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호 김대희⁄ 2009.03.24 13:53:50
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 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더 불행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불행의 가장 큰 이유가 정작 ‘재산의 감소’가 아니라 ‘불공평한 소득분배’ 때문이라는 사실로, 절대적 박탈감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 문제라는 얘기다. 또한, 저소득층일수록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한 경제적 불행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가계가 느끼는 소득분배 공평성이 크게 악화됐으며, 앞으로도 소득분배 구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의 경제행복도 조사’ 보고서를 통해 “2월 4일부터 6일 간 전국 1,000가구를 전화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경제행복도 체감지수’를 조사한 결과, 가계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소득분배의 공평성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체의 52.5%는 소득분배의 공평성이 악화했다고 답했고, 개선됐다고 응답한 가구는 9.8%에 불과했다. 연구소는 “가계들이 1년 전에 비해 현재 주관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경제적 행복(Economic Well-being) 수준을 소비수준, 재산수준, 분배의 공평성 정도와 경제적 안정성 등 4가지 측면에서 파악한 ‘2009년 1·4분기 경제행복도 체감지수’가 41.1로 조사돼, 가계의 경제적 행복감이 1년 전에 비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50보다 낮으면 1년 전보다 행복도가 나빠졌다는 가구가 좋아졌다는 가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경제행복도를 구성하는 4가지 하위지표 중에서는 ‘분배공평성 체감지수’가 37.1로 가장 낮았다. ‘소비수준 체감지수’는 43.4, ‘재산수준 체감지수’는 42.3, ‘경제안정성 체감지수’는 41.4를 기록했다. 소득수준별로 살펴볼 때, 저소득층일수록 최근 경기부진으로 인해 경제적 불행을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특히, 최저소득층을 의미하는 소득 1분위는 ‘경제행복도 체감지수’를 구성하는 소비수준, 재산수준, 경제안정성 수준의 3가지 하위지표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행복도를 보였다.
■ 현재나 1년 후나 ‘경제적 행복도’ 별 차이 없어 가계가 예상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의 경제행복도를 나타내는 ‘경제행복도 예상지수’는 50.4로 조사됐다. 이는 1년 후의 경제적 행복도 수준이 현재 체감하고 있는 경제적 행복도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가계들이 전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행복도 예상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4가지 지표 중 ‘소비수준 예상지수’, ‘재산수준 예상지수’ 그리고 ‘경제적 안정성 예상지수’는 각각 52.1, 54.1과 50.4를 기록하면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분배공평성 예상지수’는 기준치(50)에 미치지 못하는 45.0을 기록했다. 소득계층별로 살펴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와 2분위의 ‘경제행복도 예상지수’가 기준치(50)에 미치지 못하는 47.4와 49.7을 기록하면서 저소득층의 향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 태도 지수’는 올해 1/4분기 41.5로 전분기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 태도지수가 전분기에 비해 상승한 이유는 미래생활형편지수와 미래경기예상지수가 각각 전분기 대비 3.4포인트와 7포인트 상승해 기준치를 초과한 51.4와 50.8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분기 연속으로 기준치인 50을 밑돌아 소비심리 위축이 여전히 심각했다. 이에 연구소는 실물지표의 뚜렷한 반등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추세적인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득별로는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지수가 전분기보다 0.3포인트 낮은 38.0으로 하락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계층은 전분기보다 5.7포인트 높은 44.4를 기록하면서 전체 소비심리의 개선을 주도했다.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뚜렷한 실물지표의 반등이 없는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가계의 기대심리가 살아 있다는 점은 소비심리가 향후 정부의 노력과 금융불안 진정 여하에 따라 회복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뚜렷한 실물지표의 개선이 없는 가운데 1년 후의 생활형편 및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점에서 소비심리가 추세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