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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침체에 휘청이는 관련 산업

올 1분기 주택공급 ‘최악’…주택경기는 실물경기의 중요한 결정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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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4호 김대희⁄ 2009.04.20 22:01:16

# 한 분양대행사 박모(48) 대표는 최근 지속되는 불황으로 회사 운영이 힘들어지자 수도권에 음식점 자리를 하나 물색 중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분양 대행일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현금의 흐름 또한 끊겼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최근 들어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어졌다”며 “분양시장이 호황일 때 다시 하더라도 일단은 당장 현금이 나오는 요식업으로 전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택경기는 주거용 건물건설 투자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으며, 이는 다시 생산유발효과와 고용창출효과를 통해 고정투자와 민간소비와 연계된다. 주택건축 투자가 1조 원 증가할 경우 국내 생산이 약 2조 원, 부가가치가 약 8,300억 원 증가하는데 반해, 수입은 약 1,700억 원만 증가해 내수경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약 1조 원의 건설투자 증대는 직·간접적으로 약 1만8,400명의 취업유발효과가 있으며, 이는 곧 소비여력의 확대를 의미한다. 주택경기는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주택경기는 주택자산 외에도 매매 및 임대소득 변화를 통해 금융자산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올해 1분기만 보더라도, 최악의 분양실적과 분양가 상한제, 금융위기 등으로 새 아파트 분양물량이 급감했다. 이에 연관 산업도 함께 ‘휘청’이고 있다. 한때 분양시장의 ‘꽃’으로 불리던 분양 대행사는 일거리를 찾지 못해 폐업이 속출하고, 분양상담사·도우미·떴다방들도 일자리가 없어 타 업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이 분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구조조정되는 인력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대행사·분양상담사·떴다방 ‘찬바람’ 지난 2000년대 초중반에 호황을 누렸던 분양대행사들은 요즘을 ‘최악의 불경기’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물량이 뚝 끊긴데다, 분양을 해도 안 팔리는 곳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새로 분양한 아파트는 총 2만 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30%에도 못 미쳤다. 분양회사들은 그나마 건설사들이 경비 절감 차원에서 대행사를 쓰지 않고 자체인력으로 분양하거나 고용인원을 최소화해 실제 체감물량은 예년의 10%도 못 된다고 말한다. 업계는 이러한 불황이 지속되면서 서울에서 활동하던 100~150여 곳의 크고 작은 대행사 중 상당수가 폐업을 하거나 휴업 또는 전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거리가 있는 분양대행사들도 고민이 많다. 분양을 하더라도 팔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는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일을 맡았다가 공급과잉과 금융위기 등으로 분양에 실패하면서 대행수수료를 못 받고 있는 회사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조직이 큰 분양대행사 중에는 최근 들어 아파트 입주관리, 수요예측 마케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곳도 늘고 있다. 이렇듯 분양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분양상담사(분양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전문 판매사)나 모델하우스 도우미들도 한숨이 커져 간다. 과거에 잘 나가던 한 분양상담사는 일거리가 줄어들자 유흥업소 영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또 다른 분양상담사는 상담사 일을 접고 국내 자동차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또한, 분양침체가 계속되면서 분양상담사들의 수수료 지급 방식도 달라져, 과거에는 분양률에 따라 성공보수를 받는 ‘인센티브제’가 인기였지만, 이제는 매월 지급받는 ‘월급제’를 더 선호한다. 모델하우스 도우미들의 보수도 하향추세이며, 일명 ‘떴다방’도 눈에 띄게 줄었다. 과거 분양현장마다 파라솔을 치고 청약·계약자들에게 투자를 유혹하던 떴다방들은 요즘은 웬만해서는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들의 고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공급 가뭄 ‘심각’, 2003년 이후 최저치 올 1분기 주택 공급은 심각할 정도로 씨가 말랐다. 스피드뱅크가 2003년 이후 분기별 공급실적(오피스텔 제외, 임대 포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공급물량은 1만3,795가구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기별 공급실적이 2만 가구 이하로 내려간 경우는 처음이다. 이처럼 공급물량이 급감한 이유는 주택업계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연기로 분양시기를 하반기 이후로 대폭 조정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면 분양수익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최대 3년 간 적용되는 전매제한으로 수요자 찾기가 어려워 분양을 미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3년 이후 분기별 공급물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07년 4분기로, 12만4,859가구가 시장에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후 공급물량은 5만 가구를 넘나들다, 올 1분기에 1만 가구대로 떨어졌다. 통상 1분기가 분양시장의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기간 공급실적은 5만5,195가구로, 올 1분기 공급량의 4배에 가깝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연기되면서 아파트 분양이 미뤄진 것이 공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어 3월 중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예상했지만, 법안 통과가 늦춰지면서 건설사들의 공급계획이 수정되고 있는 양상이다. 또, 4월 1일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시기를 늦추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재건축으로 늘어난 용적률 2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규정이 폐지되면서 기존 임대물량을 일반 공급으로 돌리려는 관리처분 변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 경기침체로 수요 자체가 뒷받침되지 않자, 건설사들의 공급계획 또한 신중해져 공급량 감소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공급 감소 현상이 1분기 동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공급 가뭄 현상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될 조짐에다, 민간주택 상한제 폐지 역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5월 이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택경기 부진, 가격 하락보다 거래량 부진이 더 큰 문제 최근 위축된 주택시장을 살리려면 정책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부양에 기여하는 주택정책의 추진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주택시장은 가격의 약세 속에 거래량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미분양의 급증과 주택건설의 급감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주택경기 부진은 가격 하락보다 거래량 부진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실질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4% 하락한 반면,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3%나 줄어들었다. 올해 1∼2월에도 실질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0% 줄어들었으나,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2%나 급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과거의 경험상 주택경기의 과열 및 냉각기에는 주택 가격과 주택 거래량 모두 크게 변동했다. 주택경기 과열 시에는 가격과 거래량 모두 급등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주택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1998~2000년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책으로 2002년에는 가격과 거래량 모두 급등하는 주택경기 과열을 초래했다.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동반되면서 침체의 골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 2002년부터 주택경기 과열을 조정하기 위해 실시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등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진정됐으나 거래량도 급감한 바 있다. 연구소는 2008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대두되는 주택경기 부진의 문제는 가격의 하락보다 거래량 급감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주택 거래량의 감소세가 실질주택가격의 감소세를 크게 초과했다고 강조했다. 즉, 주택시장의 안정 여부는 가격안정(필요조건)과 원활한 거래(충분조건)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주택경기 부양을 통한 경기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여러 선진국들도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 관련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주택금융 지원책을 통해 가계의 부채부담 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캐나다의 경우는 주택의 구입비용 지원(세액공제)과 주택개보수 지원(세금 감면)을 통해 주택경기 진작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의 주택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주택 관련 규제완화를 통해 위축된 주택 거래량을 늘려 시장의 기능을 회복하고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며 “다만 가격 불안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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