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오는 길은 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서도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다. 행복은 물질적으로 많이 가졌든 못 가졌든, 나이가 어리든 많든, 자신의 삶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며, 느끼는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행복지수(Economic Happiness Index)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행복 예측은 소폭 상승하면서 경기침체의 가속화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말 현재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대졸 이상 학력에 공무원이나 전문직에 재직 중인 경기지역의 20대 독신 여성인 반면, 가장 불행한 사람은 학력이 낮으며 자산과 소득이 없는 경남지역의50대 이상 독신자로 추정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제3회 대한민국 경제 행복지수-조사결과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역 ▲직업 ▲연령 ▲소득 및 자산 ▲학력 ▲혼인상태를 중심으로 경제적 행복지수를 조사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경제적 행복지수는 ‘개인이 경제적 요인과 관련해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에 대한 평가로서 경제상태, 의식, 외부 요건 등에 의해 변화된다. 행복지수는 경제적 안정, 우위, 발전, 평등, 불안 등 5개 하위 지수와 전반적 행복감을 종합 평가한 개인의 경제 행복지표로 행복 수준을 지수화해 최소 0점에서 최대 10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경제적인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한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지난 2007년 하반기 39.9, 2008년 상반기 34.8, 2008년 하반기 33.6으로 3기 연속 하락세다. 그러나 경제적 행복의 예측치는 같은 기간에 각각 136.0, 123.1, 125.6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소폭 상승, 국민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 자영업자 행복지수 ‘백수수준’ 추락 남녀 간에 느끼는 경제 행복지수의 차이는 이전에 비해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행복지수는 33.6점인데 비해, 남성은 30.7점에 불과했으며, 여성은 36.4점으로 남성보다 6점 가까이 높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지난번 조사보다 3점 낮아진데 비해, 여성은 소폭(0.6점)이나마 높아진 점이 특이하다. 이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경제력을 책임지고 있는 남성이 불황기에 받는 스트레스가 여성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 16개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42점으로 가장 높았고, 경남이 24.8점으로 가장 낮았다. 경기도의 경우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이 살고 있지만, 경남은 산업화가 덜 된데다 경기침체의 여파를 가장 크게 받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충북은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추진이 불확실해지는 데 대한 우려로 15위로 추락했다. 직업별 경제적 행복지수 1위는 전문직과 공무원으로 조사됐으며, 경기한파를 가장 많이 느끼는 직업군은 ‘자영업’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는 26.2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6.3점이 낮아져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이어 ‘무직’은 22.8점으로 3.5점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자영업자들과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무직 군이 거의 유사한 수준에서 경제적 불행을 느끼고 있다”며 “이는 자영업자들이 경기변동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행복지수가 4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고령일수록 불행하다고 느끼는 강도가 커졌다. 특히, 40대는 전기 대비 4점 하락한 31.2점을 기록해 경제적 고통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20대는 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큰 것으로 풀이됐다. 미래 경제적 행복 예측에 있어서도 20대 등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소득 및 자산별로는 경기침체의 타격이 심각한 소득 8,000만 원 이상,자산 10억 원 이상 부유층의 행복지수 하락폭이 컸다. 대학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도 전기 대비 4.8점 하락한 48.1점을 기록해 고학력자 취업난을 반영했다. 이혼자와 사별자의 경제 행복지수는 각각 14점과 16.7점으로 나타나 재혼에 대한 인식 변화와 재혼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자의 행복지수는 전기 대비 3.4점 상승한 14점,사별자는 8.4점 하락한 6.7점을 각각 기록했다. ■ 일자리 창출 시급…향후 경기회복 ‘낙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컸다. 조사대상 국민의 62%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적 행복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답한 반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이에 시급한 정책적 과제로는 일자리 창출과 공공요금 인하가 꼽혔다. 조사결과 과거 IMF 외환위기로 인한 금융권 및 제조업의 구조조정보다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국내 경기침체가 더 힘들다고 느끼고 있는 국민이 77.5%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공공요금 인하가 각각 46.6%, 16.6%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봤을 때 경제적 평등지수는 16.1점에서 19.9점으로 개선돼 전 소득계층이 함께 경제적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행복 예측은 작년 상반기 123.1점으로 전기 대비 12.9점이나 떨어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25.6점으로 소폭 상승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경기침체로 현실은 매우 어렵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도 있고 향후 경제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08년 12월 1일부터 9일까지 이뤄졌으며, 전국 20세 이상의 경제활동 중인 성인남녀 1,040명을 조사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