.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198㎡도 연초보다 1억 원 오른 19억5000만 원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는 일반 아파트는 거래가 안 돼 가격 하락세가 계속됐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 221㎡가 연초 대비 1억5000만 원 떨어진 21억5000만 원,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106㎡는 1억2500만 원 떨어진 11억8000만 원이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106㎡도 연초 대비 1억 원 하락한 12억5000만 원.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추격 매수세가 호가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강남권 개발 호재에 따라 일시적으로 분위기를 탄 것일 뿐 대세상승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 연초부터 경매시장 북적 기축년 새해를 맞이하여 경매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부동산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경매법정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경매시장이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반등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바로미터란 점에서 연일 북적대는 경매법정의 열기는 심상치 않다. 부동산시장이 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잇달아 발표되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강남3구는 벌써 호가가 들썩이고, 2007년초 대비 60%까지 떨어졌던 분당지역도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점점 호가를 높여 가는 중이다. 올해 1월 서울 아파트의 입찰경쟁률은 9.37 대 1이다. 2008년도 평균 입찰경쟁률이 6.1 대 1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입찰경쟁률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낙찰가율도 작년 12월의 69.2%에서 70.6%로 저점을 높여 가고 있다. 비록 작년 초의 80%대의 낙찰가율에 비해서는 아직 한참 모자라는 수치이지만, 매월 낮아지는 낙찰가율이 처음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고, 작년 8월의 36.6%를 기점으로 매월 낮아져 12월에는 18.5%까지 떨어졌던 낙찰률도 새해 들어서는 27.2%까지 급반등 하고 있다. 이처럼 경매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서울 지역의 아파트 시장은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일선에서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초의 경매 열기가 뜨겁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또 다른 움직임도 있다. 경매교육생의 증가와 경매특강 참가의 인원 증가가 그것이다.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회사가 운영하는 부동산학원의 수강생 증가율이 30%를 넘고, 각종 경매공개특강의 경우에도 매회 입추의 여지 없이 강의실이 메워진다고 한다. 이처럼 연초의 경매시장은 경매업계조차도 놀랄 정도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이 같은 경매열기가 단순히 새해 내집마련이라는 욕구에서 시작되었든, 부동산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시장참여자들의 인식 때문이든, 당분간 경매시장을 향하는 발걸음은 늘어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