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글로벌 경제위기, 시중은행 곳간 ‘텅텅’

국민, 가계부채 리스크 극복 과제…하나, 자산운용 실패 극복해야

  •  

cnbnews 제112호 박현군⁄ 2009.04.07 11:04:15

지난 2008년 하반기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불거진 전 세계적 금융공황. 현 정권에 대한 불신까지도 생산해 내며 국내외적으로 한국 경제를 강하게 위협했던 이번 경기침체의 터널의 출구가 보이면서 기업·정부 등 경제 주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이번의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빠르게 해쳐 나가며 IMF 이후 또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의 상처가 예상보다 깊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산업경제의 젖줄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 시스템이 이번 위기를 통해 상당 부분 타격을 받았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특히, 이번 위기가 지난 1998년의 IMF 외환위기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돈으로 채워져야 할 은행의 금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은행들은 대출이 예금을 넘어서는 역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유동성 위기의 최정점 투자자문업계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A 씨는 “지난해 국민은행의 경우 대출규모가 예금을 넘어선 바도 있다”며 “이같은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시적이지만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달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금융기관의 관리 감독을 자금지원 확대에서 개별 금융사들의 전체적인 건전성 감독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미 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가벼운 유동성 위기를 한 차례 맞은 바 있다. 2007년 12월에 대신증권은 국민은행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대출자산의 급증으로 인해 은행자산의 순이자마진이 크게 감소했고, 더불어 유동성 비율도 악화됐다”며 “2007년 9월 기준 6개월 이하 유동성 비율도 타행 대비 다소 취약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07년 3분기 실적에 대한 대신증권의 분석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대출비중의 과도 등의 면에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재의 경기침체 회복을 위해 청와대·정부·여당 등 집권층이 은행을 향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출 증가를 정책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 1등은행의 자리에 있던 국민은행의 위상으로 볼 때, 당분간 경영상의 이유만으로 중소기업 대출 옥죄기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을 포함하여 머니무브 현상에 빠진 은행들은 대출 정책 조정을 통해 자신의 유동성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들어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상당수의 개인 예수금이 보다 높은 금리를 찾아 증권사 CMA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은 당분간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해준다. ■시중은행 수익성 악화 특히, 최근 건설·조선업게의 강제적 구조조정이 가속화됨에 따라 체력이 바닥난 중소회사들에 대한 워크아웃 및 퇴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은행의 리스크를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증권업계의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에서 건설사 상대 PF 대출 부실, 조선사의 지급보증 리스크, 지난해 3분기 키코 피해기업의 소송 리스크, 개인파산 증대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 등의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떠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적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미분양 아파트로 시작된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PF 자금의 부실과 전 세계적 금융위기 및 국내 실물경기 침체의 장기화, 가계부실·개인파산 증대로까지 이어지면서 학자금, 신용 등 개인대출도 은행의 주요 리스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은행업계에 따르면, 개인파산을 비롯한 가계대출 연체율의 증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지난해 기준 95조 원 상당의 가계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 연체로 인한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불확실한 전 세계적 금융불안에 바빠진 곳은 하나은행. 당행의 경우 파생상품 투자 등 공격적 자산운용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했지만, 이에 실패하는 바람에 지난해 당기순이익 적자라는 수모를 겪었다. 한편, 신한은행의 경우, PF 대출과 키코운영에 대한 리스크를 헷지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반면, 우리은행은 부동산 위험에 노출된 투자금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을 뿐이다. 그 밖에, 무분별한 중소기업 대출 확대로 인한 대출 리스크에 노출된 곳으로 기업은행을 꼽는다. 하지만 당행의 경우 설립 목표가 중소기업의 젖줄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고 아직까지는 국립은행이라는 점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중론이다.

■예대율 마진 축소, 역마진 우려 이처럼 수많은 리스크를 떠안았을 경우 은행은 일단 자신의 생존을 위하는 차원에서 수익창출 즉 돈벌이에 혈안이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대출금리 인상, 예금금리 인하, 부실자산 평가 엄격화 등이 그것. 그런데 이 같은 움직이임에 정부가 강한 태클을 걸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각 은행들을 향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대출자격심사 기준도 완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가 요구하는 분야는 가계대출 중 대표주자인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최소화. 은행의 입장에서 정부의 이 같은 요구를 경영상의 이유로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각 은행들은 이달 초부터 국민은행·신한은행이 정부의 지도 감독에 부응한다는 의미에서 지난달 31일 대출금리를 1%p씩 이하했다. 아직 동참하지 않은 우리은행·하나은행·SC제일은행·시티은행 등도 금주 중에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부의 강요와 은행들의 호응은 결국 금융사의 부실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대출운용과 관련하여 정부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출 확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은행들 리스크 헷지, 다양한 움직임 하지만 정부의 고통분담 요구에 은행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대출금리 체계 변경을 공식석상에서 정식으로 언급해 주위를 당혹케 했다. 이 밖에도, 은행권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조정을 포함해 대출금리 체계의 전면적 변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예금과 대출 업무는 기본적인 자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은행권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시장금리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조치들과 움직임은 CD 금리의 하락을 가져왔다. 그런데 CD 금리 하락이 오히려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현실이다. 현재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막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의 약진 이같이 국내 시중은행들의 위기가 깊어지면서 비은행 금융권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협동조합·농업협동조합·수산업협동조합·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위 4개 상호금융기관의 2008년 당기 순이익은 1조2754억 원으로 전년의 1조4212억 원 대비 10.3% 감소했다. 기관별로 보면, 농협의 2008년 당기순이익이 1조6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했고, 신협이 1147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2007년 대비 18.5% 감소했으며, 산림조합은 2007년 대비 1억 원 감소한 32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수협만 2007년 대비 6개 가량(587.8%) 감소한 67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경영환경 악화 때문에 대출이 13.0% 증가하여 이자부문 수익이 상대적으로 늘어났지만, 증시악화 등으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고려하면 오히려 선방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연체율은 2007년 대비 0.2%p,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1%p 감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위 조합금융은 지역·단체 등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덜 노출된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상호저축은행은 은행권의 대출회수 등 BIS비율 맞추기에 주력하는 동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영향력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상호저축은행 중앙회는 2009년 내 돌아오는 중소기업 중 신청기업에 한해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만기가 연장될 수 있는 대출금은 전체 46조3000억 원에 달한다. 상호저축은행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적 경제환경 때문에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영세상공인·자영업자·개인사업자 등을 막론하고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중소기업이 이번 만기연장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힘들어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더불어 저축은행의 인지도 제고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