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월 8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종합계획)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현 정부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등 4대강 정비사업에 2012년까지 최소 22조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했던 13조9000억 원보다 6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18조 원으로 예상됐던 대운하(경부운하 14조 원 포함) 사업비보다도 휠씬 늘어났다. 이번 발표에는 포함하지 않은 정부 부처별 연계사업비를 합하면 4대강 살리기 명목으로 투입되는 총 사업비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마스터 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4대강 살리기의 핵심과제로 물 부족에 대비한 수자원 확보, 홍수조절 용량 확보, 본류 수질 평균 2급수(생물학적 산소요구량 3PPM 이하)로 개선, 하천의 다기능 복합공간 개조, 지역발전을 위한 연계 사업 등 5가지를 설정했다. 우선 4대강 본류 준설과 보(洑) 설치, 하천 정비를 위한 본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3조 원 늘어난 16조9000억 원을 투입해 2011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4대강에 설치할 보를 당초 4개에서 16개로 늘리고, 송리원댐 등 중소 댐을 건설하기로 했다. 동시에 하천 바닥의 퇴적토 5억7000만t 준설과 홍수조절지 및 강변 저류지 설치, 노후제방 보강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직접연계사업비로 5조3000억원을 투입해 섬진강 및 주요 지류 하천 정비와 하수처리 시설 등의 확충을 2012년까지 완료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문화·관광 등 강 살리기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전거길·산책로·체육시설 등 복합공간 설비 사업도 연차별로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업 시행을 위해 이달부터 공사 발주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4대강 정비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한 예비 단계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대운하 사업으로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계 "4대강 사업, 실체는 운하 1단계"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6월 10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마스터 플랜에 대하여 “4대강 사업의 실체는 운하의 1단계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교수들은 마스터 플랜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통해 “당초 16조9000억 원의 예산이 22조2000원으로 한 달 만에 8조3000억 원이 늘었다”며 “준비가 안 된 국책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16개의 보를 설치해 일정 수심을 유지하는 계획은 갑문이 설치되지 않더라도 ‘구간 운하’로 볼 수 있다”며 “낙동강의 경우 8개의 보를 설치하고 낙동강 하구언에 배수갑문을 증설하면 9개의 구간 운하가 완성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수 때 보의 운영을 잘못하면 오히려 홍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선진국들은 하천변 저지대를 홍수터 등으로 복원하고 평상시에는 생물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습지로 이용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마스터 플랜에는 낙동강에 최대 높이 13.2m의 보가 들어서는 등 4대강 본류에 모두 16개의 보가 설치된다. 정부는 보의 설치로 더 많은 양의 물이 확보돼 오염물질이 희석되면서 수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물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수질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보가 설치되면 유속이 떨어지고 고인 물에 오염물질인 인이 흘러들어가 조류가 발생해 수질이 악화된다는 지적이다. 교수들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4,5개월 동안 사전환경성검토를 하겠다는 것은 부실한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작성하고 형식적인 검토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천 구조물의 설치에 따른 사계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치수계획 수립해야” 지적도 정부의 마스터 플랜이 이루어진 이후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생명의 강 연구단,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 등은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재수립된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 진단과 4대강 사업 점검’이라는 주제로 MB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관동대 박창근 토목공학과 교수는 ‘낙동강유역 종합계획의 문제점’으로 홍수량 산정의 객관성 부재, 준설 및 하구둑 증설논리의 부적절성 등을 언급하며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은 유역차원에서 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상적인 최적 홍수방어 대책은 홍수저류지, 유출억제시설, 침투시설 등 하천이 아닌 유역 차원에서 1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홍수량을 최대한 방어하고 초과하는 홍수량을 2차적으로 하천에서 방어하는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 플랜은 하도정비계획이 아닌 유역차원에서 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현재 낙동강 다목적 댐은 10개가 운영되거나 건설 중에 있다”며 “기존 댐의 홍수조절 분석 효과가 축소되는 등 홍수조절효과와 홍수량 산정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의하면 홍수공간과 수자원(6.5억t) 확보를 위해 낙동강에서 4.2억㎥ 규모로 준설을 한다”며 “유역종합치수계획에서 준설을 통한 홍수공간 마련과 수자원 확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타당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대전대 허재영 토목공학과 교수는 “유역 치수의 기본은 유역과 하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라며 “지류하천의 복원, 범람원의 복원 및 빗물저류시설의 확충 등 첨두홍수량의 일부분은 유역에서 감당하고 나머지는 하도가 감당하는 것이 타당한 치수대책의 상식”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허 교수는 유역종합치수계획에 있어 “유역의 관리 수준은 인문사회학적, 경제학적, 토목공학 및 환경공학, 생태공학적 수준을 망라해 설정돼야 한다”며 “유역의 중요한 일부인 하천은 관리청의 독단이 아닌 사회구성원들이 참여해 치수·이수·수질의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운하 하려면 선형 직선으로 해야” 반면,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을 대운하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강을 준설하고 수중보를 설치한 뒤 갑문만 설치하면 그대로 대운하가 된다는 것이 대운하 의혹의 요지이다. 이에 정부는 강바닥 준설작업에서 4대강은 자연하천의 선형을 유지하지만 대운하는 선형을 직선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수중보도 4대강은 5~10m의 규모로 설치하지만, 대운하는 20m 이상이 필요하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정부 발표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대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단계란 의구심에 대해 “운하는 화물선 운행이 전제되는 것이어서 수심, 수로의 폭이 일정해야 하고 직선구간 선형설계가 필요하며 보 높이가 최소 20m 이상 되고 교량의 높낮이 조절, 대체교량, 터미널 등 7~8개 추가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수석은 “우리가 하려는 4대강 살리기 계획과 (대운하 건설사업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보가 많이 설치되는 이유는 2년 뒤면 연간 8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2016년에는 부족량이 10억t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물을 확보하여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6월 8일, 한반도 대운하 의혹에 대해서는 “운하에 관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다”며 “관문과 보·선착장이 없다. 또 교량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 조만간에 수백 페이지의 보고서가 나가지만 운하라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4대강 살리기로 연간 13억 톤 물 확보” 정부는 마스터 플랜에서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연간 13억t의 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4월 중간 사업계획 발표 때보다 5000만t 늘어난 규모이다. 홍수 조절 능력도 9억2000만t 늘어나 200년 주기의 대홍수에도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총 예산 16조9,000억 원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4대강 유역 수해로 인한 연평균 피해 1조5,000억 원과 복구비 2조4,000억 원, 다양한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몇년만 투자하면 항구적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수석은 이어 “수질개선이나 물 확보, 문화관광·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복합 편익을 감안하면 4대강 살리기의 경제적 타당성은 충분히 입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명필 본부장은 4대강의 물 부족량이 과다 책정됐다는 지적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숫자나 계획에 대해서는 무제한 책임을 져야 된다”고 밝혔다. 2006년에 수립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낙동강은 2016년 기준으로 약 5억㎥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추진본부는 ‘환경개선용수’의 증가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2016년까지 10억㎥의 용수가 부족하다고 전제한 뒤 13억㎥의 용수를 증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심 본부장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국가의 법정 계획이다. 20년의 장기적인 계획을 10년마다 수정하고, 최근에는 5년마다 수정한다”며 “2006년 계획은 2001년 수립 계획의 보완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생활·농업·공업용수가 얼마나 필요할지 조사하고 분석하여 세울 때 새롭게 고치지 못하고 사용하면서 5억t이 추가된다. 생활 용수와 농업용수 등 10억t의 물을 확보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