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재선거 출마 여부에 대하여 민주당 ‘대선후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최종 결심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내부가 시끄럽다. 정 전 장관이 출마를 결정하게 된다면 옛 지역구인 전주 덕진 쪽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기 실리면서, 빠르면 다음주 중으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찬반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뒤 작년 7월 미국 듀크대로 연수를 떠났던 정 전 장관은 올해 초 중국 칭화(淸華)대로 옮겨갈 예정이었으나, 이 일정을 변경한 채 전주 덕진 등의 재선거 출마를 통해 정계에 복귀할지, 복귀 시점을 다소 늦추고 미국에 머물지 숙고 중이라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정 전 장관과 게속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측근 의원은 “정 전 장관이 직접 언급하는 않았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로 봐서는 출마 쪽으로 기운게 아닌가 싶다”고 전하면서 빠르면 중순까지 최종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정 전 장관도 2월 3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무심하게 보낸 측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생각해보려 한다”며 “경제도, 남북관계도, 민주주의도 전부 다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내 몰라라 하고 밖으로 나와 있는 게 마음이 편치 않은 점도 있다”고 말해 귀국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정 전 장관은 4월 재보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치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시작할 것이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하면 들어가라고 등을 떼밀어도 안 들어간다”고 주장해 심사숙고하고 있음 나타냈다. 따라서 정 전 장관은 2월 중순까지 미국 현지의 대학 강연활동과 함께 지지자, 한인회,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는 한편,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생각을 가다듬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민주당 내 찬반 양론 격화 이처럼 정 전 장관이 국내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결단이 임박했다는 사실은, ‘재선거 출마설’을 놓고 찬반 양론이 격화되고 있는데다, 당이 이달 중순께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 공천작업을 본격화 하겠다는 일정과 맞물려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극심한 인물난 속에 명망가인 정 전 장관의 복귀가 당에 활력을 불어넣으리라는 기대와, 대권 도전에 연달아 실패했던 인사의 복귀가 오히려 당의 이미지를 흐리는 것은 물론, 현재 신주류를 이끌고 있는 정세균 대표의 위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주류 측과의 갈등만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 대표 측에서도 정 전 장관 측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쏟아지는 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머나먼 이국 땅에서 절치부심한 정 전 장관이 재선거 출마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귀국해서 정계에 복귀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당연지사이지만, 정 전장관의 정치권 등장은 당내 역학구도에 파장을 일으키면서 신주류 간의 힘겨루기는 물론 추미애 의원을 포함한 비주류 세력의 가세로 인해 서서히 본격적인 계파별 세대결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세균 대표는 2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 전 장관의 출마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전주의 경우 두 의석이 잘못돼 다시 선거해야 하기 때문에 도민이 어떤 인물을 원하는지 우선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수도권 선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공천이 어떤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4일 당 지도부 연석회의에서도 정 대표는 “재보선 지역에 대한 민심 파악을 곧 시작할 예정이며, 그 연후에야 재보선 방침과 후보 기준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국민에게 호소하는 재보선을 해야 한다는 기본인식 외에는 언급하는 게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정 대표는 측근들에게 공천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리며 공천 시기를 가급적 뒤로 미루기는 했지만, 당 지도부와 386 그룹을 중심으로 부정적 흐름이 주류를 이루면서, 한때 당의 대주주이자 대선 후보였던 정 전 장관이 출사표를 던질 경우 무시하기는 힘든 게 아니냐는 현실론도 있어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대해 당의 핵심인사는 “단순히 정 전 장관 개인에 대한 공천 문제가 아니라 당이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느냐의 문제”라며 “특히 텃밭 출마는 명분이 약한 만큼 정 전 장관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라도 부정적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최재성 전 대변인은 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해 “(정 전 장관이) 언젠가는 다시 현실정치를 해야 당에도 좋고 정권창출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정계 복귀 가능성에 일단 긍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4월 출마설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표 차이로 대선에서 지는 등 이명박 정권 탄생에 우리의 잘못도 있는 상황에서 당원 대다수나 국민여론을 설득하는데 무리한 감이 있지 않나 싶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 이미경·이종걸, ‘공천배제’ 반대 그러나 이미경 사무총장은 5일 “당의 중요한 인재를 무 자르듯 쉽게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당은 정 전 장관 본인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고, 당의 발전을 위해 이런 중요한 분들의 힘을 어떻게 모아낼지 같이 협의할 것”이라며 “(정 전 장관에 대한) 공천심사 배제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이 총장은 “(정 전 장관의 출마 여부는) 당과 본인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아야 하며, 어떤 결론이 나든 본인이 당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따라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어느 지역, 어느 시점이 당과 본인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 정해야 할 것이지만, 전주와 수도권 중 어느 쪽이 상징성이 크냐는 것은 좀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당내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도 3일 성명을 통해 “대선이나 총선에 출마한 경력만으로 구시대적 인물로 폄하돼 출마 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민주적 개혁공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명박 정권의 무자비한 난폭정치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정동영·손학규·김근태 등 경륜이 넘치는 분들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정 전 장관만큼 당내에서 개혁적이고 희생적인 정치인은 드물다”며 “17대 총선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비례대표직을 사퇴하고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비리와 부도덕성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웠으며, 18대 총선에서 당의 결정에 따라 서울 동작구에 출마했다”고 강조하면서 정 전 장관의 재선거 출마론에 적극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1월 11일 뉴욕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한반도 통일은 독일식도 베트남식도 아닌 ‘개성식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장관은 이 강연회에서 ‘한반도 제4 물결’이라는 제목의 강연회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의 흡수통일이나 베트남의 무력통일이 아니라 창의적인 해결책을 보인 개성식 모델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일단 경제적 통합을 이루고 돈과 사람과 물자와 정보가 오가면 남쪽은 안정과 기회를 얻게 되고 북쪽은 중국이 걸어간 개방을 통해 통일의 초석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남북관계가 좋아야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울과 워싱턴·평양의 삼각관계를 새로운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면서 “한반도의 핵위기 시대를 마감하고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공존시대와 통일을 향한 기회를 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지만 “북한과 화해와 협력의 10년을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과거 정부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현 정부는 그 10년 세월을 단 10개월 만에 무너뜨렸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