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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종필 국회도서관장

“개관 57주년, 맞춤형 안방도서관 도약”
야간개관, 재외동포 책 보내기, 국회의원 맞춤형 전자도서관 서비스, 팩트 북 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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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7호 심원섭⁄ 2009.03.04 10:02:47

“대변인 오래 해봤자 ‘말의 악업(惡業)’만 쌓일 뿐, 오래 할 일은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2008년 7월, 무려 4년 10개월 동안 원내 제1당에서부터 5당을 거친 헌정사상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세운 당시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 고별사를 통해 대변인의 ‘업보’를 한마디로 설명한 말이다. 정당의 ‘입’인 대변인이라는 직책은 문자 그대로 각종 현안에 대한 정당의 입장을 대신 전하는 의미가 있지만, 자연스럽게 상대 당을 비판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안이 민감할수록 ‘논평전쟁’으로 쉽게 번져 간혹 ‘설전’을 넘어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사태도 발생하는 등 직책이 갖는 고통이 적지 않게 배어 있다. 유 전 대변인은 정치인에서 벗어나, 2월 20일로 개관 57주년을 맞이한 국회도서관장직을 맡아 명망 있는 행정가로 변신해 있다. 국회도서관 또한 지난 반세기 동안 정치권의 풍향에 따라 숱하게 명암이 엇갈렸으며, 역대 정권의 성격에 따라 그 위상이 크게 좌우되는 등 부침도 많았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9월 29일 임명돼 취임 5개월을 맞은 유 관장은 취임사에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국회도서관이 첨단 입법정보의 산실이자, 국민들에게 친숙한 열린 도서관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유 관장은 과의 인터뷰에서 “국회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기능뿐 아니라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며 “국회의원 등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국회도서관의 역할·이용절차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적극 이용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2월 23일 오후 국회도서관장실에서 유종필 국회도서관장과 과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유 관장은 정당의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정치가에서 국회도서관장이라는 행정가로 변신했는데, 유 관장에게 도서관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정치부 기자, 정당 생활을 하면서 국회도서관 앞을 20년 간 다녔는데, 이 건물에 들어와 일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국회도서관장 일을 하면서 ‘사람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도서관과는 인연이 참 많은 것 같다. 중학교 때 7~8평 되는 조그만 도서실에서 많은 책을 읽으면서 지적 욕구를 채울 수 있었던 곳으로 기억된다. 고등학교 때는 입학하자마자 독서회에 가입하여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을 즐기며 자유롭게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리고 ‘문학사상’, ‘현대문학’ 등의 문예 월간지를 주로 많이 읽었으며, 대학 때는 청계천의 헌 책방에서 ‘창작과 비평’ 등 좋은 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사서인 집사람을 신문사 조사자료부에서 일할 때 만나 결혼한 인연을 보면 도서관과는 상당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 국회도서관 개관 57주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회도서관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20일, 전시수도 부산의 경남도청 무덕전에서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되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장서 3,600권과 직원 1명으로 개관하여, 의회민주주의의 발전과 맥을 같이하며 정치권의 풍향에 따라 숱하게 명암이 엇갈렸다. 그러나 2008년 12월 현재 약 378만 권의 장서, 1억 면 이상의 원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대의 도서관으로 발전했다. 지난 2월 20일이 국회도서관 개관 57주년이었는데, ‘57’이라는 숫자의 의미보다는 ‘최고의 입법정보, 최상의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회도서관으로 거듭나는 매우 중요한 한 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회 내 다른 기관과의 관계 재정립에 따른 도서관 정체성의 재확립이 요구됨에 따라, 올해는 국회도서관의 위상을 확고하게 세워 2012년 국회도서관 개관 60주년을 준비할 계획이다. 취임하자마자 적지 않은 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기 동안 가장 치중하고 있는 사업,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나는 국회의 입법지원 기관으로서 국회의원들에 대해 ‘무한 봉사’하고, 또 국민이 원하는 지식 정보를 언제 어디에서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국회도서관의 문턱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일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회와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회도서관이 되도록 할 것이다. 