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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정동영 끝내 등돌리며 ‘마이웨이’ 선언

민주당 ‘박연차 쓰나미’에 이어 공천파동까지 ‘잔인한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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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3호 심원섭⁄ 2009.04.13 14:20:39

민주당은 4.29 재보선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시인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시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처럼 매서운 4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4.29 재보선이 당초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공천 여부를 둘러싼 내홍으로 계파 간 갈등을 넘어 분당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돈 100만 달러를 청와대 경내에서 직접 건네받았다는 검찰발 주장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로 의원들이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의원실마다 ‘박연차 리스트’에 자신의 의원 이름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중진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요즘 만나면 다음엔 누가 소환통보를 받을지가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고 의원회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재보선은 야당에게 유리한 선거’라는 기존 공식도 전혀 먹혀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 안팎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사실상 재보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요즘 당의 상황을 두고 봄은 왔건만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의미의 ‘춘래불사춘’이란 사자성어로 대신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의 공천 여부를 놓고 당 중진의원들에 이어 원로까지 나섰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신주류와 친노, 손학규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천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DY(정 전 장관) 측의 이종걸 의원 등 당내 비주류 세력이 연합하면서 갈등을 더욱 심화시켜 급기야 갈라서게 만들었다. 10일 오후 정 전 장관이 여의도 민주 당사 기자실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기정사실화하자, 그 동안 공천 문제를 놓고 당내 분란에 대해 고심해 오던 정 대표는 2012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19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불출마하겠다는 희생 카드를 꺼내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를 만류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정 대표는 “당의 최고지도자 중 한 분이 불과 일 년 전에 출마했던 수도권 지역구를 떠나 당선이 보장된 호남으로 가는 것을 용인한다면 수도권과 취약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당원의 사기와 당의 단합은 무너지고 공당의 원칙도 훼손될 것”이라며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이 결정은 정 전 장관의 정치재개를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불과 6개월 후 치러지는 수도권 보궐선거 중 저와 당은 정 전 장관을 포함한 당의 유력한 원외지도자의 원내진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거듭 무소속 출마를 만류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입장 발표와 함께 “지금이야말로 당의 단합을 위해 충돌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개혁진영이 뭉치기만 한다면 반드시 재보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막아내 지방선거와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 전 장관에게 불출마 할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정 대표는 “전주 덕진 공천은 정치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제가 겪어 온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며 ”저와 정치를 함께 시작한 절친한 동료이자 우리 당의 최고지도자의 한 분인 정 전 장관을 고향에 공천하지 못하는 제 심정은 너무나 아프다”고 토로했다.

■정세균 “19대 총선 호남 출마 안한다” 특히,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이 당무위원회의 직후 서울에서 무소속 출마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날 오전 당무위원회에서 자신의 호남 불출마 선언을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대표의 이날 마지막 카드는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정 전 장관은 오후 2시 여의도 당사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을 강행하는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정 대표의 19대 총선 호남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정 전 장관 측은 “정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고 하니까 거기에 맞춰서 (정 대표가)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전주에서 수행원도 없이 단독으로 서울로 올라온 정 전 장관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잠시 민주당의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라며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손을 내밀었는데 설마 뿌리치랴 했던 것이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고통스러운 국민과 위기에 처한 한반도, 어려움에 빠진 당에 작은 힘을 보태려고 귀국했으나 지도부는 당원과 지지자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며 “내민 손이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하면서 제가 지은 업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 전 장관은 “옷을 벗고 바람 부는 벌판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홀로 바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동영의 종아리를 때려 달라. 그 아픔을 참아내는 것 또한 저의 몫이며, 당원 여러분과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지켜 달라. 제 몸 위에 옷을 두르든 아니든 제 몸속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만나면 헤어지는 이치를 ‘회자정리’라고 하는데, 이 말은 헤어지면 만난다는 뜻”이라며 “잠시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며 반드시 돌아와 민주당을 살리겠다. 민주당을 사랑한다”고 무소속 당선 후의 복당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로써 전주 덕진 재보선은 정 전 장관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김근식 경남대 교수간의 대결구도로 치러지게 됐으며, 당내 갈등 사태는 정점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장관은 기자회견을 미친 뒤 곧바로 서울을 출발해 다시 전주로 돌아가 오후 5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전북 전주 덕진 4.29 재선거를 위해 거듭 민주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선거 행보에 나섰다. 정 전 장관은 200여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무소속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서 “민주당원으로서 당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탈당을 할 수밖에 없고, 당선되면 반드시 당으로 복귀하겠다”는 내용의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에서 전북 덕진 전략공천자를 최종 결정하고 의결하는 즉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 개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날 발표한 무소속 출마 회견문은 지난 9일 밤 직접 작성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정 전 장관의 이날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은 당초 예상했던 시간보다 2∼3시간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초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서울 민주당사에서 갖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은 전주에서 개최하기로 이날 오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마하던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무소속 출마 선언이 막상 현실화되자, 지역 내에서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근식 카드는 DY에게 필패 카드” 한때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섰던 정 전 장관이 미국에서 귀국해 자신의 정치적 모태인 덕진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겠다고 하자, 지역민 사이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섰지만, 최근 민주당의 정 전 장관 공천 배제 이후부터 정 전 장관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덕진의 전략공천자로 대북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확정하자, 지역구민 사이에서는 유권자의 선택마저 외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커지면서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를 지지하는 주민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전략공천자로 대북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덕진지역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믿기 힘들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전략공천자 철회를 요청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황인택 예비후보는 “중앙당의 공천권 남횡으로 전주시민을 무시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면서 “이런 공천이라면 차라리 정 전 장관을 공천하는 것이 당을 살리는 길이었기 때문에 이번 공천으로 당도 죽고 지도부도 죽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고, 이제라도 다시 한 번 시민과 당원의 뜻을 물어 원칙적인 공천을 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황 후보는 “당원이 당의 뜻을 따라야 한다면 원칙과 명분이 있는 결정이었을 때 따라야 대의라 생각한다”며 “그 동안 정동영·채수찬 전 의원들의 낙하산 공천에 이어 또다시 아무런 설명과 정확한 기준 제시 없이 낙하산으로 공천을 하려 한다면 시민들과 6인회동에서 합의한대로 예비후보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임수진 후보 측은 “이번 전략공천은 재보궐 선거의 전국적 승리, MB 정부 심판을 위해 자기 살을 도려낸 취지를 치명적으로 퇴색시키는 행위”이라며 “김근식 카드는 무소속 DY에 대한 필패구도”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임 후보 측근은 “현지의 여러 후보들을 놔두고 생소한 제3의 후보를 ‘참신성’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공천할 경우 현지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나가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어, 자칫 DY의 싸움에서 전략공천 후보가 엄청난 격차로 2등 내지 3위를 하는 우스운 꼴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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