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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앵콜 민들레 바람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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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이우인⁄ 2009.03.31 14:19:31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겠습니다.” 이 문장은 결혼할 때 부부가 하는 아주 식상한 맹세이다. 하지만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결혼은 현실, 부부는 아이 때문에 그리고 그놈의 정 때문에 산다고들 한다. 지난해 <연극열전2>의 10번째 작품으로 초연되어 2월 13일부터 PMC대학로자유극장에서 오픈 런(OPEN RUN)으로 앙코르 공연 중인 연극 <앵콜 민들레 바람되어>의 남편 안중기(안내상 분)와 아내 오지영(이지하 분)은 평범한 부부가 나누는 사랑과 갈등, 화해를 관객에게 표출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부면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으로, 사는 세계는 다르다. 연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부부는 같은 곳을 보듯 다른 곳을 보는 존재”라는 의미를 느끼게 한다. 이 부부는 어떠한 갈등으로 싸우고 싸우다, 아내 지영이 사망하면서 흐지부지 끝을 맺는다. 하지만 어쩌면 두 사람의 싸움은 사별로 생이 갈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도 된다. 지영의 산소를 중기가 찾아오면서 새로운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해가 싹트기 때문이다. 지영이 죽고 곁에 없자, 중기는 모든 오해의 끈을 푼 듯 지영을 찾을 때마다 그녀가 생전에 좋아했던 꽃을 선물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했던 시절,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한 딸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하지만 중기의 재혼과 이혼, 고등학생이 된 딸의 탈선 등으로 부부는 죽어서도 끝나지 않은 의미 없는 싸움을 되풀이하고, 세월은 무심히 흘러 중기는 점점 볼품없는 노인이 된다. 하지만 변치 않는 지영이나 늙고 병든 노인 중기나 마음은 똑같다. 사랑과 증오는 젊을 때와 변함없이 파릇파릇하다. 여기에 점점 혼자가 되어 가는 외로움과 허탈감은 더해진다. 연극은 두 부부의 대화로 진행된다.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단조로운 설정임에도 관객은 이들의 대화에서 공감대를 발견한다.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듣다보면 괜시리 내 일인 것처럼 서럽다. 서로 사랑하지만 현생에서는 다시 이뤄질 수 없는 안타까운 부부의 운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죽은 아내를, 죽은 아내는 남편을 끊임없이 찾고 부르짖는 모습에서 슬프고 아름답다는 말이 떠오른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30대 이상 부부관객이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극단 측의 말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관객 가운데 대부분이 30대 이상의 연인 혹은 부부였다. 등산복 차림의 50, 60대 중장년층도 눈에 띄어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특히, 중기와 지영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심각해지면 등장하는 노부부는 웃음의 포인트. 무뚝뚝하지만 실감 나는 경상도 사투리로 관객의 배꼽을 잡는 노부인(이지현 분)과, 늙어 약발 다한 능글맞은 바람둥이 노인(김상규 분)은 극의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한다. 또 SBS 막장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막가는 남편 ‘한원수’ 역으로 모든 여자들의 원수(?)가 됐던 연기자 안내상은 안중기인지 안내상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게 할 만큼 캐릭터와 똑 닮았다. <민들레 바람되어> 초연 때도 지영 역으로 분한 연극배우 이지하는 만년 소녀인 지영을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앵콜 민들레 바람되어>는 안내상 외에도 <연극열전2>의 프로듀서 조재현, 영화배우로 13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정웅인 등이 안중기 역에 트리플 캐스팅돼 호연 중이다. 2007년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로 주목을 받은 박춘근 작가와 <별이 쏟아지다> <지상의 모든 밤들> 등을 연출한 김낙형 연출이 합심해 만든 연극이다. 2월 1일 첫 회 공연 종료시까지 객석점유율 115%를 기록하면서 2만여 명 관객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문의)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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