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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재벌그룹 후계구도

삼성 이부진-정유경, 롯데 신동빈-신영자, 대상 임상민-임세령, 한진 조현아-조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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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2호 박현군⁄ 2009.06.16 17:04:59

삼성에버랜드의 후순위채 저가발행 논란이 지난달 29일 대법원 전원재판부에서 최종 결론이 났다. 아직 고등법원에서 마지막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법 전원재판부에서 무죄취지 환송이 결정난 이상 고등법원은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하여 무죄 종결 서류를 최종 작성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세간의 계속된 반론제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에 대한 실질적인 걸림돌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 이 같은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완성은 국내 재벌 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경영권 승계 이슈와 맞물려 있는 기업은 삼성그룹 외에도 현대·기아자동차·LG·한진·롯데·신세계 등 국내 주요 재벌 그룹 대다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이재용, LG의 구광모, 롯데의 신동빈 등 21세기 시대를 본격적으로 경영해 나가야 할 차기 재벌총수들은 예전부터 확정됐던 상태. 그런데 최근에는 각 그룹마다 황태자 외의 성골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삼성家, 호텔 여왕은 누구? 삼성가는 지난달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정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재계의 핫 이슈 반열에서 밀려났다. 이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삼성그룹 전체 회장으로 등극하는 수순이 가시적으로도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서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로 넘어갔다. 이부진 상무는 신라호텔 상무로 재직하면서 에버랜드의 외식부문, 홈에버 등 그룹 계열사들의 외식·위락 사업에 많은 발언권을 행사하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와 비교되는 삼성가 인사는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정 상무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로 이 상무와는 고종사촌 간이다. 같은 삼성가에 비슷한 연령대이기도 한 두 사람은 재벌가문의 여성 경영인이라는 점, 호텔을 경영한다는 점, 위로 오빠와 아래로 여동생을 두고 있다는 점까지 공통점이 너무 많다는 것 때문에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또 현재 시점에서 이부진 전무는 정유경 상무와 달리 삼성가의 직계로 분류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대권을 승계한 이후에는 그녀도 정유경 상무와 같이 직계에서 제외된다. 앞으로 두 사람은 언론과 재계에서 서로 비교되는 맞수로 다뤄질 수 밖에 없다.

