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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무조건 비용절감’은 독약

무차별 감원·투자축소는 오히려 경쟁력 손상, 장기적·전략적으로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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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8호 김대희⁄ 2009.03.10 13:59:47

#사례1) 최근 경영위기 속에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와 기술과 지분을 맞바꾸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함으로써 비용절감 및 경쟁력 제고를 추구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에 엔진 및 트랜스미션 기술, 생산 플랫폼을 제공해 친환경 소형차 생산을 돕는 대신 현금 지급 없이 크라이슬러 지분의 35%를 취득하고 크라이슬러의 북미 유통망을 공유해 북미 지역 확장의 토대를 구축했다. #사례2) 중장비 및 엔진 제조업체인 미국 캐터필러사는 ‘재활용생산’을 통해 완제품의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재생산된 부품을 판매하여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재생부품 매출액을 기록했다. 디젤차 연료분사장치의 경우 수십만 마일마다 홈이 마모되어 교체해야 하지만, 캐터필러는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홈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3달러였던 제조원가를 6분의 1 수준인 0.5달러로 절감했다.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으며, 사업 및 자산 매각, 감원, 조업단축, 투자축소, 연봉삭감과 복지혜택의 축소 등 다양한 비용절감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비용절감은 요즘 전 세계 기업의 화두이다. 문제는 ‘어떤’ 비용절감이냐이다. 이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지출을 억제해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보다는 미래 성장동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적 비용절감’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략적 비용절감이란 타 기업과의 협력·연대 등을 통해 비용절감 및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는 경영방식을 일컫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불황기 기업의 전략적 비용절감’ 보고서를 통해 “기업별 상황이나 전사전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감원·투자축소 등 상대적으로 이행이 쉽고 단기효과가 기대되는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어렵게 하고 임직원 사기저하는 물론 미래 성장잠재력까지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전략적 제휴는 협력과 연대로 핵심 역량을 강화하면서 비용을 줄인 모범 사례다. 미국의 인사 컨설팅 기업인 리더스IQ사가 2008년에 감원을 단행한 기업의 생존자 4,172명을 대상으로 업무 생산성의 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생산성, 고객 서비스의 질, 종업원 로열티 등이 급감했다. 이처럼 일률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무급휴가 등을 시행할 경우 조직의 사기가 저하되고 핵심 인재 이탈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노키아의 직원식당 측이 직원들의 선호 메뉴인 팬케이크에 따라 나오는 휘핑 크림을 제공하지 않아 반발을 산 경우도 좋은 사례이다. 이와 함께 청소용역을 줄이는 등 사소한 부분에까지 강도 높은 경비절감을 감행하자, 직원들은 “세계적인 기업 노키아답지 않다”며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미국의 자동차산업 또한 2001년부터 2년 간 일명 ‘빅3’라 불리는 자동차 회사들이 인력 감축을 통해 불황을 넘겼지만 체질 개선에는 실패하여 2008년부터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단기 극약처방 부작용 불러…미래 희생 없는 비용절감 필요 보고서는 ‘전략적 비용절감’은 무차별적으로 지출을 억제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비용을 줄이거나 통제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쟁역량 강화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즉, 전략적 비용절감은 기업의 전략목표와 부합해야 하며, 전사적·중장기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단기적인 ‘극약처방’의 유혹을 피하려면 전략적 관점에서 비용절감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이는 무차별적으로 지출을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목표에 맞춰 사업방식·인력·프로세스 등 기업 전체를 재조정하는 전략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용절감 때 일반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관리 및 운영부문뿐만 아니라 ▲사업의 방식 ▲인력 및 조직 ▲프로세스 등 폭넓은 부문을 망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업방식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수익창출 구조를 핵심가치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부가가치가 낮거나 중복되는 업무 절차를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우선, 동·이종 업계의 다른 기업과의 제휴와 통합, 협력 및 연대로 핵심역량을 강화하여 비용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설비·보유고객·정보 등의 공유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폐설비·제품을 재활용하는 등 리사이클링을 통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인력 및 조직에서는 인력감축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직 로열티는 양보할 수 있는 가치인 만큼,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되 불가피한 감원은 중장기적 인력계획에 따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 부서 00% 감원’ 같은 획일적인 접근법을 경계할 대상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신뢰기반을 훼손치 않는 방법”이라며 “인력감축보다 고통분담 차원의 다양한 비용절감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 향후 해당 역량을 재획득하기 위해선 더 큰 비용이 소요된다”며 “중장기적인 인력활용계획을 고려해 신중히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전략 부재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감원 및 투자축소는 직원의 충성도 약화 및 비전 상실을 야기할 것”이라며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한수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위기극복 과정에서 미래를 희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비용절감은 기업전략과 현재의 비용구조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 단계적으로 기업의 핵심가치가 손상되지 않도록 추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임직원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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