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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원외교 성공, MB 해외 네트워크의 힘

우즈벡·카자흐 ‘국빈 중의 국빈’ 대우, 상호관계 실질협력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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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8호 박성훈⁄ 2009.05.19 14:03:49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은 이색적인 의전이 돋보였던 외교였다.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상대국과의 남다른 인연으로 예의를 차린 외교 의전보다는 파격적이고 격식을 버린 모습을 연출할 때가 많다. 지난 3월 환태평양 3국 순방 당시 호주에서 이 대통령과 러드 총리가 관저에서 밤늦도록 담소를 나눈 것은 외교 및 의전 담당자도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난해 4월 첫 미국 방문 당시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골프 카트 운전을 한 것도 외교 관계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파격이었다. 이번 순방에서도 파격은 이어졌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밀착수행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우나 외교’ 등 기대 이상의 환대 역시 의전상의 파격을 불러 왔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상대국과의 인연이 화제가 되는 것은 CEO와 서울시장을 거치면서 다진 해외 네크워크의 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끌어냈다는 점과 올 초 천명한 이른바 `신(新)아시아 외교구상의 시작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 입국부터 출국까지 ‘밀착수행’ 이 대통령이 방문하던 5월 10일 일요일, 우즈베키스탄 유력 일간지 ‘브라브다 바스토카’는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날임에도 이 대통령 방문을 기념한 특별호를 내면서 한국 특집호를 발행했다.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환대는 이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5월 10일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어졌다. 원래 총리의 영접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카리모프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깜짝 영접을 나온 것이다. 해외 정상의 영접은 외교부처 장관이나 총리가 하는 것이 상례인 점을 볼 때, 대통령의 영접은 극히 드문 환대라고 볼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으며 선진국가로 성장했다”면서 “우즈베키스탄은 이 대통령을 신뢰하기 때문에 양국은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회담과 회견에서 ‘윈윈’을 열 번 이상 언급할 정도로 양자 간 협력을 강조했다. ‘한·우즈벡 동반성장 포럼’과 독립기념비 헌화, 사마르칸트 방문 일정에서도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차에 동승해 직접 수행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 대통령이 타슈켄트로 떠날 때에는 카리모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총리가 수행했다. 이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외교부 산하 국립대인 세계경제외교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현지 대학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이 대통령은 “가난한 고학생에서 대통령이 된 내 인생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도 새로운 꿈을 꾸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대통령과 카리모프 대통령 간의 친밀한 관계는 이전에 쌓아 놓은 유대관계와 관련돼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2006년 방한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서울시민증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이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한데 이어, 8월에는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양국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카리모프 대통령으로부터 세 차례나 과일 선물을 받았는데, 과일은 우즈벡에서 장수와 건강의 상징으로 친분을 드러낼 때 요긴하게 쓰이는 선물이다. 양국이 수교한 지는 올해로 17년째다. 양국 교역은 2002년(2.8억 달러)에서 2008년(13.8억 달러) 사이에 무려 5배나 증가했다. 특히, 세계적 경제위기에서도 지난해 양국 교역이 50% 이상 증가할 만큼 두 나라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카자흐도 ‘사우나’ 파격 의전 두 번째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에 도착했을 때 이 대통령은 곧바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저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1시간 40분 동안 사우나를 하고 만찬을 하면서 정상간 우의를 다지고, 경제 문제 등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의 사우나 회동에는 통역 1명만이 배석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자원 외교와 개인적인 친분 강화는 물론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경험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사저로 초대해 사우나를 함께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통령이 초대받은 사저는 대통령궁과 별도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외국 정상으로서는 이 대통령이 첫 방문이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은 국빈 방문시 최고의 신뢰와 존중의 표시로 사우나 회동을 제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푸틴 러시아 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사우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4시간 동안 이루어진 사우나 회동에서는 이 대통령의 취미를 고려해 테니스를 할 계획이었지만, 우즈벡에서의 분주했던 일정을 고려해 수영을 함께 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우즈벡 일정을 분초까지 알고 있다”며 이 대통령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는 보드카 폭탄주도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만 있는 술문화인 폭탄주에 대해 이 대통령은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에 마시는 술”이라고 소개하고, ‘러브샷’을 함께 하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은 멘델 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화학 원소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중앙아시아 최대 자원 부국이다. 