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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이명박 대통령이 불심 잡는 까닭은

‘경제난 극복 국민화합 대법회’ 참석…김윤옥 여사, 불필 스님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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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0호 박성훈⁄ 2009.03.24 12:52:28

청와대가 3월 18일 ‘불심(佛心) 잡기’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불교 행사에 참석했고, 이날 오전에는 김 여사가 성철 스님의 유일한 혈육인 불필(不必) 스님(72)을 만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대통령 내외의 불교 행보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불교가 앞장서 경제난 극복 힘써 달라” 이 대통령은 이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관으로 서울 그랜드힐튼에서 ‘경제난 극복과 국민화합’을 주제로 열린 대법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인 지관 스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병국 국회 정각회장, 김의정 불교 조계종 신도회장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불교는 1600년 전 이 땅에 전래된 후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호국불교’로서 국난 극복에 앞장서 왔다”며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하고 국민화합을 이루는 데에도 불교계가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불교계가 앞장 서서 경제위기 법회를 열고 지속적으로 나눔의 행사를 개최해줘서 감사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997년의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한 위기 극복은 금값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함께 금을 내놓는 그 마음이 합쳐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정부와 국민 그리고 기업과 근로자가 조금씩 양보해 힘든 시기를 함께 넘기고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함께 일하자는 지금 우리의 노력이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저력”이라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통령 후보 시절 월정사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주지 스님이 천하무이도(天下無二道), 성인무량심(聖人無兩心)이란 탄허 큰스님의 글이 담긴 액자를 주더라. ‘천하의 진리는 둘이 아니고 성인의 마음도 둘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담아서 특별히 내게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그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불교계에서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라고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비의 나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내가 먹을 한 끼를 아껴서 이웃과 나누고,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모금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런 자기희생을 통한 나눔과 대화합 운동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성철 스님의 여식 ‘불필’과 오찬 김윤옥 여사는 불필 스님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불필 스님은 열반한 성철 큰스님의 혈육으로, ‘불필’은 “너의 법명은 필요없다”는 뜻으로 성철 스님이 지어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여사가 불필 스님과 오찬을 하는데, 며칠 전에 일정이 확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스님을 만나는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 여사와 불필 스님은 특별한 인연을 갖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좀 남긴 했지만, 부처님의 날 등을 앞두고 만남이 주선된 것 아니겠느냐”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좋은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불필 스님은 그 동안 세상 나들이를 좀처럼 하지 않은 채 수도에만 정진해 왔지만, 성철 스님과 관련해 주목을 받아 왔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서적에는 불필 스님이 해인사 근처에 암자를 짓도록 허락했고, 가끔 백련암에서 멀리 보이는 그 암자를 바라보곤 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 ‘종교편향’에서 ‘경제편향’으로 지난해 ‘종교편향’ 논란으로 시련을 겪은 바 있는 청와대가 올해는 석가탄신일(5월 2일)을 앞두고 일찌감치 불교계와의 접촉을 늘리는 차원으로 읽힌다. 공직사회의 종교편향 등을 놓고 정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 온 불교계가 격앙된 감정을 조금씩 누그러뜨리며 그간의 성과를 갈무리하는 수순을 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지리정보 시스템의 사찰정보 누락,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량 과잉검문, 개신교 일부 인사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악화일로로 치닫던 종교편향 시비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9월 9일 ‘유감’과 ‘불찰’을 잇따라 표명하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불교 조계종은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서도 불교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겠다고 결단을 내린데 대해 환영의사를 표시하고, 종교편향 방지 관련 입법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불교행사 참여는 경제난 극복을 위한 국민 통합에 불교계가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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