이부진 전무는 2004년 호텔신라의 면세점 확장과 2008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진출을 주도하며 회사의 수익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현재 이 전무가 집중한 면세점 사업부문은 회사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이부진 전무는 삼성에버랜드의 푸트컬처 사업부문의 경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조선호텔의 정유경 상무는 1996년부터 조선호텔 등기이사에 올라 경영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객실 리노베이션 및 인테리어, 룸 키(Key), 성냥, 메모지, 우산 등의 소품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면서 조선호텔이 명품호텔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주얼 디자이너 채용 등 정 상무가 보여준 파격이 주효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의 아성 포기할 수 없어 대권승계와 관련된 논란을 마무리한 채 3세대 여성 경영인이라는 고품격 이슈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달리, 롯데그룹에서 신영자 롯데쇼핑 등기이사에 대한 이슈는 신동빈 황태자 체재에 대한 불안정성을 반영한다. 이미 롯데그룹은 창업주 신격호 회장에 의해, 한국롯데는 3남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에게, 일본롯데는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사장에게 각각 승계한다는 구도를 확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 부문. 지난 2007년 신동빈 부회장은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신영자 사장이 키워 오던 롯데쇼핑의 경영권을 빼앗은 뒤 2008년까지 적자, 2009년 흑자를 기록해 결국 2년 간 경영성과 제로를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영자 씨는 바로 롯데쇼핑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지금도 롯데쇼핑 직원들 사이에서는 심정적으로 영자 씨 체재 아래의 롯데쇼핑이 신 부회장 체재의 현재보다 더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약 정권교체 시기 이전에 신동빈 부회장에게 대권이 모두 넘겨지고, 현 정권 퇴진 이후 부산과 서울의 초고층 빌딩과 인천 계양산 골프장 등에 대한 국가적 문제제기와 경영부진 등 악재가 이어질 경우 신 부회장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그룹 내 입지가 불안해지면, 롯데쇼핑의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직원들이 영자 씨의 백기사로 자청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신격호 회장의 후실인 서미경 씨 측의 지분까지 확보하게 되면 일본롯데의 후계자이자 롯데쇼핑의 2대주주인 신동주 씨도 영자 씨의 우군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동주 씨와 영자 씨의 우애가 동빈 씨와 영자 씨 사이보다 훨씬 돈독했다”며 “아버지의 후광 등 영향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 부회장과 영자 씨가 분쟁을 벌일 경우 누나를 무시하고 무조건 동생 편만을 들기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제2롯데월드의 초고층 빌딩과 인천 계양산 골프장 등이 현 정권 퇴진 이후 문제가 돼 위기를 맞을 경우 신 부회장은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신동빈 부회장이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 유통부문에서 확실한 경영적 성과를 보이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처럼 갖은 악재가 터질 경우 아버지의 후광이 없다면 일본의 동주 씨도 누나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영자 씨가 아버지의 영향력을 벗어나 롯데쇼핑의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것은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인수했다는 의미와 같다. 현재의 지분구조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카드·자산개발·미도파·우리홈쇼핑·디시네마오브코리아·브랑제리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고 있으며, 캐피탈·닷컴 등도 20% 이상의 의미 지배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신격호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영자 씨 등이 지리멸렬한 상태이지만, 지분 등 법적 영향력 및 회사 구성원들의 친 신영자 정서가 여전한 상태이고 정권 교체 이후 대형 악재가 터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신동빈 부회장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대상그룹은 이미 ‘확정’ 삼성그룹과의 혈연관계를 얼마 전에 청산한 대상그룹도 재미있는 후계구도를 가지게 됐다. 대상그룹의 차기 구도는 현재의 오너인 임창욱 회장의 장녀 세령 씨와 차녀 상민 씨로 앞축된다. 하지만 임창욱 회장 내외는 지난 3월 세령 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혼한 후 대상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지 불과 얼마 후에 자신들의 지분 중 250만 주를 차녀 상민씨에게 매각해버렸다. 이에 따라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는 상민 씨 35.8%, 세령 씨 19.9%, 임창욱 회장 2.9%, 박현주 부회장 2.3%의 지분구조를 가지게 됐다. 결국 4월 8일부터 대상그룹의 주인은 임상민 씨로 바뀌었으며, 임창욱 회장은 대상그룹의 오너 회장에서 차녀 상민 씨에게 고용된 전문경영인의 위치로 바뀐 셈이다. 이에 따라 세령 씨는 대상그룹에서 완전히 방계로 밀리게 됐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세령 씨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선, 세령 씨의 지분 자체가 대상홀딩스의 2대주주인데다, 전 남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의 이혼으로 받아낸 위자료 등을 고려하면 그녀가 동원할 수 있는 재력도 무시 못할 수준이라는 것. 현재 주식시장에는 36.6%의 지분이 떠돌고 있다. 만약 세령 씨가 대상을 원할 경우 현재 보유주식 738만9000주를 바탕으로 공매도 등의 전략을 활용해 시장에서 보유지분을 늘리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경영권 도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대상그룹의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세령 씨가 부모님의 생전 뜻을 어기고 경영권 분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뒤를 이으려면 형제를 이겨라” 재벌의 경영권 승계 체제 중에서 가장 특이한 케이스를 꼽으라면 단연 효성이다. 일반적으로 재벌 오너들은 자신의 사후 대권을 승계할 후계자를 내심 점찍고 그를 집중적으로 조련한다. 최근에는 보령약국처럼 딸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경우, 대상그룹처럼 승계를 재빠르게 마무리 지어버리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결국 오너가 후계자 그룹 중에서 특정인을 낙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효성그룹은 아들 3형제에게 서로를 물어뜯을 수 있도록 구도를 만든 후 적자생존의 경영권 전쟁을 거쳐 최후의 승자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사후에 그 보좌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효성그룹은 오너의 장남이 책임지고 있는 계열사에 차남이 감사로 있는 형국이다. 한진그룹, 협력적 구도 효성그룹이 권력구도상 서로를 잡아먹어야 하는 라이벌 구도라면, 대한항공의 조현아 상무와 동생 조원태 상무는 협력적 경쟁관계이다. 누나 조현아 상무는 대한항공에서 기내식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칼호텔네트워크의 공동대표이사를 맞았다. 동생 조원태 상무는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동시에 한진드림익스프레스의 등기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조현아 상무는 대표적 재벌 3세 여성 경영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고, 조원태 상무는 외부 노출보다는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조양호 회장의 후계자 자리에 대한 다툼이나 잡음의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외부적으로는 조현아 상무가 차기 후계자로 유력 혹은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다뤄지는 측면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현아 상무는 재벌 여성 후계자라는 희소성과 그녀의 당찬 경영 덕분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을 뿐이라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조현아 상무와 조원태 상무는 차기 그룹 경영권에 대한 의식보다는 자신의 경영능력을 아버지와 임직원들에게 더 많이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며 “상대에 대한 견제나 이미지 메이킹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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