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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남북경협 상징 개성공단 폐쇄·유지? MB 정부 딜레마

개성접촉 한 달 넘었으나 남북관계 기상도 여전히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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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9호 심원섭⁄ 2009.05.26 10:38:37

4월 21일,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 땅에서 열린 남북 당국 간 대화였던 ‘개성접촉’이 있은 지 한 달이 넘었으나, 남북관계의 기상도는 호전될 줄 모르고 여전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첫 개성접촉에서 ‘개성공단 특혜 전면 재검토’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남측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개성공단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온건한’ 메시지를 동시에 던짐으로써 우리 정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북한의 이와 같은 속내와 관련해, 개성공단을 완전히 접으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과, 대남 강경기조 속에서도 공단은 계속 유지하되 경제적 이익을 더 챙기는 ‘정경(政經) 분리’ 접근을 제한적으로나마 채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교차되기도 했다. 하지만 50일 이상 북한 당국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를 의제로 삼을지 여부를 둘러싼 남북 간 입장 차이로 인해 ‘2차 개성접촉’이 무산되면서, 북한이 5월 15일 공단과 관련된 전면적인 계약의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통보함에 따라 일단 북한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정경분리’식 접근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북한 ‘6.15 선언’ 강조, 개성공단 ‘정치화’ 북측이 이날 우리 측에 보내온 대남 통지문의 핵심은 결국 ‘6.15공동선언을 부정하는 남측 정부에 6.15의 열매인 개성공단의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식의 정치논리였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면서, 북의 의도는 “우리가 공단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기업들이 나가지 않겠다면 현재 연간 3600만 달러(근로자 4만 명에 월평균 임금 75달러로 산정) 수준보다 훨씬 많은 대가를 내놓으라”는 강압적인 요구에 가까워 보인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었다. 즉, 북한은 공단을 접을 수 있다는 입장 아래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은 채 ‘받아들이든지 관두든지 택일하라’고 압박하는 양상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개성공단과 관련한 기존 계약의 무효화를 선언한 북한 측이 임금·토지사용료 등과 관련해 어떤 통보를 해 올지, 억류자 문제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등을 지켜본 뒤에 다음 회담을 제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 씨 억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북핵 문제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의 요구를 선선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협상은 ‘난항’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남북대화는 더욱 성사되기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럴 경우 개성공단 폐쇄 상황까지 이를 수 있음을 물론, 유 씨 문제 또한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 따라, 우리 정부가 유 씨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접을 때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이 개성접촉을 통해 당국자 방북 금지에 예외를 허용한 점, 2차 접촉의 장소로 작년 말에 일방적으로 폐쇄한 남북경협협의사무소를 제의한 점, 일방 통보로 끝나긴 했지만 어쨌든 남북 당국 간 대화를 먼저 시작한 점 등을 감안하면 기대 요소들을 배제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그런 만큼 북한의 의도가 보다 확실히 드러나려면 5월 15일 통지문에서 북한이 예고한 ‘개성공단과 관련한 법·규정·기준 개정’이 논의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름대로 힘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6.15 정상선언 9주년 때 6.15 선언을 포함한 남북 간 기존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힌 우리 정부가 어떤 대북 메시지를 전하느냐에 따라 북한 측의 대응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사업이 ‘우리 민족끼리’라는 정신을 토대로 한 사업인 만큼 6.15 공동선언 및 10.4 선언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고, 실무 접촉이 아닌 고위급 회담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정몽준 “개성공단 내 국민 철수시켜야”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정부가 이미 6.15 공동선언 및 10.4 선언에 대한 이행 의지를 피력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남북 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최근 열린 학술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남북기본합의서를 포함해 6.15 공동선언, 10.4 선언 등 기존의 모든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할 것”이라며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한 우리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북) 대화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든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것과 이 두 선언을 존중한다는 것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존중 의사를 밝히고 이 선언들의 이행을 위해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급’을 높여 남북 현안에 대한 전반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남북 실무회담을 고위급 회담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실무적 접촉 수준에서 풀기에는 문제가 너무 커져버렸다”며 “실무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비공식 접촉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자 레벨을 올려 (회담을) 할 수만 있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며 고위급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5월 20일 개성공단 직원의 북한 억류 장기화 사태와 관련해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공단 내의 우리 국민을 철수시키는 것이 최소한의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기존 남북 사업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인질로 시행된다면 이것보다 큰 모순이나 자가당착은 없다. 아무리 남북 관계가 경색으로 치닫는다 해도 민간인을 볼모로 삼거나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최소한의 국제적 상식이 통해야 한다”며 “북한이 동포애를 생각하고 교류를 염원한다면 태도를 분명히 해주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정 최고위원은 “개성공단 직원의 억류 사태가 우려되고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북을 대변하려는 듯한 일부 사람들의 생각의 금도를 넘고 있는 것”이라며 “전쟁터에서도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국제법이고 상식인데, 민간인을 특구 내에서 구금하고 접견조차 못하는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52일이 지났는데도 정부가 한 일은 실상 아무 것도 없다”며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공단 내의 우리 국민이 또 다른 변고를 당해도 우리 정부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우리 국민 5명 중 4명 ‘개성공단 유지 원해’”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이 5월 18일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중 75.3%가 ‘개성공단 사업을 존속해야 한다’고 답해 우리 국민 5명 중 4명은 개성공단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20.7%였고,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4.3%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개성공단 사업의 필요성이나 남북관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리 국민 대부분이 공감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남북교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47.4%로 가장 많았으며, ‘현 상태 유지’가 33.9%로 그 뒤를 이었고,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18.6%에 불과했다. 또한, 인도적 지원의 경우 ‘북한의 변화와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69.7%를 차지했으며, ‘조건 없는 지원’ 21.3%, ‘지원할 필요 없다’ 9.0%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잘 하고 있지만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0.9%로 나타났으며, ‘잘못한다’ 33.1%, ‘잘한다’ 10.1%로 나타났다. 북한에 대한 대응방식으로는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고 북한을 달래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응답이 42.9%로 가장 많았으며, ‘국제 사회와 공조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한다’가 30.3%로 나타났고,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26.8%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우리 국민의 82.5%가 현재의 긴장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현재의 긴장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국민 여론에 대하여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20일 “일각에서 개성공단 내 우리 인원 철수 및 공단 폐쇄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는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철수하는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지금 노력하고 있다”며 “(북한에 장기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문제를 강조하는 것도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발전과 직결된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유씨 문제를 잘 해결해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운영,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긍정적인 상황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유 씨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분리대응이나 ‘투 트랙’이라는 것은 성격이 비슷하거나 분야가 다를 때 성립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분리대응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북한 측과 어떻게 협상이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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