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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지주사 ‘유예’ 선언

순환출자 고리 절단 불가능 선언…SK C&C 바겐세일 상장 등 기형적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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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2호 박현군⁄ 2009.06.16 17:05:55

SK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대해 다른 말을 했다. SK그룹은 지난 6일 지주회사 체제의 2년 유예 신청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SK그룹은 신청서에서 유예사유와 관련 “지주회사 충족 시한인 이달 말까지 모든 요건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주회사 요건 충족이 불가능한 이유는 국내외 금융시장 경색과 경기침체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7년 4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업계 2위인 뉴센추리파이낸셜의 연체율 급증에 따른 영업중단 선언 이후 시작된 전 세계 금융위기와 지난해 시작된 국내 미분양 급증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로 촉발된 국내 경기침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그룹은 2007년 7월 1일 순환출자 회사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현행 공정거래법상 SK그룹은 이달 30일까지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하고 그룹 지분구조를 지주회사 중심의 수직계열화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SC C&C 상장 추진 등으로 지분구조 정리를 위한 자금 마련에 착수해 왔다. 그러나 SK그룹은 최근의 금융시장 침체와 앞으로 예정된 30개 대기업의 강제적 구조조정 등 예정된 악재들로 상장,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SK그룹의 지주사 유예 신청이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와 지난달 29일의 삼성그룹 후계구도 관련 대법원 전원재판부의 무죄취지 판결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현 시점에서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경우 자칫 금융권의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 중에서 있을지 모를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2년 유예 신청의 동기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요건 충족 불가능 선언 속내 SK그룹은 지난 2007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체제를 신고했다. 당시는 삼성의 순환출자, 이건희 당시 회장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 경영권 승계 등으로 순환출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마치 환상형 순환출자의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룹은 사회악인 것처럼 몰아갈 때였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SK그룹은 나홀로 지주회사 체제를 전격 선언하면서 선명한 SK, 투명한 재벌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이를 통해 지난 2006년 분식회계 파문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SK그룹의 지배구조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SK그룹의 지분구조는 최태원 회장이 44.5%의 지분을 보유한 SK C&C가 SK주식회사를, SK는 SK텔레콤을,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SK네트웍스는 또 SK C&C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하나로텔레콤·모네타·SK에너지 등 기타 계열사는 위 4개사의 자회사 혹은 공동출자 형식으로 SK 패밀리에 속해 있는 상황. 이달 30일까지 4개 주력회사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야 하는 SK그룹은 이달 30일까지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네트웍스 지분 중 30%와 SK네트웍스가 보유 중인 SK텔레콤 지분 15%를 SK C&C가 흡수 정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 자금 마련을 위해 SK그룹은 SK C&C의 상장과 구주매각 방식으로 지분 정리에 드는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었다.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된다면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투자금 회수와 환상형 순환출자의 연결고리 근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최태원 회장의 지분과 영향력은 변하지 않은 상태이다. 또 SK가 보유 중인 SK증권의 지분을 최태원 회장 개인에게 매각하게 된다면 2007년 7월 1일 약속한 대로 순환출자 구조를 최태원 회장과 SK C&C·SK를 중심으로 하는 수직계열 구조로 완전히 정리하고, 최태원 회장의 그룹 장악력도 높아지며, 순환출자 지분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현금화해 계열사들의 건전성도 향상시키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위기 지속과 은행권의 투자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SK C&C 상장 등 자금조달 방안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 이 경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중 하나를 매각하거나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SK그룹이 결코 원하지 않는 그림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70여개가 넘는 계열사가 있다고 하지만 주요 계열사들은 위 8개 정도”라며 “하위 손자회사들도 아니고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단지 지분구조 개선을 위해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SK C&C 5000% 바겐세일 상장 추진 현재 SK그룹은 SK C&C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14일 SK C&C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제출했다. 동사에 대한 상장 자격 심사는 이달 말에 결론이 난다.

상장 기간이 상장예비심사 통과 2개월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면 내달, 늦어도 9월 안으로는 SK C&C 종목을 코스피 시장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SK C&C는 2007년 3월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상장예비심사를 모두 통과하고 SK그룹은 유가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이름을 올리는 일만 남았었으나, 당시 금융시장의 경색과 한반도 긴장악화 등 연이은 악재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도 그때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남북관계과 한반도 정치상황은 그때보다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SK그룹이 SK C&C 상장을 또 한번 연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사 요건 충족 2년 유예 신청을 받아들여준다면 몰라도, 이를 불허하거나 유예 기간을 단축할 경우 자금 마련을 위해 SK C&C를 바겐세일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SK그룹은 SK C&C를 증시에서 바겐세일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상태이다. 상장 계획 이전인 2007년 초까지 SK C&C 주식의 액면가는 주당 1만 원. SK그룹은 최초 상장 시도 직전인 2007년 3월 SK C&C를 주당 500원으로 내린 후 발행 주식 총수를 무려 20배나 늘리는 액면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재상장을 앞두고 지난 4월에는 액면 500원이던 주식을 또 200원으로 깎는 대신 주식 총량을 1.4배 늘리는 액면분할을 재차 단행해버렸다. 결국 2007년 3월 액면가 1만 원 대비 5000% 바겐세일을 단행한 셈이다. 이와 관련,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 주식에 대해 투자자들이 비쌀 뿐 아니라 유동물량도 적다는 인상을 줄 경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고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SK그룹이 SK C&C를 통한 자금조달에 공을 들인다는 의미다. 사실 SK C&C는 최태원 회장이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라는 점,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 외에, 그룹 내 사업적 위상은 크지 않다. 최악의 경우 SK C&C가 SK 지분을 최태원 회장과 타 계열사에게 매각케 한 후 최태원 회장이 SK C&C 보유지분을 청산해버리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SK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다시금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SK주식회사·SK텔레콤·SK네트웍스·SK정유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 확보가 흔들리게 되면 SK그룹은 재계 위상이 퇴보될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SK C&C의 주식을 5000%나 바겐세일하면서까지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하려는 SK그룹의 고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SK그룹의 SK C&C에 대한 싸구려 전략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계열사 주식이 삼성그룹 주처럼 십여만원 이상 대에서 형상될 경우 SK그룹의 계열사 주가관리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주식시장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수십만 원 대에서 하루아침에 수만 원 대로 떨어질 경우 주식시장에서의 루머 확산과 금융권의 신용도 하락으로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며 “삼성·LG·금호아시아나, 한진 등 주요 상장기업들은 각사 재무팀에서 자사 주의 주가가 적정수준 이상으로 오르거나 이하로 내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애초에 형성된 주가가 수천 원 대로 유지할 때 드는 비용과 수만 원 혹은 수십만 원 대로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 사이에는 천문학적인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주가 유지비용으로 마련된 현금은 사실상 소진되어 사라지지 않지만, 동시에 유사시 주가의 급등락에 대비하기 위해 항상 오분대기 중이어야 하기 때문에 경영상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없는 셈 쳐야 하는 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주가 유지비용이 적을수록 부담도 적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위상과 신용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낮을수록 관리차원에서 유리하다는 것. 내심은 지주사 철회, 순환출자 구조 유지 또 지주회사 유예 배경에는 지난달 29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에 대한 대법원 전원재판부의 무죄취지 판결 확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이 가능하면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인사는 “솔직히 경영층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체제의 수직계열 구조보다는 순환출자 구조가 여러모로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추이를 살핀 후 가능하면 삼성그룹의 선례를 이유로 지주사 철회와 순환출자 구조 유지를 선언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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