또한 핵심사업으로 국회의원 맞춤형 전자도서관 서비스 제공, 야간 개관, 안방 국회도서관, 재외동포 도서지원사업, 팩트 북 서비스 강화 등의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추진 중에 있다. 국회의원 맞춤형 전자도서관 서비스(APOLO)는 각 의원실에서 생산되는 의정활동 자료, 개인소장 자료 등 온·오프라인으로 분산되어 있는 자료를 개인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보존 활용하는 ‘사이버 서가’ 형태의 정보 서비스로, 개인전용 전자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2008년도에 맞춤형 전자도서관 시스템을 41명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구축하였으며, 2009년도에는 시범 서비스 의원실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반영하여, 2010년에는 18대 국회의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평일 주간에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이 도서관의 자료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자 야간 개관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이용시간이 오후 6시까지인데, 평일 오후 10시까지 국회도서관의 주요 열람실인 디지털입법자료센터·학위논문실·정간열람실 등의 연장 개관을 계획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안방 국회도서관의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도서관은 약 1억 면의 원문을 DB로 구축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국회도서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저자들의 저작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전체 원문 DB 자료 중 약 3분의 1 정도만이 저작권 동의를 받아 웹상에서 서비스할 수 있고, 나머지는 이용 허락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이용하는데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과 협력해서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열람·출력·다운로드 중에서 출력과 다운로드는 안되더라도 열람만큼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안방 도서관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협의 중에 있다. 그리고 재외동포 책 보내기 사업을 꼭 성공하고 싶다. 지금 시대는 국경의 개념이 따로 없어 한국인이 있는 곳이 곧 우리의 영토라고 할 수 있다. 미국만 해도 LA에 48만, 뉴욕에 43만, 시카고에 24만 명의 교민들이 밀집하여 살고 있는데, 현지 도서관에 비치돼 있는 한국 책은 아주 빈약하다. 한국 책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한국 사서도 없고 분류도 안 되어 이용할 수 있는 체제가 안 갖춰져 있다. 그래서 지난 2월 3일 매일경제와 재외동포를 위한 책 보내기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책 보내기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끝으로, 팩트북(Fact Book)을 지속적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 1주일 만에 오바마의 성장 배경과 정책, 의정활동, 그리고 당시에 대표 발의한 법안 등을 담은 ‘오바마 한눈에 보기’를 발간했고, 제2호로 ‘2009 미국을 이끄는 파워엘리트’, 제3호로 ‘한미 FTA 한눈에 보기’를 발간하여 정치권·청와대·정부기관·언론계·연구기관 등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앞으로 ‘신성장 동력 사업’ 등 국정 현안 주제에 대하여 학계 등 전문가 집단, 언론계 및 정부 등에서 제안되고 논의되는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서 팩트 북을 계속 발간하여 국회의원과 국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팩트 북 발간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팩트 북 발간을 구상하게 된 동기가 있는가? 지난해 18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9월에 국회도서관장 취임 이후 2009년을 준비하고 우리 국회도서관의 위상과 역할을 고민하면서, 도서관 정보 서비스가 잘 뿌리내린 선진 의회도서관의 정보서비스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일본의 의회도서관 및 관계기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언론의 보도를 뜻하는 ‘뉴스’와 박물관을 의미하는 ‘뮤지엄’을 합친 합성어 ‘뉴지엄(Newseum)’을 방문했을 때, 넓은 벽면에 링컨 전 대통령이 말한 “Let the people know the facts and the country will be saf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어 인상적이었다. 이는 “국민에게 사실을 알게 하면 그 나라는 안전할 것이다”라는 뜻인데, 권력자가 팩트(Fact)와 인포메이션(Information)을 독점하거나 은폐·왜곡하는 속성을 경계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이라는 곳은 팩트와 인포메이션을 수집 가공해서 보존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미래에 전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뉴지엄에 새겨져 있는 링컨 전 대통령의 말을 보고 국회도서관이 해야 할 일이 수집한 팩트와 인포메이션을 많이 제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민주주의 발전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 생각했고, 국회도서관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팩트 북 발간으로 여야 의원들에게 오해를 받는 일은 생기지 않겠는가? 국회도서관은 정치중립이 생명이다. 