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하의 그림은 대략 기하학적인 형상과 비정형적이고 유기적인 형상 간의 상호간섭과 조화에 바탕을 두면서, 이를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내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비록 형상이라고는 했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 형상은 우리가 그 실재를 확인하거나 비교해볼 수 있는 감각적 형상, 재현적 형상은 아니다. 그러니까 사물·세계·대상의 외면적 실재에 대한 재현의 소산이거나 닮은꼴의 소산이 아니라, 사물의 감각적 외피가 은폐하고 있는 내적 실재, 원형 같은 어떤 것, 논리적인 언어로 환원될 수는 없는 비감각적 실재를 암시한 것이다. 화면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함축하고 있지 않은 순수한 추상적 색면이나 크고 작은 얼룩들의 무분별하고 우연한 결합으로서, 순수한 형식논리의 소산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연성(사실은 계획되고 제어된 우연성, 감각적으로 체득된 우연성, 직관적 우연성)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작가는 비결정적이고 암시적인 형상들이 상호 침투하고 어우러진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조성해낸다. 그런가 하면, 색면 구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지층과 분방한 드로잉이 지배적인 지층 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돋보이는데, 이 암시적인 화면은 모더니즘적 형식주의 논리에 의해 견인되고 있으며, 일종의 내적 질서의 계기를 추슬러서 이를 화면에다 재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그림은 말하자면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유래한 것이기보다는, 화면 자체를 자족적인 세계, 완결된 세계로 간주하고 이를 축조해낸다. 한편, 그 계기마저도 화면 자체의 내적 논리로부터 찾으려는 과정이 느껴진다. 이처럼 여러 이질적인 형식 요소들이 한 화면 속에 중첩된 그림은 작가 특유의 화법(畵法)과도 무관하지가 않다. 즉, 작가는 붓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대신에,, 일종의 고무헤라(고무주걱)를 마치 나이프처럼 사용하여 화면을 축조한다. 이로 인해 색면들은 들뜬 느낌을 주지 않으며, 서로 유기적으로 밀착된 밀도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다른 시간의 층위들이 중첩된 지층처럼, 대지처럼 단단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인하의 그림의 특징은 그리기의 과정과 이를 지우는 과정이 수차례에 걸쳐 반복 중첩돼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리기는 이를 지우는 과정에 의해, 그리고 지우기는 재차 그 위에 덧그리는 행위에 의해, 상호간 부정되고 무효화되기보다는, 서로를 강화하고 정당화해주는 유기적인 구실이 된다. 이로 인해 화면에는 일종의 층 구조가 형성되며, 이로부터는 무엇보다도 사이와 틈에 대한 감각적 인식이 느껴진다. 특히 드로잉에 의한 형상은 변형된 서체를, 그리고 그 표면질감이 닳고 흐릿해진 선사시대의 암각화를 연상시킨다. 그 자체 비결정적이고 가변적인 상황이 강한 만큼이나 암시적이고 역동적이다(일종의 내적 움직임이 암시된다). 유년시절의 벽면의 낙서처럼 희미해진 기억의 편린들을 추슬러 복원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가 하면, 때로는 이마저도 넘어서는 원형적 이미지에 대한 지향성이 느껴진다. 드러내기와 숨기기의 상호작용성에 바탕을 둔 이러한 과정 자체는 세계와 대지와의 상호관계성을 토대로 하여 이로부터 예술의 존재근거를 밝힌 하이데거의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대지는 진리와 동일시되며, 진리는 대지에 의해 숨겨져 있다. 이에 반해 세계는 빛과 동일시되며, 그 본성은 진리를 드러내는 것에 있다. 진리는 대지 속에 숨겨져 있을 때 진리이며, 그 진리는 세계의 빛 속에 드러나는 순간 비진리로 전이되고 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 의해 드러나지 않은 진리를 우리는 진리로서 알아차릴 수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진리가 비진리의 형태로 전이되고 변형되지 않고서는 드러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급적 진리를 훼손하지 않은 채 이를 형상화하는, 어찌 보면 불가능한 기획이 예술가에게 그 과제로서 주어진다. 김인하는 드러내기와 숨기기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숨기면서 드러내기의 기획을 통해 가시적인 형상의 이면에 가려진 비가시적인 형상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는 그대로 회화의 본질에 대한 반성적 성찰에로 이끈다.
김인하 (金 鱗 河)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미술교육전공) 부천대학교 교수(겸임) 성산아트홀 관장,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역임 현재 3·15아트센터 관장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경상남도 미술대전 심사위원 성산 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단체전(2000~2008년) 2008 대구 국제아트페어 부산 국제아트페어 베이징 국제예술박람회 2007 한국 현대조형작가회전,카자흐스탄 국립미술관 2006 시드니 한국현대미술초대전, 시드니 호주 센띠르 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 파주 타이페이 아트페어 2006 KIAF,COEX 서울 2005 서울국제판화 비엔날레 오늘의 경남미술,경남도립미술관 새로운 모색 50인의 신작전, 마산 2005KIAF, COEX 서울 베이징 아트페어 2004 베이징 아트페어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03 2003KIAF Art Fair.COEX 서울 ART EXPO 2003,컨벤션센타 대구 2002 한국 미술을 이끄는 66인의 개인전,예술의 전당 서울 ART EXPO 2002,대구문화예술회관 2001 화랑미술제,예술의 전당 서울 2000 2000 PICAF Art Fair,부산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