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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화랑]변형과 축약의 리얼리즘 - 노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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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2호 편집팀⁄ 2009.04.07 11:22:03

최병길 원광대학교 교수(철학박사) 노태웅의 회화세계는 리얼리즘이다. 그러나 그 리얼리즘은 충실한 재현으로서의 리얼리즘이 아니라, 변형되고 축약된 제시로서의 리얼리즘이다. 따라서, 그의 회화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렇듯이 변형된 리얼리즘의 의미론적 해석과 더불어 그 방법론적 기법을 고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그러한 맥락에서 성찰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의미론적 입장에서 그가 작품의 화면 전체에 즐겨 사용해 온 흰색의 상징성과 자신의 자아의식과의 상관성. 둘째, 방법론적 입장에서 붓의 터치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 독특한 운필법. 셋째, 화면 전체에 걸쳐 고루 유발되는 두툼한 마티에르 효과의 시도이다. 첫째, 그는 특히 역 풍경이나 도시 변두리 주거밀집지역 같은 설경을 표현할 때 흰색을 주로 사용하지만, 그것은 원색으로서의 흰색이 아니고, 거기에는 노랑색이나 연두색이 약간 가미되어 있다. 다분히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흰색이 상징하는 순수·청결·신성·정직 등은 노랑색이나 연두색이 혼합된 흰색이 상징하는 점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노랑색의 상징성은 희망·광명·명랑·유쾌로 나타나 있으며, 연두색의 상징성은 위안·친애·젊음·신성 등으로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노랑색이나 연두색을 혼합시킨 흰색을 사용함으로써 드러나는 색의 상징성은 그가 서민들의 애환 어린 삶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회화세계는 서민들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리얼리티의 추구로 간주하고 싶다. 그의 이러한 색조는 작품에서 전체적인 하나의 이미지를 생성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 이미지는 풍경의 적막감이 감도는 정취이다. 그러므로 그의 회화에서 사물의 동적인 상태는 거의 표현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이 순간 이 풍경이라는 사물의 시공간적 즉각성이라는 울타리 안에 사물들이 꽁꽁 얼어붙은 듯이 응결해 있는 것이다. 그가 표현하는 사물들은 한순간에 포착한 시각에 의하여 순간의 시간성에 묶여버린 듯하며, 그것은 사물이 응고된 듯하다는 이미지로서 사유적인 관념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꽃의 표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꽃 하나하나의 동태와 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지, 주위 풍광과의 조화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항구의 표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항구는 출렁이는 파도나 저 멀리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과의 수평선 따위를 표현해내는 리얼리즘적인 풍경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는 사물의 현상 저 너머에 있는 본질이나 에너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는 그 사물들을 통하여 관람자에게 마치 인상적인 풍경으로부터 반어적이고 역설적이며 살아 있는 사유적 활동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본인은 그 방법론에 있어서 그의 독특한 운필법을 거론하고자 한다. 그가 사용하는 물감들의 색상은 중간색 톤, 그 중에서도 특히 갈색과 황토색 계통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것은 한편으로는 육중한 맛도 풍겨낸다. 소재에 있어서는 풍경이 대부분이지만, 백합·맨드라미·목련·해바라기 등 꽃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보이며, 요즘에는 중국 기행을 통하여 스케치한 중국의 심산유곡도 표현해내고 있다. 여기서 그의 운필법의 독특함을 발견케 된다.

특히, 설경을 보면 흰색이 화면에 자연스럽게 정착된 기법에서 그 독특함이 엿보인다. 그 방식으로 이내 생겨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나는 그것이 자연 현상을 그대로 표현기법으로 원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마치 눈이 강하하여 쌓이는 모습처럼 붓으로 눈의 색채를 화면에 수직으로 찍듯이 채색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그의 설경은 눈이 자연스럽게 수북이 쌓인 듯한 인상을 시사해준다. 그것의 특징은 마치 점묘법의 연장선상에서도 말할 수 있겠는데, 사물들 간의 색상대비적인 조화감이 생성되는 연유이기도 한 것이다. 또 하나는 사물의 입체성 혹은 본질이 면들의 연속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그러한 기법을 활용한 연유로, 사물들의 구분을 위해서 구태여 윤곽선을 별도로 그을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사물의 해석에 있어 색채 우선주의를 택했으면서도 형태 우선주의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게 되는 이중적인 효과를 보게 된 것이며, 그가 원근법을 크게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원근법이 완전히 무시되어 있다고도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물들의 경계를 지우는 윤곽성이 거의 없고 그것이 색들의 대비로 환원되어 있다는 점이 그의 회화세계의 특징이다. 셋째, 화면 전체에 걸쳐 부드러우면서도 두툼한 마티에르 효과가 유발되고 있다. 그의 말로는 “대리석 가루를 화면 위에 접착제로 응고시킨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으로 인해 차분하고 절제된 색채와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따라서, 작품들이 앙리루소의 풍경화나 신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요즘 화가들이 화면에 모래를 부착시키고 채색하는 기법이 널리 상용되고 있으나, 이 경우에는 물감과 모래의 물성이 판이하므로 자칫 양자가 분리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대리석 가루는 캔버스 천과의 접착성, 물감과의 상응성과 삼투성이 모래보다 양호하기 때문에 거기에 표현된 사물들의 부드러운 질감과 양감을 한층 더 유발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물감을 팔레트에서 혼합했을 때 물감의 명도와 채도가 화면에 채색하고 난 이후의 명도와 채도와는 많은 차이가 생긴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대리석 가루가 물감과 기름을 일부 흡수함으로써 화면이 전체적으로 물을 머금은 듯한 수채화의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아니면 사물 자체의 육중한 무게감과 더불어 예리하지 않고 둥글둥글한 사물 윤곽도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가 화면 바탕에 이 가루를 부착시킴으로써 예리하거나 둔탁한 자국이 남는 붓 터치 효과를 자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단점으로 인해 오히려 그는 한국 풍경의 온화하고 한가로운 토속성과 서정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며, 이것을 시적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효과도 얻고 있다고 여겨진다.

노태웅 개인전 20회 한국화랑협회 미술제(1986·1988·1996) Tokyo International Art Show(도쿄) 한국 국제아트페어(2002 부산) Garrery Matskawa 개관기념 초대전(일본) Art House Garrery 초대전(일본) 정예작가 초대전(서울신문사 갤러리) 한국현대회화의 모색(오스트리아) 한·러 초대작가 교류전(러시아) 한국미술의 위상전(백상갤러리) 한·일 교류전(일본 센다이,나가사키) 비엔날레 1993(프랑스,그랑빨레) 풍경의 풍경전(2001 부산시립미술관) 2000 밀레니엄 환경미술전(서울시립미술관) 한국의 길전(서울,예술의 전당) 부산 국제아트페어(부산벡스코) 제네바 아트페어(스위스) 대구시미술대전, 경북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 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금강미술대전, 목우회공모미술대전, 한유회 공모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현재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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