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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입’ 언론관련법 극적 타결

정치권에서 ‘박근혜의 힘’ vs ‘무임승차’ 논쟁…여권 내부 평가도 ‘온도차’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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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8호 심원섭⁄ 2009.03.10 13:07:22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월 2일 오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언론관련법’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밤새 농성하고 있는 본회의장 중앙홀을 찾아 의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쏟아낸 ‘한마디’가 교착상태에 빠졌던 여야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돼 또 한 번 ‘박근혜의 힘’을 중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그 동안 미흡한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양보를 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평가한 뒤, 언론관련법 처리시한 명기와 관련해서는 “야당이 그 정도는 합의해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야당이 그것을 안 해줄 때는 뭔가 다른 속셈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김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상당히 고심한 내용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문제는 시기를 못박지 않은 것인데, 그 정도는 야당이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야당이 한 발짝 물러설 것을 촉구했다. 결국 이틀 동안 여야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동원돼 수십 차례 접촉했으나 합의는커녕 점점 교착상태에 빠져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만 남은 상태에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합의처리 노력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지도부의 강행처리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김 의장의 중재안을 평가하면서 시기 부분에서 야당의 양보를 촉구하는 나름의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발언 직후 여권의 강경기류에는 한층 힘이 실렸고, 김 의장은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회동 끝에 방송법 등 15개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입장을 내놓았으며, 이어 민주당이 박 전 대표가 요청한 대로 처리시기를 못박는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원혜영 “원칙 없이 이해 따라 입장 바꿔 유감” 물론 공교롭게도 상황이 맞물린 셈이지만, 그 동안 한나라당이 내놓은 언론관련법에 다소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던 박 전 대표가 일정하게 방향 전환을 보이면서 여권의 단결과 야당에 대한 압박이 이뤄진 것은 부인할 수 없으며, 게다가 나름대로 내놓은 중재안과 여야 합의 내용이 맥락을 같이해, 나름의 정치력도 입증한 셈이 됐다. 이후 곧바로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쟁점법안 처리 ‘로드맵’을 도출, 파행국면이 종결돼 1, 2차 쟁점법안 국회파행이 결국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 이후 전격 타결된 셈이 되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연말 쟁점법안을 둘러싼 국회파행 막바지에는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면서 당의 강행처리 입장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이러한 ‘언론관련법’ 정국에서 야당의 ‘양보’를 촉구한 박 전 대표의 ‘역할’을 놓고 야권에서는 맹비난하기에 급급했으며, 여당 내부에서도 평가에 대한 ‘온도차’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늘 마지막 순간에만 나타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절묘한 ‘타이밍’을 비롯하여 지난 1차 입법전쟁 당시 여권의 강경론에 제동을 걸었던 원칙의 실종이 논쟁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를 합리화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 듯하다”면서 “원칙 없이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은 유감”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같은 당의 전병헌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이야기한 국민적 공감대는 친이·친박 간의 공감대”라며 “박 전 대표의 위선적 껍데기가 벗겨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의 박승협 대변인도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나타나 모든 정치적 성과를 냉큼 집어 먹으려는 얌체 정치인”라고 혹평하는 등, 한마디로 ‘박근혜의 힘’이라는 평가와 ‘무임승차’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을 입증해 보였다는 ‘통찰의 여왕’이라는 극찬과 ‘눈치 공주’라는 기회주의적 대응의 결과라는 대비라고 할 수 있다. ■이상득 “박 전 대표가 역할 잘 하신 것”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각 계파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도 성향의 원희룡 의원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충돌에) 아무런 희망과 중재자가 없을 때 올바른 안을 제시하여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며 “박 전 대표의 상식적 말 한마디가 결국 만점짜리 정답”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원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입장변화에 대해 “어떤 원칙을 가지고 말한다기보다는 자기에게 어떤 게 유리한가를 보고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며 “워낙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분위기가 강경하니까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다, 유불리를 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희태 대표도 “(박 전 대표가) 도와주니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 모르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박 전 대표든, 이상득이든, 당의 한 의원이 이야기한 것을 무얼 그렇게 복잡하게 해석하느냐”면서 “그래도 박 전 대표가 역할을 잘 하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친이계의 공성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대야 협상에서는 박 대표와 홍 원내대표를 위시한 최고위원단·원내대표단이 부단히 국회의장과 야당을 상대로 회합을 갖고 애쓴 덕택”이라며 “박 전 대표가 국민과 당원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정치적 큰 힘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조금 지나친 평가”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같은 당의 진성호 의원은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는 박 전 대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과거에 천막 당사나 한나라당의 위기 때도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판단한다”며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1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지나친 평가”라고 일축했다. 물론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의 배경에는 여야 그리고 계파 간의 정치적 색깔에 따른 온도차가 엿보이지만, 근본적으론 이제 박 전 대표의 ‘한마디 정치’의 성가와 한계에 대한 정치권의 엄밀한 ‘계량’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가 커 보인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내용적으로는 그 동안 강조해 온 ‘국민 공감 우선’ 원칙의 포기로 비친다는 점도 적지 않은 구멍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현실정치의 역관계 속에서 그의 ‘원론정치’의 틈새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일단 “입장은 이미 밝혔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쟁점법안 강행 처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박 전 대표의 입장 변화에 대해, 꾸준히 주변 의견을 수렴하며 본인이 판단한 것일 뿐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공감대를 형성하라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주문이었고, 그간 여야 논의과정과 국회의장이 고심한 부분을 인정한 것”이라며 “법안 내용도 일정한 변화가 있었고, 이제까지의 상황을 박 전 대표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지 특별한 회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묘하게 박 전 대표가 말하면 딱딱 맞아 떨어지게 됐다”면서 “다만 박 전 대표가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언론관련법의 처리시한 지정이 안 된 것은 잘못이라고 전향적인 방향을 보여준 것이고, 그대로 됐기 때문에 특유의 정치력을 증명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박 전 대표의 ‘한마디 정치’와 원칙론은 계속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어서 어떻게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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