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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박연차 리스트’에 정치권 전전긍긍

최종표적은 노무현?…“돈 안 받은 의원 없을 것” 루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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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2호 심원섭⁄ 2009.04.07 11:00:51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그 동안 여야 가리지 않고 진행돼 왔던 검찰의 수사가 박 회장고 전 5선 의원인 박찬종 변호사와의 면담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눈 형국으로 변모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 회장이 박 변호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 씨에게 50억 원을 건넨 사실을 밝혔지만, 용처를 놓고 준 쪽과 받은 쪽의 주장이 엇갈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홍콩 현지법인인 APC(Asia Pacific Company)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중 50억 원을 지난해 2월 연모 씨의 계좌로 송금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검찰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갔는지, 노 전 대통령은 이 돈의 실체를 언제 알았는지, 대가성인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연 씨를 소환조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사하겠다는 수사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돈의 흐름을 명쾌히 해줄 가능성이 큰 APC 계좌 자료를 모두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체를 규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검찰은 앞서 홍콩 사법당국을 통해 APC가 자금거래를 해 온 홍콩의 주요은행의 자료를 넘겨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국내로 들어온 자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검찰 안팎에서는 이 자료가 박 회장의 비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수사팀은 APC 계좌 자료가 수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아직은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필요한 계좌 자료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계좌를 받았는데 아무것도 아니면 어쩌냐”며 “수사의 단서로 보는 것이지 목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을 면담한 박 변호사는 “화포천 개발에 쓰라고 준 돈”이라는 박 회장의 말을 전했다가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화포천은 노 전 대통령이 생태하천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곳이다. ■‘盧의 남자’ 이광재 구속, 서갑원 소환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영농법인 봉하마을’, ‘(주)봉화’, ‘재단법인 봉하’ 등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참여하거나 측근이 추진한 사업에 박 회장의 돈이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 씨 측은 “절반은 해외 창투사를 통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했고 나머지는 남아 있다”며 투자명목임을 강조했고, 노 전 대통령 측도 돈이 전달된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는 3월 31일 한 지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사업성을 보고 돈을 투자한 것이지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친노 진영은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관련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을 구속하고 서갑원 의원까지 두차례나 소환해 사법처리 의사를 밝힌데 이어 노 전 대통령 주변으로까지 좁혀 오자 “일단 사태추이를 지켜보자”고 말을 아끼면서도 “전 정권을 죽이기 위한 의도된 수사”라고 반발하며 부글부글 끓는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별도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모 씨로 확산되자 친노진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민주당 내부에서는 자칫 노 전 대통령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 씨가 받은 돈이 단순한 투자의 성격으로 드러날 경우 사법적인 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뇌물수수 혐의 적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박연차 리스트’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30일 부산시 남구 선거관리위원회에 김무성 의원의 후원금 내역 관련 자료 일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친박계가 긴장하고 있다. 물론, 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식적으로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친박계는 언론 보도를 통해 허태열 최고위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내사 대상으로 떠오르자, 친박계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두 사람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자체가 충격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친박계의 좌장격인 이들이 내사 대상으로 언급됨으로써 부산·경남권(PK) 전반에 대한 수사 확대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김 의원이 혐의를 벗어난데 이어 허 의원도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여권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지켜보자’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박연차 돈 안받은 사람 더 찾기 쉽다”괴담 더욱이 당협위원장 교체, 4월 재보선,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만약, 친박계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계파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온 로비 대상자 가운데 사법처리 대상자를 엄선하는 작업에 나섰다.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면서 실명이 마구잡이로 거론되자, ‘확인해줄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일단 혐의를 벗은 인사들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사 초기에 박 회장이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금품을 살포했을 것이라는 소문으로 시작된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은 현역 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여의도 괴담’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현직 고검장 등 검찰 고위 간부까지 로비 대상자로 거론되고, 증권가 등에서 떠돌았던 ‘리스트’에 없던 전·현직 정치인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처벌 대상자가 100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의혹이 확대재생산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언른 플레이를 위해 일부러 흘린 게 아니냐”는 항의가 잇따르자, 검찰은 혐의가 없는 인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옥석 가리기를 위해 각 지역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한나라당 박진·허태열·권경석·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우윤근·김우남 의원,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등 10여 명의 후원금 내역을 요청해 분석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이 차명으로 기부한 후원금 가운데 한도를 초과한 경우가 있는지, 해당 의원이 이를 알았는지 등을 따져본 결과, 김무성·권경석 의원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레적으로 2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 예도 있지만, 반대로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며 “혹시 또 다른 혐의가 있을 수 있어 수사를 끝낸 뒤 일괄적으로 발표해야 하지만, 해당자 명예를 고려해 혐의가 없으면 없다고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 현역 의원을 20명 이하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기소 대상자는 1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전해져 여의도 정가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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