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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한나라 內戰, 分黨으로 가나

친이·친박도 다시 分化, “다섯나라·여섯나라당 된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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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8호 심원섭⁄ 2009.05.19 13:59:32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미국 방문 일정 중이던 5월 7일 박희태 대표의 제의로 불거진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와 관련해 박 전 대표가 “원칙이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단칼에 거절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주류 진영으로부터 거센 역풍(逆風)이 불 것으로 예상했었다. 친이·친박 간에 견해 차이가 있을 때마다 주류 측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비난을 쏟아내고는 했던 관성이 있는데다, 이번엔 당청 정례회의에서 박 대표의 제의를 이명박 대통령이 흔쾌히 재가한 사안인 ‘김무성 카드’라는 화합책을 박 전 대표가 단번에 걷어찬 셈이 되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역풍이 예상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거부권 행사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역풍은커녕 오히려 각자의 이해관계와 향후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세력들이 복잡하게 분화돼 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물론,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불발이 친이·친박 간 감정의 골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선에로 끝나는 것인지, 양 진영의 갈등을 보다 증폭시키면서 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가로 놓이게 되는 것인지 하는 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현재도 한 지붕 안에서 친이-친박이라는 두 정파가 따로 놀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세력들이 여러 갈래로 쪼개져 ‘실질적인 분당’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구주류 신주류 다른 행보 보여 특히, 이번 박 전 대표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내분 과정에서 그 동안 감춰져 있던 한나라당 내부의 계파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표면상에 나타났듯이 단순히 친이·친박으로만 나뉜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이해관계와 앞으로의 정국을 보는 시각에 따라 복잡하게 분화돼 “한나라당도 아니고 두 나라 당도 아니고 다섯 나라 혹은 여섯 나라 당이 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이번에 또다시 박 전 대표의 힘을 보여준 친박계는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암묵적으로 찬성했던 홍사덕·김태환 의원 등 친박 구주류 의원들이 상처를 입은 반면, 박 전 대표와 함께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이정현·유정복·이성헌 의원 등 박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 측근 그룹, 즉 신주류의 파워는 더 세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친박 구주류는 친이 진영과의 일정한 협력을 통해 차기 대선 행보를 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여준 반면, 친박 신주류의 경우 타협보다는 선명성과 분리 행보 쪽에 무게를 싣고 5월 11일 박 전 대표의 귀국과 함께 친이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주류와의 대립을 명확히 하는 등 신·구주류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던 것이다. 친이계도 분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안국포럼 등 ‘친이 직계’ 의원들은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만에 비주류에게 원내대표를 넘겨주자는 ‘파격적인 제안’에 대해서 저마다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도 곧바로 침묵 모드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안국포럼 출신의 한 핵심 의원은 “친박계와의 화합을 위해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친이 측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독자 후보를 내세우자는 강경론도 나왔지만 뜻을 모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 중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함께 내일로’의 심재철 의원은 5월 13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박희태 대표는 선거 패배에 대해 전면적으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며 조기 전대론을 주장하는 등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의 조기 전대론이 이 전 최고위원 복귀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새삼 주목받는 ‘박근혜 파워’ 하지만 친이 내부적으로는 ‘친(親)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자칫 목소리를 낼 경우 ‘그림자 권력론’ 논쟁에 빠져들 것을 우려해 목소리가 현저히 줄어든 현상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최근 당 쇄신 파동으로 인해 당 쇄신특위위원장을 맡은 원희룡 의원을 비롯하여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정병국 의원 등 소장파에도 부활의 기회가 되기도 햇다. 그 동안 각 계파로 갈려 소원했던 권영세·진영·정두언 의원 등이 한목소리를 내는 등 계파를 벗어난 합종연횡 움직임도 보여줬으며, 초선 의원들로 구성된 ‘민본21’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쇄신 파동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핵분열된 듯한 한나라당이 국정 주도세력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재의 사분오열 상태가 지속되면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그 피해는 국민이 안게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여권의 이러한 상황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번 ‘김무성 파동’에서 증명됐듯이 ‘박근혜 파워’이다. 친이계를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이 ‘박근혜 파워’를 다시 한 번 뚜렷하게 인식하게 된 계기는 지난 4·29 재·보선 참패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친이상득계의 핵심인 정종복 전 의원이, 친박을 표방하면서 박 전 대표의 사진 한 장만 달랑 걸어놓은 무소속 정수성 후보에게 힘없이 무너진 경주 선거 결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친이계의 한 핵심의원은 “4·29 재·보선의 한나라당 패배는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에 대한 집단적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며 “따라서 작금의 정치권에서 유일하게 고정적인 지지층을 갖고 있으면서 ‘표’를 모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박 전 대표 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의 자리는 항상 붐비고 가장 많은 의원들이 인사를 하러 오는 등 박 전 대표의 위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 같은 권력의 흐름은 과거 정권의 핵심에 있었던 야당 의원들도 잘 느끼고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있으면 이미 한나라당 권력이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마치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인사하러 가는 듯하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국회에서 농성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찾은 박 전 대표에게 무려 27대의 동영상 카메라가 집중됐으며, 앞서 온 박희태 대표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박 전 대표를 보자마자 그쪽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역대 최강의 비주류’라고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이러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첫째, 20% 안팎의 고정 지지층, 둘째,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의 반대급부, 셋째, 여권에 실망한 국민을 흡수할 민주당 간판이 없다는 점 등 세 가지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박 전 대표를 ‘수첩공주’라 부르지 않고, 심지어 청와대 관계자는 ‘보수의 대주주’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별칭까지 들리고 있다. ■박근혜 ‘침묵’ 일관에도 한계 있어 그러나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처럼 박 전 대표에게 너무 일찌감치 힘이 실리는 것이 본인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 의원은 “주류가 비판도 못 할 만큼 박 전 대표의 위상은 팽창해 있지만, 조금 있으면 국민들도 ‘박 전 대표가 대통령과 맞설 정도의 힘이 있구나’라는 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박 전 대표는 이미 여의도 정치 현실에서는 강자(强者) 입장이 됐지만, 국민의 눈에는 아직까지 약자(弱者)로 비치고 있는데, 국민 인식도 시차를 두고 정치 현실을 따라오게 되면 박 전 대표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더구나 최근 ‘김무성 원내대표론’ 반대를 통해 당무에 복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박 전 대표를 향한 비판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중립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까지는 이 대통령의 무성의가 큰 문제라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박 전 대표도 무책임한 것 같다”며 “과거 이회창 전 총재를 닮았다”는 날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총재가 대선 직전까지 독주하며 대통령 못잖은 권력을 누렸지만 ‘다 됐다’는 오만함 때문에 두 차례나 패했다. 박 전 대표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파워가 계속 상승세를 타게 될지 이미 정점에 이른 것인지는 주류 측의 박 전 대표에 대한 ‘포용 제스처’가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이며 이에 박 전 대표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주류 측은 당내 화합과 보수정권의 성공을 명분으로 당직이나 개각 등을 통해 끊임없이 권력분점을 제안하면서 박 전 대표를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므로 여론의 변화 등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표도 주류 측의 이러한 요구를 무시한 채 한없는 ‘침묵’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가 관심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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