가스 자원까지 풍부해 서구 여러 나라와 외교적 교류가 활발하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인 2003년에 방한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명예서울시민증을 수여했다. 이듬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아스타나 시와 서울시 간에 자매결연을 맺었다. 당시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가 본국으로 날아가 영접을 할 정도로 국빈 대우를 했다. 이 대통령은 그때 유라시아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도 우즈벡의 카리모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베이징 올림픽 당시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한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아스타나 수도 이전은 그의 집권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기억하고 있는 시가를 메운 현대식 건물과 활기찬 시민들을 간직한 아스타나 시는 명실상부한 카자흐스탄의 수도로서 자리잡았다. ■우즈벡과 5개 신규광구 추가탐사, 16개 MOU·계약 등 자원외교 성과 우즈베키스탄과 에너지·자원 협력을 전방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외교’로 얻어낸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과 카리모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서페르가나 지역과 취나바드 지역을 비롯한 5개 신규광구 추가 탐사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이 5개 광구의 매장량 등에 대한 독점평가 후 유망성이 인정되면 본격적으로 탐사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또, 수르길 가스전·플랜트 사업 금융양해 각서와 찜칼타사이 몰리브덴·중석 공동탐사 계약, 나망간·추스트 탐사계약 의정서, 우즈벡 광산공동개발 및 현대화사업 협력 양해각서, 광물자원 DB구축·탐사협력 양해각서, 나보이 상하수도 시설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양해각서 등 12개의 양해각서와 4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양 정상은 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한-우즈벡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선언’(2006년 3월)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해 정부와 의회·경제·민간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카리모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의 중요한 화제 중 하나가 이 대통령의 신(新)아시아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가 지나면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의 비중과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신아시아 구상은 결국 새 질서 속에서 아시아의 모든 나라가 공동번영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난번 인도네시아에서 신아시아 구상을 발표하면서 `중앙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것이 바로 아시아 전체에 윈윈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신아시아 구상은 아주 시의적절한 맞춤형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카자흐와 실질 협력증진 위한 ‘액션 플랜’ 채택 신아시아 구상은 미·중·일·러 등 주변 4강(强)과의 안정된 관계를 바탕으로 대(對)아시아 외교를 전방위로 넓히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원래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시작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태국 내 반정부 시위로 정상회의가 무산되면서, 이번 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이 사실상 신아시아 구상의 출발점이 됐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자원과 한국의 자본·기술을 결합하는 ‘윈·윈 전략’도 추진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으로 실질적 협력 증진을 위한 ‘액션 플랜(Action Plan)’을 채택했다. 액션 플랜에는 경제·통상·금융뿐 아니라 에너지·광물자원, 인프라·건설, 문화, 노동, 보건, 환경, 농업, 정보기술(IT), 교육·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대통령은 두 나라의 경제인 모임인 ‘한·카자흐 신성장 포럼’에 참석, 에너지·자원 산업을 다양한 인프라 구축과 연계하는 ‘에너지 벨트’, 와이브로를 활용한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IT 벨트’, 교통·물류 협력을 통해 지리적 거리를 극복하는 ‘수송 벨트’ 등 ‘3대 벨트’ 협력을 제안했다. 두 나라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하쉬 석탄화력 발전사업 협력협약서와 함께 잠빌 해상광구 석유탐사사업 및 보쉐콜 동광 개발, 브로드밴드 인터넷망 구축 협력, 광물자원 공동개발 협력 강화를 포함한 10건의 양해각서·협약 등을 체결했다. 발하쉬 프로젝트는 25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한국전력과 삼성물산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65%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카자흐스탄과 자원 협력을 넘어 카자흐스탄 정부의 산업 다변화 계획에도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면서 “특히 한국이 가진 세계 최초의 최첨단 무선통신망 기술을 국토가 넓은 카자흐스탄에 적용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4번째 만남을 갖게 됐는데 양국 관계의 발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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