도서관은 수천 년 동안 무당파성(Nonpartisan)을 기반으로 해 왔으며, 그래서 나는 ‘도서관은 팩트로 말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팩트를 왜곡·은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매사에 여야의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에 관한 내용에 이어 한미 FTA에 관한 팩트 북을 발간했는데,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가? ‘한미 FTA 한눈에 보기’ 팩트 북은 2006년 3월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추진을 공식선언한 이후부터 2007년 6월 합의문 서명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 간에 이루어진 FTA 협상과정과 최종 타결내용을 자세히 싣고 있다. 그리고 양국 의회의 비준절차와 국내 산업에 대한 보완대책, 국내의 관련 조직·법령·예산 등 전반적인 내용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수록했으며, 특히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물들의 한미 FTA 관련 발언과 미국의 FTA 재협상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한미 FTA는 17대 국회에서 수많은 토론을 했지만, 18대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수 의원이 초선이기 때문에 토론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 팩트 북을 통해 그 동안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에서 오고 간 치열한 논의와 학계·언론계 및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취임 첫 행사로 ‘독도사랑’ 특별전시회를 개최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는가? 미국 의회도서관은 지난 1986년부터 독도 주제어를 ‘Tok Island(Korea)’라 설정하고 주권국가가 한국임을 명시한 바 있다. 그런데 2008년 7월에 ‘Liancourt Rocks’로 변경하려고 했으며, ‘독도’가 ‘리앙쿠르 암’으로 바뀌면 독도의 상위 주제어가 ‘Islands-Korea(South)’에서 ‘Islands of Sea of Japan’으로 변경되게 되어 있었다. 이 상위 주제어가 곧바로 주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마치 독도가 ‘일본해의 섬’ 즉 일본 영토라는 인상을 주게 되므로, 표준 주제어가 ‘Tok Island(Korea)’라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2008년 7월 미국 의회도서관의 독도 주제어 변경 시도 이후, 우리 국회도서관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국제 현안인 독도 영유권 관련 사업에 역점을 두어 추진했다. 그래서 국회도서관은 미국 의회도서관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서관의 영토 관련 주제어를 지속적으로 분석하여 오류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국제협력체제 구축에 적극적 나섰으며,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입증할 수 있는 국내외 연구문헌과 지도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발굴·수집하여 외국어로 번역하고, 이를 국내외 관련기관에 배포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또한, 민족의 숨결이 서려 있는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을 알리고 독도 사랑을 고취시키고자 고지도·고문헌 등 150여 점을 모아 ‘우리 땅! 독도사랑’ 특별전시회를 개최했으며, 특히 고지도 및 고문헌의 내용을 국문과 영문으로 해설하여 전시함으로써 국회를 방문하는 국민은 물론 외국인들이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이해하기 쉽게 했다. 그리고 올해 중에 도서관 안에 독도 상설전시실을 만들 계획이며, 독도전시실은 외국 귀빈을 비롯한 국회 참관인들에게 독도에 대한 역사인식을 고취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종무식을 ‘비전 수립 워크숍’으로 대체하였는데 어떤 효과가 있었나? 지난해 종무식을 대신하여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국회도서관 비전 및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하여 국회도서관 전 직원이 제안한 업무개선 사항 및 도서관 발전방향에 대해 주제발표와 격의 없는 토론을 하여 국회도서관의 미션과 비전을 수립한 바 있다. 국회도서관의 미션은 ‘국회도서관은 세계의 지식정보 자원을 수집하여 국회와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의 알 권리 확대에 기여하고, 입법부의 역사적 활동 및 인류의 지적 문화유산을 보존하여 후세에 전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도서관의 비전은 ‘Library 4U, 국회도서관!’으로 확정했으며, 이는 ‘국회도서관은 모든 정보를 총체적으로(Universal) 수집하고, 유용하게(Useful) 가공하여, 언제 어디서나(Ubiquitous)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당신의 도서관(Your Library)입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에 대한 무한봉사, 최고의 법률도서관 구축, 국가 지식정보의 포괄적 수집과 과학적 보존, 글로벌 지식정보 네트워크 구축, 재외동포 지식정보 제공, 정보 소외계층 정보 서비스 확대, 열린 도서관 환경조성 등 7가지 전략방향을 수립했다. 이와 같은 국회도서관의 미션과 비전은 앞으로 국회도서관의 사업방향과 직원 업무수행의 목표지향점 역할을 할 것이다. 재외동포 책 보내기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가? 2월 초에 재외국민투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재외국민이 올바른 투표를 하기 위해 많은 국내 정보를 원하기 때문에 책보내기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벌이는 사업이다. 책 보내기 사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재원이 적게 들면서 효과는 큰 사업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과 많은 기업체와 국민들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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