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호 심원섭⁄ 2009.04.07 10:52:14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합의된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첫 날인 4월 1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날치기 통과 논란을 벌이며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을 주고받는 등 구태를 재연해 4월 국회 역시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공·토공통합법 처리를 위해 국토위를 소집한 뒤, 본회의가 끝나기 전 회의장에 먼저 들어가 국회 경위들을 동원해 문을 걸어 잠그는 등 한나라당이 회의장을 ‘점거’하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민주당은 당초 합의하지 않았던 회의가 소집되자 회의장에 들어왔다가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거세게 반발하며 퇴장하였고, 한나라당 소속인 이병석 국토해양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법안을 전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위원장은 이날 처리키로 한 주공·토공통합법에 대해 “지난 3월 초 여야 대표회담 결과 이번 주까지 처리키로 합의한 법안”이라며 이날 회의 소집의 당위성을 강조한 뒤 2분여 만에 법안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임시국회 첫날부터 ‘날치기’ 논란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회의 전에 위원장에게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특정지역 사람들이 찾아와 상임위를 열면 강력 저지하겠다고 협박했다”며 “혹시나 회의장에 진입해서 난동을 부리는 등 의사방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문을 잠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오늘 회의는 원천무효”라며 이병석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원상복구되지 않으면 이후 4월 국회 의사일정뿐 아니라 예산안 심의에도 참여하지 않고 협조할 수 없다”며 4월 임시국히가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조정식 의원도 “한나라당은 국토위에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며 “통상 본회의가 있는 시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임위 소집이 금지돼 있는데도, 이병석 위원장은 본회의가 열린 시간에 여야 간사 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상임위를 소집했다”고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조 의원은 “회의 원상회복과 이 위원장의 사과가 없다면 4월 임시국회 일정과 안건에 대해 민주당은 협조할 수 없다”며 “앞으로 벌어질 국회 파행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치열한 전략 싸움에 몰두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창과 방패’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 “야당 정치쟁점화 단호 대처”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를 ‘일자리 추경’ 국회로 명명하고,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금산분리 완화 법안을 비롯한 경제 관련 법안 처리에 주력키로 한 가운데,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하여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특검제 및 국정조사 도입 요구에 대해 불가 방침을 정하고, 야당의 정치 쟁점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3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4월 국회는 일하는 국회,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4월 재보선을 의식해 추경안과 법안 처리를 방해하고 선거 전초전으로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임시국회 최대 쟁점인 ‘슈퍼 추경안’에 대해서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정부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국회 차원에서의 손질이나 가감 없이 원안대로 처리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리고 김정권 원내 대변인은 야당의 특검 도입 요구에 대해 “정치권에서 특검을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검찰 수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현재는 검찰이 여야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난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반박했다. ■민주, “MB 정권 중간평가” 반면,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전략에 대해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더하여 공안정국·공안탄압 저지를 추가토록 수정하고, 사정정국에 대한 정면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도록 했다. 특히, 민주당은 YTN 노조원과 MBC PD수첩 제작진, 박연차 리스트 사건 수사에 대한 여야 형평성 논란 등이 증폭됨에 따라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 현 시국을 ‘공안정국’으로 규정하고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해 현 정부를 압박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이번 4·29 재보선에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진보세력과 공동전선을 펼치면서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특별검사제 및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추경 문제와 맞물려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추경이 임시국회 경제분야에서 가장 초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정부 여당의 잘못된 예산편성으로 ‘최악의 국채추경’을 만든 배경을 집중적으로 따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제문제에 무능력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민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약 13조8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 반영을 적극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4월 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출국 전에 전화를 걸어 ‘국회에서 열심히 노력해 빨리 추경이 통과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며 “이제 4월을 희망을 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력하게 투쟁하고 따질 것은 따져 나갈 것”이라며 “4월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의 공안탄압과 민주주의 후퇴, 언론장악 음모 등을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철저히 파헤치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책임추궁하여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지난 2월 국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했다가 의결정족수 부족 및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상임위로 되돌려 논의할 것을 관철시키기로 했다. 이에 대해 조 대변인은 “현재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 살아 있기 때문에 쟁점법안 합의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서는 다시 상임위로 되돌려 정상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본회의에서 의결처리가 필요하며, 김 의장이 방송법·신문법·금산법·은행법 등에 대해 상임위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