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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생존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

IMF 당시 대량해고 비용절감 오히려 毒…문국현式 일자리 나누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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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김동성⁄ 2009.03.31 13:57:07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기업들의 비용절감 노력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IMF 당시 무분별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극도의 사회혼란을 경험한 바 있는 정부와 재계는 인력감축에 앞서 기계류, 부동산 등 설비의 처분과 이면지·종이컵 아끼기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구매비용 줄이기’. 구매비용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근거는 3월 23일 코트라가 발행한 ‘경기침체기 글로벌 기업의 구매정책 변화’에서 GM·지멘스·다임러 등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구매정책을 손질할 뿐만 아니라 경쟁사와의 제휴도 불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GM, Applied Materials, Navistar 등은 최근 대대적인 기존 거래선 정비에 나서, 이 가운데 일부만 주력 공급처로 선별해 강력한 가격인하 압력을 가할 것이란 정황도 입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해상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및 복지예산은 가장 최후에 선택해야 할 카드”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구성원 간 신뢰를 잃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신규인력 채용 동결, 이면지 쓰기 운동, 전기 등 기타 업무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메리츠화재·동부화재·LIG손해보험 등도 마찬가지. 이와 관련,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은 무형의 상품이기 때문에 결국 최후에 남는 원가는 사람과 종이밖에 없다”며 “결국 숙련된 전문가 위주로 사람을 아끼고 종이를 아끼는 것이 최대의 원가절감”이라고 표현했다. 건설업계도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사무실 축소, 사업부지 매각, 임직원들의 자진 임금삭감 등을 통한 원가절감 및 현금확보를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특히 동문건설은 오너 경재용 회장이 자신의 사유재산 중 473억 원을 출연하는 등 오너의 솔선수범도 돋보인다. 또한 과자류 및 빙과류로 잘 알려진 해태도 롯데칠성음료에 안성공장 부지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포스코는 조업방식의 개선과 생산체계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에 나섰다. 포스코의 임원진들도 연봉 10% 자진 반납 등에 나서 노사 간 호응을 얻어 가고 있는 상황. 화학업계는 M&A를 통해 자체 몸집을 불리고 경쟁업체의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딱히 원가절감 및 현금확보 등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용곤 명예회장은 “알짜 기업도 필요하다면 매각하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여차하면 주력 계열사일지라도 매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절약방안 속에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기업들의 구조조정 방안에는 임직원의 대량 해고 혹은 대량 희망퇴직을 통한 인건비 절약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지난 10년 전 IMF 외환위기 시절 노숙자 양성을 불러온 대량실업사태와는 궤를 달리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재벌·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가는 중소기업에서 더욱 활발하다. 가산디지털단지 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일준 사장은 “최근 경영환경이 너무 좋지 않아서 무슨 수를 내긴 해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하지만 직원을 해고하는 방식의 인력 구조조정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IMF 당시 직원들을 대부분 자르고 인건비를 절약한 후 살아남았지만, 돌이켜 보면 신규 인력을 채용해서 새롭게 기업문화와 기술 숙련도를 익히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IMF로부터 얻은 값진 교육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직원들과의 신뢰만큼은 반드시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시책과 일치 일자리 나누기 운동 호환 이 같은 재계의 정서는 일자리 경제난 타계를 위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과도 잘 호환된다. 사실 IMF 시절 구조조정의 여파로 수십만의 가장들이 지하도와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었다. 이로 인해 많은 가정들이 깨졌고 수많은 부랑자들을 생산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악몽이 싫은 걸까? 이명박 대통령도 결국 일자리 나누기 운동을 적극 제안하고 나섰다.. 현재 정부는 급여를 줄이고 그만큼 생겨난 돈으로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는 이명박 식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면 각종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10여 년 전 IMF 외환위기 시절 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유한킴벌리 사장으로 재임 중 자사 공장에 일자리 나누기를 적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문 사장이 최초에 제안한 4조3교대 근무제도와 노조가 제안한 4조2교대제로 잉여인력 30%를 끌어안고 가는 획기적인 방식을 정착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주의자라고 비판하며 유한킴벌리는 곧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결국 어려운 시절에도 결코 버리지 않는다는 끈끈한 신뢰 속에 직원들의 자유로운 창의까지 덧붙이자 유한킴벌리는 불량률·안전사고율 등에서 제로 수치를 계속 가져가고 있다. 문국현 사장의 모험이 성공을 거두자, 많은 사람들이 문 사장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경영혁신 전략을 배워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배워 간 곳이 바로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의 후계자 조현범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둘째사위다. 이와 관련, 재계 등 일각에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기업가이던 시절 정착시킨 제도를 이명박 대통령이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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