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최근 KT의 KTF 흡수합병과 관련된 광고 문구다. KTF가 KT의 자회사로 설립된 이후 이동통신시장의 빅3를 형성하며 1000만 가량의 고객을 확보한 KTF의 실적에 대해 “모회사인 KT와는 별도로 움직인 결과는 (SKT에 차이고 LGT에 치인) 개고생일 뿐이었다”는 KT의 평가다. KT의 한 관계자는 “합병 이후 KTF와는 전혀 다른 시너지와 위상향상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양사의 흡수합병에 대해 SK텔레콤은 “독과점이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해 그 위기감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양사의 합병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뒤 지난달 27일 양사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승인되면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18일부터 KTF가 사라지고 KT는 사장이 아닌 대표이사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KT 합병효과 ‘유무선 복합기능’ 이와 관련, KT의 한 관계자는 “KTF의 합병은 단순히 KT 내에 이동통신사업부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KT가 가진 유선전화망 및 광통신망과 KTF의 이동통신 기술력 및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시킨 신개념의 유무선 복합통신 서비스와 유무선 결합 패키지 상품 등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KT 측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먼저 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향상과 무선 IPTV 서비스 등에 대한 고려에서 출발하여, 유무선전화 복합 서비스 및 휴대폰, 인터넷 전화, 메가 TV 등 모든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패키지 상품 등의 개발까지도 검토되고 있다는 것. 이를 위해 KT는 기존의 서비스인 메가패스, 메가 TV, KT 인터넷 전화 등을 쿡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는 브랜드 통합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쿡’ 프로젝트는 유선전화, 인터넷, IPTV, 인터넷 전화 등의 제품을 쿡이라는 추상적 상품 뒤에 패키지화한 뒤, 소비자의 필요에 맞게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설계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내달 KTF 합병이 완료된 후에는 휴대전화, 무선 인터넷 등도 쿡의 패키지로 들어오게 된다. 마치 앞날의 사고 및 사망 가능성을 면밀히 따진 뒤 그에 걸맞는 특약을 설계하는 보험상품의 구조와 비슷한 개념이다. KT는 “8일 쿡 브랜드를 공식 런칭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 대환영, 경쟁사 울상 이와 관련,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울상을 짓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번 합병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A 씨는 “신혼집에 인터넷·전화 등을 들여놔야 하지만 일단 연기시켰다”며 “한동안 서로의 휴대전화만을 사용하고 TV도 기초적인 유선방송만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그녀의 남편 B 씨는 “KT와 KTF 합병 이후 새로운 패키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 경쟁회사들도 동시에 가격을 낮추지 않겠느냐”며 “몇 개월 기다리면 싼 값에 더 좋은 조건으로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성급하게 서비스를 신청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인터넷 뱅킹, 꼭 필요한 정보 찾기 등은 당분간 회사 컴퓨터 등을 이용하고, TV 시청 등도 한동안 삼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 SK텔레콤의 무선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한다는 C 씨는 “SKT에서 KT로 서비스를 옮길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KT의 합병 이후 무선통신 및 유무선 복합 신상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KT가 월등한 상품과 유무선 복합상품 등 앞선 신상품을 선보이게 되면, SK텔레콤도 그와 경쟁하기 위해 또 다른 신상품 및 결합상품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C 씨는 “SK텔레콤이 합병된 KT에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무선 복합상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와 무선 인터넷 등 기존의 하드웨어적 서비스 외에도 SK네트웍스, 모네타 서비스 등과 적극적으로 연계된 상품을 개발하지 않겠느냐”며 “바로 이 같은 상품이 나의 업무상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위한 실천연대(새사연)의 한 관계자는 “KT의 KTF 합병은 SK텔레콤이 주장하는 부작용을 포함해 일장 일단이 있다”며 “하지만 시민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소비자 친화적이고 더욱 발전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내적 경쟁력 저하, 독과점 우려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선통신시장 KT·SKT 2강구조 재편될 것 이와 관련,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KTF가 KT에 합병될 경우 이동통신 경쟁사들이 가지지 못한 월등한 인프라로 비교우위에 서게 될 것은 자명하다”면서 “하지만 SK텔레콤의 경우 계열사인 SK네트웍스·SK브로드밴드 등을 비롯해 인터넷 사업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가진 만큼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경우 가장 걱정되는 곳이 바로 LG텔레콤이다. LG텔레콤은 유무선 통신시장과 관련, 하드웨어 인프라의 KT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SK그룹의 강점에 대비될 만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를 석권해 나가고 있는 LG전자가 있지만, LG텔레콤에 충분히 도움될 만한 제휴를 맺기는 쉽지 않다. 양사 합병과 관련하여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내달 이후 통신시장에서는 19조 원 규모라는, 유무선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거대공룡이 탄생하게 된다”며 “이 공룡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 무선통신시장의 경쟁력이 후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은 “이미 합병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부당성만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왕에 기정사실화된 이상 문제성 여부를 떠나 공룡의 탄생 이후 우리의 살길을 찾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